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업결합 필수 신고국 승인 불허 시 물거품 공정위, 해외 심사제도 맞춰 독과점 해소방안 논의
지난해 국내 기업결합 건수가 1000건을 넘어서면서 공정위 심사 건수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제도를 도입한 1981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심사한 기업결합 건수는 1113건으로 전년 대비 248건(28.7%) 늘었다. 금액은 349조원으로 138조8000억원(66.0%) 증가했다. 국내기업에 의한 기업결합과 외국기업이 주도한 기업결합 모두 증가했다.
기업결합 심사는 M&A 등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 독과점 가능성 등을 경쟁당국이 심사하는 절차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결합을 하고자 하는 경우 공정위에 심사의무가 발생하고 심사결과에 따라 공정위는 결합 승인, 조건부 승인, 불허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또 해외 시장에서 활동 중인 기업의 경우에는 '해외 당국'의 승인이 불허될 수도 있다. 국내서 공정위가 승인을 완료했다 해도 다른 국가에서 단 한 곳이라도 승인을 불허하면 M&A는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그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 성사된 '배달앱 빅딜'이었던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B)와 우아한형제들의 합병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1년 여간의 장고 끝에 이들의 합병을 승인했지만 앞서 DB의 자회사였던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국내 1·2위에 올라있는 배민과 요기요의 시장 독과점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DB 입장에서는 새 식구를 들이기 위해 제 자식을 내치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국내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할 경우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과점을 우려한 EU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EU 집행위원회는 2019년 12월 양사 기업결합 심사를 시작한 이후 2년 2개월 만에 불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3년을 끌어왔던 양 조선사의 결합이 무산되면서 현대중공업은 EU 불허 방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우리 정부도 유감을 표했다.
이 밖에도 현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M&A 건은 EU·중국·일본·영국·호주 등 총 6개국 경쟁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필수 신고국인 미국·EU·중국·일본 경쟁당국 한 곳이라도 불허 결정을 내릴 경우 M&A가 무산된다.
예상치 못한 M&A 무산을 막기 위해 공정위는 해외 경쟁당국들의 기업결합 심사제도를 기반으로 국내 기준을 정비할 계획이다. 우선 하반기 내 글로벌 M&A 전담팀을 신설해 해외 경쟁당국과 함께 독과점 해소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공정위는 산업의 특수성이 두드러진 경우 신속한 M&A를 지원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전담팀을 운영해 대응해왔다. 지난해 우여곡절이 많았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M&A 승인 과정에서도 관련 부서에 전담팀을 구성했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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