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4조원 던진 외국인, 10월엔 순매수 행진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만 1.59조원 사들여환율-코스피 지수 괴리 확대에 저가매수 심리 ↑양안관계 악화 여파에 韓 반도체 빅2 '반사이익'
증권가에서는 최근 들어 나빠지고 있는 중국과 대만 간 관계 탓에 대만 TSMC가 적잖은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TSMC 대신 삼성전자를 훨씬 주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 내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주식 가치 규모는 1조8868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달 첫 거래일인 4일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10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10일간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사들인 종목을 살펴보면 국내증시를 대표하는 대형주가 많았다. 삼성전자 주식 순매수액만 8374억원에 달했고 SK하이닉스(7561억원), LG에너지솔루션(1802억원), 삼성SDI(1671억원), KT&G(819억원) 등이 순매수 상위 목록에 랭크됐다. 특히 반도체 빅2에 대한 순매수세가 집중된 점이 이채롭다.
한 달 전 모습과 비교한다면 180도 다른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9월 중 외국인 증권 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9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8370억원 상당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의 순매도 규모까지 합하면 2조3330억원에 이르렀다. 한 달간 2조원을 내던지던 외국인이 돌연 '바이 코리아'로 기조를 확 바꾼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들어 급등한 원/달러 환율과 급락한 코스피 지수 환산치 간의 괴리가 외국인들의 투심을 오히려 자극했다고 보고 있다. 환율 강세와 코스피 지수 급락으로 두 지표 간의 괴리 폭이 커지는 것은 이례적 현상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외국인들은 환차익을 보기 위해 증시에서 돈을 빼내기 바쁘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오히려 다르다. 국내증시가 단기 급락하면서 다수 종목의 주가가 크게 내려갔다.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저가에서 주식을 사들일 만한 심리가 강해졌고 결국 적극적인 순매수로 기조를 바꾼 셈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삼성전자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인 것일까. 증권가에서는 양안관계의 악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두 나라 간의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고 군사적 긴장까지 고조되고 있다.
양안관계 악화는 대만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인 TSMC에도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TSMC는 뉴욕과 대만 증시에서 급락하고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지난 8월 중순 90달러선에 있던 주가가 63달러까지 내려갔고 대만증시에서도 연고점 대비 40% 정도 빠졌다.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업황이 부진한 것은 유사하지만 대만의 경우 대내외 정세 문제가 악재로 작용하면서 그나마 최근 주가 하락 폭이 제한적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고 보는 셈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중 한국보다 높았던 대만 제조업 PMI 지수는 하반기 들어서 가파른 추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반도체 업황 부진과 함께 양안관계 악화가 대만 제조업 경기에 큰 충격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보다 대만 IT 업황 사이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국내 전기·전자업종의 매수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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