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1호 지역···1000억원 예산 투입에도 주거환경 열악좁은 길목에 기반시설 부족···노후된 시설에 원주민도 떠나8년 간 도시재생사업 구역 묶이면서 도시정비사업도 '발목'오세훈 서울시장 재취임 후 민간 재개발 신속통합기획 기대
최근 이곳을 방문한 결과 서울 도심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노후화된 주택가가 몰려있었다. 지은 지 수십년 된 다세대·연립주택이 빽빽하게 이어져 있고 차가 다니지 못하는 좁은 골목, 가파른 계단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애초 창신동 일대는 뉴타운으로 개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3년 박원순 전 시장이 뉴타운 지정을 해제하고, 2014년 5월 서울의 1호 도시재생 선도구역으로 선포했다. 이후 1000억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결국 주민들이 원하던 열악한 주거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도시재생사업은 지난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시절 시작된 사업이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뉴타운·재개발 해제 구역이나 노후화된 저층주거지 등 정비가 시급한 지역을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해 재생 사업을 진행해왔다.
도시재생 마중물 사업은 지난 2019년 완료됐지만, 지난 5년간의 도시재생은 창신동을 '재생'시키지 못한 듯했다. 도로를 새로 포장하고 가로등을 설치했음에도 여전히 길이 좁아서 자동차 한 대도 못 들어가는 곳이 많다.
그간 주민들은 창신동에 지어진지 수십년 된 낡은 주택이 몰려 있어 본격적인 정비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서울시가 이곳을 도시재생 사업 구역으로 묶으면서 개발에 발목이 잡혔다.
특히 투입예산이 대부분 공공시설이나 박물관 건립, 벽화 그리기 등에 쓰이며 정작 주민들에게 필요한 노후화된 주택과 낙후된 골목 개발은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실제 도시재생 사업으로 바뀐 것은 가로등·CCTV 정도만 설치됐을 뿐 이렇다할 정비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 길이 좁아 소방차·구급차 진입조차 어렵다. 도시재생에 반감을 가진 현지 주민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도시재생지역이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기도 했다.
창신동 인근에 사는 주민은 "불편한 점은 수도 없이 많지만 일방통행길처럼 좁은 길에 불법주정차까지 이어지고 있는 도로가 가장 큰 문제"라며 "화재나 구급차라도 들어오는날이면 기존차들은 물론 소방차나 구급차도 진입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이 다시 서울 시장으로 취임 후 상황이 달라졌다. 창신동은 지난해 12월 27일 오 시장이 도입한 민간 재개발 지원제도인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신통기획은 민간 주도로 개발을 추진하고 공공이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참여해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다는 게 장점이다. 통상 5년 정도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2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
오 시장은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된 종로구 창신·숭인동 일대를 방문해 "종로구 한복판인 창신동 일대에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빨리 이를 개선하는 게 서울시의 책무"라며 "(신통기획을 두고) 찬반 양측 의견이 다르지만, 서울시는 신통기획을 통해 신규 주택을 빠른 속도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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