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대표 "지주형 회사 전환 관심"금산분리 규제로 지주사 전환 어려워계열사만 50개···지배구조 효율화 필요구 대표 "일부 준비 마쳐···IPO도 검토중"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달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으로의 전환에 관심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KT의 주가는 충분히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KT의 지주사 전환은 그간 업계에서 꾸준히 언급돼왔던 얘기다. 물적분할을 통해 사업부문을 통신부문과 신사업부문(미디어·금융·AI/DX·클라우드)으로 나누고 KT를 지주사로 내세운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구 대표가 직접 지주사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는 본사 사업군만 4~5개, 계열사수만 50개에 달한다. 사업구조가 방대해 불필요한 영업비용이 발생하고 의사결정이 빠르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만큼 개별회사의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의 체계를 정비·통합하고 재편한다면 KT그룹 전체의 기업 가치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구 대표가 지주사 설립이 아닌 지주형 전환을 언급한 이유는 금산분리 규제 때문이다. KT는 BC카드, 케이뱅크 등 금융 계열사를 보유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이 어렵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사를 보유한 기업은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계열사로 BC카드와 케이뱅크 등 금융사를 보유한 KT는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
2019년 롯데그룹 또한 지주사 전환을 위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했으며, SK그룹은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SK증권의 매각 시한을 넘겨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금산분리 규정 위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대신 구 대표는 지주형 회사의 전환을 선택하고 사업구조도 그에 준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주요 계열사들의 가치를 높이고 주가 부양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구 사장의 임기가 사실상 올해 말까지여서 연내 사업개편 방향성이 윤곽을 드러낼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KT가 지주형 회사의 전환으로 본격 속도를 낸다면 성장성 및 수익성이 저하된 사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KT가 주력하는 성장형이 높은 사업에 대해서는 적극 육성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는 지주형 회사 전환을 위한 일부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KT는 지난해 콘텐츠·미디어 부문은 스튜디오지니 중심으로, 금융 부문은 BC카드를 중심으로 그 아래 케이뱅크를 두는 구조를 갖췄다. 1일 KT 클라우드·IDC(데이터센터) 전문기업 KT클라우드도 공식 출범했다.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개별회사들의 가치 또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구 대표는 "밀리의 서재와 케이뱅크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라며 "올해 KT 주가가 15% 상승했지만 아직 실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주형 전환과 IPO를 통해 더욱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T의 지주사 개편 시점을 2023년으로 예상한다"며 "AI, 디지털전환(DX), 클라우드 등 신사업의 이익 턴어라운드 시점이 임박했고 과도한 이익 증가를 반기지 않는 규제 산업이라는 특성상 현 시점이 지주사 체제 전환의 적기"라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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