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반도체 초대강국 달성 목표에 삼성·SK 대규모 투자'바이오' 재계 공통 먹거리 부상···신약개발 집중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친환경 투자' 잇달아 정부 '민간주도 성장' 목표에 국내투자 대폭 늘어"투자 만큼 내부 혁신도 중요···현금리스크 대비 필요"
26일 오후까지 발표된 국내 10개 그룹의 투자 금액을 합하면 총 1040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은 국내 투자 금액으로 기업들이 어려운 국내 경제 생태계 살리기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각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 450조(국내 360조) △SK 247조(국내 179조) △LG 국내 106조 △현대차 국내 63조 △포스코 53조(국내 33조) △한화 37조6000억(국내 20조) △롯데 국내 37조 △GS 21조 △현대중공업 21조 △두산 5조 등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시장경제에 입각해 경제정책을 펴겠다고 밝혀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끌어낼 수 있었다"며 "자금여력이 된다면 불황일 때 오히려 투자를 많이 해놔야 경제가 정상화됐을 때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삼성·SK 공격 투자 = 기업들의 투자는 반도체부터 배터리, AI(인공지능),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에 집중됐다.
특히 10대 그룹 중 가장 많은 투자금액을 발표한 삼성과 SK는 반도체 투자에 가장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과도 연결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시스템 반도체를 적극 육성하는 등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정책 과제를 국정과제에 담기도 했다.
삼성은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IT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문별 투자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주요 먹거리인 반도체에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지난 30년간 선도해 온 메모리 분야에 향후 5년간 지속투자해 초격차 위상을 강화하고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관련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파운드리 사업은 차별화된 차세대 생산 기술을 개발·적용해 3나노 이하 제품을 조기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 측은 "삼성의 파운드리사업이 세계 1위로 성장할 경우 삼성전자보다 큰 기업이 국내에 추가로 생기는 것과 비슷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SK그룹도 반도체와 소재에 5년간 142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투자는 주로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집중됐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반도체 팹(Fab) 증설,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 소재·부품·장비 관련 설비 증설 등이 투자 대상이다.
◇삼성·SK·LG·롯데 모두 점찍은 '바이오' = 바이오 부문은 삼성, SK, LG, 롯데, 현대중공업 등 가장 많은 기업이 투자처로 점찍은 분야다.
삼성은 '바이오 주권'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나가며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 위탁개발생산(CDMO) 및 시밀러를 축으로 하는 사업구조를 구축,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 신화'로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SK그룹도 바이오 및 기타 분야에 1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뇌전증 신약과 코로나19 국내 백신 1호 개발 신화를 이어갈 후속 연구개발비와 의약품위탁생산시설(CMO) 증설 등에 나선다.
LG그룹도 바이오 분야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1조5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한다. LG화학은 세포 치료제 등 혁신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임상 개발 단계에 진입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M&A나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검토 중이며 융복합 인재 양성 등을 통해 차세대 첨단바이오 기술 확보에 집중한다.
롯데그룹도 바이오 의약품 CDMO 사업 진출을 준비하며 해외 공장 인수에 이어 1조원 규모의 국내 공장 신설을 추진한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제약·바이오 분야 진출을 본격화하고 업계 혁신기업의 M&A나 유망 업종 지분 투자 등에 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신기술 선점' 위한 모빌리티·친환경 에너지 = 전기차, 전기차 배터리, 친환경 에너지 등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거세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성장의 핵심축인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에 주력하며 이 분야에만 16조2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이를 통해 순수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및 친환경 전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LG와 SK도 배터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방안을 발표했다.
LG는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분야 5년간 투자금액이 10조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충북 오창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단행, 원통형 배터리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세계 1위 종합 전지 소재 회사로 성장한다는 목표로 양극재, 분리막, 탄소나노튜브 등 배터리 소재 분야에 2026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SK도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비즈니스에 5년간 67조4000원 투자를 계획했다. 전기차 배터리와 분리막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최근 주력하는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설비를 갖추거나 글로벌 기업에 투자해 그린 에너지 기술력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재원으로 활용한다.
포스코도 이차전지 소재 및 수소에 5조3000억원, 친환경 인프라 구축에 5조원 투자해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목표도 밝혔다.
2026년까지 21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GS는 에너지 부문에만 67%에 해당하는 14조원을 투입한다. 에너지 부문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수소(블루 암모니아), 신재생 친환경 발전 등 탈탄소 시대의 미래 에너지 확보를 위한 투자가 대거 포함됐다.
한화그룹도 태양광, 풍력 등의 에너지 분야에 약 4조2000억원을 투입해 태양광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최신 생산시설을 구축해 한국을 고효율의 태양광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핵심 기지'로 성장시킨다. 수소혼조 기술 상용화, 수전해 양산 설비 투자 등 탄소중립 사업 분야에 9000억원을 투자하며 친환경 신소재 제품 개발 등에도 2조1000억원을 투입해 탄소중립에 발걸음을 맞춘다.
◇"기회 찾기 위한 행보···과잉투자는 조심해야" =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신사업·신기술 기회를 찾기 위함이라고 분석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주도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신사업, 신기술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며 "국내 투자가 확대되는 것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곳에서 정치적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윤정부가 친기업 행보를 보이는 것이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연이은 대규모 투자에 대한 과잉투자 우려도 제개됐다.
김태기 교수는 "기업이 투자만해서는 수익률이 잘 나오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 내부에 인사관리나 여러 가지 관리부분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며 "기업 내부적으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교수도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고 국내 주식시장도 30% 이상 하락해 기업들이 위험에 대한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현금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은 비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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