고점 대비 45.1% 내렸는데 공매도 거래 폭증···"바닥 안 왔다"플랫폼 수익 제자리걸음에 투심 약화···가계대출 규제 여파까지현 주가보다 낮은 목표가 낸 증권가···"성장 제약구간 직면"거품 빠진 주가는 투자 기회 될 수도···시중은행과 차별화 유효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카카오뱅크는 전 거래일 대비 4.36% 급락한 5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상장 직후인 지난해 8월 19일 9만2000원(종가기준)까지 올랐던 카카오뱅크는 고점 대비 45.1%나 쪼그라든 상태다. 올해 1월엔 3만9650원까지 내려가는 등 지난해 말부터 뚜렷한 하락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특히 이날 카카오뱅크의 공매도 거래량(186억원)은 전날(31억원) 대비 155억원이나 급증했다. 카카오뱅크의 공매도 거래대금 순위는 LG이노텍과 LG에너지솔루션에 이은 코스피 3위였다.
이날 카카오뱅크의 공매도 비중(26.33%)도 코스피 2위를 기록하며 LG이노텍(8.17%)과 LG에너지솔루션(8.45%)을 한참 뛰어넘었다. 유일하게 카카오뱅크를 앞섰던 넷마블(26.18%)과의 격차도 1.85%p에 불과했다.
카카오뱅크는 공매도 잔고금액 기준으로도 '코스피 톱5'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공매도 잔고금액(16일 기준)은 4494억원으로, 3위 두산중공업(4759억원)과 4위 HMM(4549억원)과 엇비슷한 규모다.
공매도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미리 내는 투자기법을 뜻한다. 기관 및 외국인투자자들이 주로 거래하는 공매도는 빌린 주식을 갚는 시점에 주가가 떨어지면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정보력이 높은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이 카카오뱅크를 공매도 거래를 늘린 점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도 '바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수익을 위해 현물을 대거 매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과 공매도 급증의 배경은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저조한 성장에 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당시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금융 플랫폼을 앞세워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수익은 2분기 수준인 235억원에 머무르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대출 수익에 집중하면서 성장성이 다소 위축된 상태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플랫폼 사업에 대한 규제 가능성과 보호예수 해제에 따른 오버행 리스크 등도 투심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회사 측은 여신 증가나 당장의 플랫폼 수익 확대보다 고객수와 트래픽 증가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증권가는 카카오뱅크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향후 주가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플랫폼'의 수익화가 뒤따라야 시중은행보다 높은 기업가치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고속 성장해왔지만 현재는 가계대출 시장의 성장 제한, 중신용대출 비중, 규제의 정상화 등의 제약조건에 직면해 있다"며 "적정가치와 비교해 현 주가는 상승여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하며 목표주가 4만7000원,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의 내놓은 목표주가는 현재 주가보다 6.9% 낮은 수준이다.
또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신용대출이 역신장하며 전체 대출 성장률이 둔화됐다"며 "이에 카카오뱅크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28.8% 하향 조정한 5만2000원으로 제시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아직 유효한 중장기적 성장성과 큰 폭의 주가조정이 투자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카카오뱅크에게 중요한 건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항후 시중은행을 압도할 수 있는 고객 베이스를 만드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으로 인한 밸류에이션의 하락, 가계대출 시장의 성장성 둔화 등을 반영해 카카오뱅크의 목표주가를 5만4000원으로 16% 하향 조정한다"면서도 "주가 하락으로 거품요인이 사라지고 상승 여력이 생긴 점을 감안해 투자의견은 '매수'로 상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초대형 플랫폼 계열사로서의 메리트, 무점포 수익모델의 우위 등은 증시 환경의 변화와는 무관한 장점"이라며 "4분기 실적보다는 대출 증가세 등 장기 전략이 시장의 기
대만큼 잘 진행되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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