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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이전 반대"···금융노조, 尹정부와 기싸움 시작

"산은 이전 반대"···금융노조, 尹정부와 기싸움 시작

등록 2022.05.13 18:01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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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일대서 '산업은행 지방이전 저지' 집회 "공론화 과정 없는 졸속정책···즉각 폐기해야"국책은행 희망퇴직, 노조추천이사 갈등 예고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금융노조가 윤석열 정부의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저지하기 위해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섰다. 국책은행 희망퇴직 시스템 개선부터 기업은행 노조추천 이사 선임에 이르기까지 풀리지 않은 현안이 산적해, 이를 계기로 새 행정부와 노조의 갈등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13일 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지방이전 저지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취임함에 따라 선거 당시 공약 사항이던 산업은행 지방이전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행보다.

노조 집행부를 포함한 39개 지부 대표와 산업은행 지부 간부·조합원 490여 명은 결의대회 시작 전 1시간 동안 산은 본점부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사까지 가두행진을 펼치며 정치권을 압박하기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산업은행을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기업과 은행, 글로벌 투자기관 등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이미 서울에 집적돼 있는 만큼 은행의 이전은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정책금융 비효율화로 이어질 것이란 게 이들의 지적이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공론화 과정이 없었던 졸속 정책이고 대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나온 정치놀음"이라며 "국익 훼손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지방이전 정책이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금융노조의 행보가 사실상 윤 정부와 줄다리기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정부 때부터 노조 측이 여러 요구사항을 제시했지만 대선 국면을 거치며 흐지부지된 상태여서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엔 내각 구성 등을 이유로 소통 채널마저도 닫힌 것으로 파악됐다.

국책은행 '희망퇴직 활성화'가 대표적이다. 수년간 국책은행과 협상을 벌인 정부가 연초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면서 실마리를 찾는 듯 했으나, 정권 교체와 맞물려 무산될 공산이 커져서다.

그간 국책은행 노조는 임금피크제를 개선해 직원의 희망퇴직을 독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퇴직금 기준을 개선함으로써 임금피크제 기간(3~4년) 중 첫 해만 근무한 뒤 잔여임금을 받고 퇴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는 유명무실한 희망퇴직(명예퇴직) 제도로 인사적체가 심화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어려움을 빚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국책은행 역시 희망퇴직(명예퇴직) 제도를 운영 중이나, 상대적으로 퇴직금이 적은 탓에 임금피크제를 선호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기업은행은 2015년을 끝으로 사실상 명예퇴직 제도를 중단했고 산업은행은 2014년, 수출입은행은 2010년 이후 명예퇴직을 실시하지 않았다.

노조는 새 정부에선 반드시 임금피크제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윤 정부의 판단이 관건이다. 키를 쥔 기획재정부는 앞서 높은 급여와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국책은행 직원에게 거액에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논리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의 사외이사 선임도 정부와 노조가 풀어야 할 현안이다. 기업은행 노조가 지난 3월 노동계·법조계·학계 인사를 중심으로 총 3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려 사측과 금융위에 각각 전달했지만, 후임 인선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띠고 있어서다.

여기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영향도 있다. 이들이 노조의 경영참여에 부정적인 것은 물론, 정권 교체기에 전 정부가 공공기관 사외이사를 임명하는 것을 놓고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어서다. 이를 고려한 듯 금융위 측도 움직이지 않았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행장의 제청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다만 기업은행 노조 측은 정부와 약속한 사안인 것은 물론, 윤 대통령도 선거 과정에서 금융회사 노동이사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만큼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정권 교체와 맞물려 국책은행 임금피크제 등 논의가 모두 중단된 상황"이라며 "새 정부가 어떤 철학을 내비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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