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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치기"와 혐오적 권력

박영주의 chronique

"갈라치기"와 혐오적 권력

등록 2022.06.14 08:00

"갈라치기"와 혐오적 권력 기사의 사진

20대 대선 기간에 우리가 접했던 '이대남, 이대녀', '세대 포위론' 등의 혐오 정서가 배어있는 국민 '갈라치기' 전략, 선거가 끝난 지 두 달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도 이 '갈라치기'라는 용어는 우리 사회 도처에서 여전히 낯설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 저변에 혐오가 낳고 있는 문제는 이미 가벼운 수준은 아니다. 그런 까닭에 2019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차별 대응기획단의 출범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이다는 생각이다.

정서 심리학적 관점에서 혐오는 단순히 불쾌함, 싫어함, 꺼림을 넘어서 어떤 사물, 사람이나 집단을 적극적으로 배척하고자 하는 욕구와 결탁한 대표적인 부정적 정서이다. 미국의 철학자 누스바움에 따르면 혐오는 지배적 속성을 지니고 있어 자신, 우리 편을 정당화해 자신과 집단의 이익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혐오의 이러한 속성이 개인을 넘어 집단 차원에서 기능하면 그로 인해 초래되는 문제들은 매우 심각하다. 실제로 이제는 권력의 주체라는 의기양양함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시위를 빙자하여 욕설, 경멸이 담긴 혐오 발언을 마치 정당한 요구처럼 자행하고 있는 단체 행동들이 바로 윤리적, 도덕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심각한 혐오의 민낯이다.

선거에 출마했으니 목표는 이기는 것, 권력을 얻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대권을 쥐기 위해 이겨야겠다는 일념만으로 파격적(?)이고 무리한 공약으로 사회 계층, 집단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이른바 혐오 정치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을까. 그리하여 권력의 주체가 바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것으로 '적폐 청산'이 있다. 과거의 누적된 해로운 현상을 깨끗이 씻어버리는 작업은 국가 발전을 위해 필요하고 그래서 '다시 대한민국!'일 것이다. 그런데 이 청산의 과정에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사자성어'로 자리매김했다 싶은 '내로남불'이 등장한다.

내로남불은 혐오의 자기 모순적 속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보는데, 권력의 유무를 기준으로 혐오 정치를 행사하는 당사자 역시 혐오 정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이른바 혐오 정치의 배턴터치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했다고 다 로맨스인가, 아닐 수 있다, 아니 로맨스일 것으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예상을 빗나가 불륜이 되어버린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이 한 로맨스라고 다 불륜은 아닌 진정한 로맨스일 수 있다. 지난 권력이라고 모든 것이 다 적폐 청산의 대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적폐 반대도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능력을 기준으로 인물을 발굴, 선발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그 능력이 있는 인사가 왜 거의 우리, 내(內)집단에서만 나오나. 능력 있는 인재가 '그' 집단에만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들이 지닌 능력이 향후 대한민국을 위한 진정한 '로맨스'가 될 것이기 때문인가. 외(外)집단이 하는 것은 혐오적 불륜이기 때문에 법대로 해결하면 된다는, 소위 그들만의 공정 기준은 불과 얼마 전 권력 욕구 충족을 위해 혐오 정치도 불사하던 그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떤 근거나 이유로 내가 하는 일, 우리가 하는 것만이 맞고, 너희와는 차원이 다른 로맨스라고 '소설(roman)'을 쓸려고 하나. 그것도 국민을 성별, 세대별로 갈라치기를 하면서 말이다. 법대로 하면 된다고 한다. 맞는 이야기다. 그 법이 나와 내 가족에게도, 측근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면 그렇다는 것이다. 타인만의 불륜(不倫)이 아니다. 나와 내 가족의 입장 역시 내 Romance가 아닌 불륜(不倫)이 될 수 있음을 한순간도 성찰을 게을리하면 안된다, 특히 권력의 주체로 있는 한 더욱더 그렇다. 통합을 상징하는 동심결 매듭의 엠블럼을 방패 삼은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에는 나와 내 가족만, 內집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갈라치기라는 혐오 정서를 이용하면서 법대로! 라고 외치는 것은 디케 여신의 저울과 칼을 모욕하는 것이고, 권력과 그 주체를 지켜보는 국민 대다수에게는 혐오적 권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뉴스웨이 문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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