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소유권 없는 '반쪽짜리 집' 우려서울선 폭등, 지방선 나락···지역별 반응도 천차만별
13일 업계에 따르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는 올해 연말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인 '상생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해서 낮은 분양가로 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흔히 '반값 아파트'나 '원가 아파트'로 불린다. 토지는 공공기관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기 때문에 건축비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어서 인근 시세 대비 절반 수준에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분양자는 건물에 대한 권리인 '지상권'만 소유할 수 있고, 매월 약 30만 원 수준의 토지임대료를 납부해야 하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토지임대부 주택이 가격 안정에는 별 기여를 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11년과 2012년 각각 분양한 서울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와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도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당시 전용 84㎡ 분양가는 2억원대에 불과했다. 그런데 전매제한기간인 5년이 끝나자마자 건물 매매가가 8억원대로 뛰었고, 현재는 매매가 10억원, 호가는 15억원에 달한다.
제도 자체의 한계점도 상당하다. 토지 소유권이 없어 전세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분양가나 토지임대료 책정할 때도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분양가나 토지임대료가 너무 저렴하면 수요자가 몰리면서 건물시세를 자극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분양가나 토지임대료를 높게 책정하면, 미분양이 되기 쉽다.
토지임대부 주택의 가장 큰 단점은 주민들에게 '재건축'에 대한 권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재건축은 기존의 땅과 주택을 자산으로 삼아서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인데, 건물은 노후화가 진행됨에 따라 감가상각 돼 가치가 0원에 가깝게 떨어지게 된다. 결국 '땅'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토지임대부 주택은 '땅'을 주민이 아닌 공공이 가지고 있다. 공공이 땅을 주민들에게 팔지 않으면, 재건축은 꿈도 못 꾼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중산시범아파트는 1970년 6월에 지어져 1996년에 이미 재난위험 D등급의 특정관리대상 시설이 됐지만, 아직 재건축 조합도 설립하지 못한 상태다. 재난위험 D등급은 긴급한 보수·보강 및 사용제한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중산시범아파트가 재건축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토지소유권이 서울시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민들이 땅을 통매입하지 않으면 재건축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다행히 서울시에서 토지매각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중산시범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토지매입에 가구당 4억2000만원 수준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전문가들은 토지임대부 주택이 무주택자의 주거 문제와 주택 가격 안정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결국 땅값의 지불을 재건축 시기까지 미루는 방법을 통해 공급가격을 낮게 보이도록 만든 것에 불과하다"면서 "재건축 시기까지 장기거주 할 주민들 입장에서는 최소 30년 동안 오른 땅값을 부담해야하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장기적으로 주거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LH 출신 건축시공기술사 A씨는 "주택을 지을 때 라멘(기둥보방식)구조를 도입해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새 집으로 고칠 수 있는 '장수명주택'으로 짓고, 거주권 내지 지상권은 자유롭게 거래하도록 하면 주거 안정에 분명히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토지소유권이 없는 중국 등도 사실상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마찬가지인데, 아무 문제가 없지 않나"라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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