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통상, 6월에 지주사 주식 100억어치 매도초대회장 용퇴 준비하던 시점에 주식 첫 취득허 사장, 차기회장 후보군 거론···입지 강화 목적'3세' 허태수 2대회장 취임, 그룹 떠나 父 회사로㈜GS 주식 계속 매집, 후계자 경쟁 여지 남겨둬갑작스런 지분매도 배경 '경영권 완전포기' 분석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통상은 이달 15일부터 22일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총 23만주를 매도했다. 종가로 계산하면 총 매도 금액은 1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삼양통상의 ㈜GS 지분율은 종전 0.59%에서 0.35%로 0.24%포인트(p) 하락했다.
삼양통상이 지주사 주식을 처음으로 취득한 것은 2019년 5월이다. 이 시기는 초대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용퇴를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시점과 맞물린다. 2005년부터 그룹을 이끌어 온 허 명예회장은 세대교체를 위해 차기 회장직을 누구에게 물려줄지를 놓고 각 가문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 허 사장은 고(故) 허만정 GS그룹 창업주 장남인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아들이다.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에서 근무하며 경영 수업을 받던 허 사장은 사촌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서홍 ㈜GS 부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과 함께 유력 후계자로 거론됐다. 허남각 회장이 아들의 입지 강화를 위해 ㈜GS 주식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는 해석이 나온 배경이다.
'오너4세 경영시대'가 개막할 것이란 시장 예상과 달리, 2대 회장에는 3세인 허태수 회장이 낙점됐다. 이에 허 사장은 2019년 말 GS칼텍스에서 스스로 퇴사했고, 삼양통상 사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지주사 주식을 대거 매입하면서 0.21%(20만주)이던 지분율을 단숨에 0.59%로 늘렸다. 지난해 말까지도 ㈜GS 주식 40만주를 사들이며 그룹 경영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삼양통상의 ㈜GS 지분율에 변동이 발생한 것은 약 6개월 만이다. 주가가 비교적 하향곡선을 그리는 시기에 주식을 대거 매도한 점은 이례적이다. GS그룹 오너가는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자발적인 지분 확대를 이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2020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오너가의 주식 매집이 두드러진 이유도 궤를 같이 한다. 평균 매입 단가가 4만원대 초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세차익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삼양통상 재무건전성이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만큼, 대규모 현금을 조달해야 할 필요성도 크지 않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양통상의 부채비율은 12.88%다. 현금및현금성은 약 60억원이고,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상품과 단기투자금융자산까지 포함하면 2000억원이 넘는다.
허 사장 개인적으로도 ㈜GS 주식 매입은 중단된 상태다. 허 사장이 마지막으로 지주사 주식을 사들인 것은 작년 8월이다. 허남각 회장은 오히려 ㈜GS 주식을 팔아 현금화했다. 타 가문 3세들의 경우 자녀에게 보유 주식을 증여했다는 점과 대조된다. 허 사장 아들이자 오너 5세인 허성준 군(2008년생)도 보유 주식을 일부 처분한 상태다. 앞서 허 군은 2020년 8월 처음으로 ㈜GS 주식을 취득하며 최연소 주주에 이름을 오른 바 있다. 대신 허 사장은 삼양통상 주식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현재 지분율은 24.00%로 2년 전과 비교할 때 약 2%p 확대됐다.
재계에서는 삼양통상과 허 사장 일가의 ㈜GS 지분 축소를 두고 사실상 오너 4세간 패권 경쟁에서 빠진 것이라고 풀이한다. 허 사장과 함께 대권주자로 꼽혀온 허세홍 사장과 허윤홍 사장은 각각 핵심 계열사를 이끌며 미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허서홍 부사장의 경우 그룹사 전반의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부친 회사를 이끄는 허 사장의 경우 후계자로 지명될 명분이 약할 수밖에 없다. 3세 경영체제가 지속될 여지도 충분하다. GS 3세 막내인 허용수 GS에너지 사장과 4세 맏이인 허세홍 사장의 나이차는 1살 밖에 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삼양통상이 가문 차원에서 주가 방어를 위해 사들인 주식을 도로 처분한 것에 불과하다며 '과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허 사장이 여전히 '장손'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고, 4세 중 가장 많은 ㈜GS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태수 회장 체제도 올해 3년차에 불과한 만큼, 다음 총수를 거론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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