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소비' 트렌드에 '못난이 농산물' 조명 쓰레기 줄이고 농가 상생, 화장품으로 재탄생 라타플랑 순천 미나리·쏘내추럴 강릉 감자 등
이 같은 움직임은 '푸드 리퍼브'로 통한다. 푸드 리퍼브란 음식(Food)과 재공급품(Refurbished)의 합성어다. 품질에는 문제 없지만 모양이나 크기 등 외관에서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버려졌던 식품을 구매하거나, 그 농산물을 활용해 새 식품 또는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뿐 아니라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까지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점이 리퍼브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차세대 소비 주체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을 중심으로 가치가 있는 곳에 소비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트렌드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과도 맞물린다.
못난이 농산물은 대부분 헐값에 처분하거나 산지에서 폐기 수순을 밟았다. 일부 가공하더라도 안정적인 수요처를 찾기 어려워 농가 입장에서도 골칫덩이였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한국협회가 작년 10월 발표한 국제기구 농수산동향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식품의 14%가 수확에서 소매에 이르는 과정에서 손실된다. 이는 식량불안을 악화시키고 결국 먹지 않는 식품을 생산하기 위한 토지·물·에너지의 낭비는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못난이 농산물은 농가와 소비자, 지구 환경에도 좋은 일석삼조의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4년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인 '인터마르셰(Intermarche)'의 '부끄러운 과일과 채소(inglorious fruits&vegetables)' 캠페인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못생긴 당근, 수프에 들어가면 상관없잖아?'라는 슬로건과 함께 못난이 당근을 팔면서 푸드 리퍼브라는 단어를 유행시켰다. 국내에선 2019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만든 '못난이 감자'가 대표적이다.
친환경 경쟁이 치열한 화장품 시장에서도 다양한 지역의 대표 못난이 농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스킨케어 브랜드 라타플랑은 전남 순천시와 협약을 통해 무농약 인증 친환경 미나리를 사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농가와 직접 계약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비규격 미나리를 화장품의 원료 생산에 사용함으로써 친환경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미나리 진정 세럼'은 순천만에서 건강하게 자란 무농약 미나리를 수비드 공법으로 진하게 우려냈다. 피토-시카 콤플렉스(달아오른 피부를 진정시켜주는 시카성분)로 민감하고 예민해진 피부 케어를 돕고, 5중 레이어링 히알루론산이 피부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당기거나 건조함 없이 촉촉한 수분 장벽을 형성해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가장 한국적인 클린뷰티'를 지향하는 라타플랑은 작년 9월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에서 자란 미나리를 핵심 성분으로 선정했다. 현재 토너, 세럼, 수분크림, 선크림, 클렌저 5종으로 구성된 미나리 진정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쏘내추럴의 '쏘 비건 어글리 포테이토 마스크'는 버려지는 감자를 활용한 슬리핑팩이다. 동물성 원료 0%, 100% 비건 제품으로 강릉에서 자란 못난이 생감자를 업사이클링했다. 이 제품은 프랑스 비건 인증기관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 'EVE VEGAN' 인증을 획득했다. 패키지는 친환경 콩기름 잉크로 인쇄된 100% 사탕수수 자연 유래 종이를 적용했다.
어글리시크는 '못난이 농산물'을 화장품으로 업사이클링하는 뷰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그냥 나답게' 있는 그대로 보자는 브랜드 철학을 담았다. 여성의 몸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뷰티 브랜드로서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 제품인 '유기농 사과 페미닌 워시폼'은 전라북도 무주에서 자란 유기농 못난이 사과 추출물을 담은 여성청결제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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