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보험·시스템 자회사 대표 인선 지연에 우려"은행과 금융당국 의견차가 기업 경영공백 초래" "인사권은 행장에게···당국, 훼방 말아야" 지적도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종원 행장을 향해 IBK시스템 대표 인사가 지연되는 배경을 추궁했다.
이날 소병철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금융위와의 이견 때문이고, 윤 행장의 임기가 끝나야 인사가 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여러 억측이 나오는 데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자회사 인사권은 금융위가 아닌 기업은행장에게 있는 것 아니냐"고 재확인하며 "당국의 요구가 기업은행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부당한 내용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는 4월 임기를 마친 김주원 IBK시스템 대표가 아직까지 후임자에게 업무를 넘기지 못한 것에 주목한 발언이다.
윤 행장은 갑작스런 질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인물을 놓고 실무적으로 협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며 "가급적 빨리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이어 "자회사 인사권은 행장에게 있지만, 국책은행이다보니 협조 차원에서 금융위와 인사 검증을 같이 해왔다"며 "기업은행 자회사의 경우 후임 CEO가 선임될 때까지 기존 대표가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 경영공백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외부에선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업은행과 금융위의 관계가 크게 악화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당국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인사가 제 때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윤 행장도 국무조정실장 후보로 거론됐다가 여당의 반대로 고배를 마시면서 정치권과 얼굴을 붉혔다.
실제 기업은행은 IBK시스템 뿐 아니라 캐피탈, 증권, 보험 등 모든 자회사의 굵직한 인사를 중단한 상태다.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와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 김창호 신용정보 대표, 양춘근 IBK연금보험 대표 등도 지난 3월과 4월에 걸쳐 임기를 끝냈지만, 여전히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기업이 통상 정기 주주총회 전에 CEO 등 인사를 매듭짓는 것과 대조적이라 할 만 하다.
사외이사 자리도 마찬가지다. 기업은행은 신충식·김세직 사외이사의 임기가 3월 만료됐음에도 반년 넘게 후임자를 결정하지 못했다. 새로운 사외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신충식 이사가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한화생명으로 옮긴 김세직 이사의 자리만 비워두고 있다. 정권 교체기 공공기관 인사를 자제하라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지침에 한 차례 판단을 유보한 금융위가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행장의 제청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따라서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차기 행장 취임 이후에나 인사를 검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또는 후임 행장과 가까운 인물로 경영진을 꾸릴 것이란 분석이다.
윤 행장이 내년 1월 임기를 마치는 가운데, 현재 기업은행 안팎에선 관료 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하마평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과 도규상 전 금융위 부위원장,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의 이름도 들린다.
다만 기업은행을 이처럼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와중에 조직에 변화를 줌으로써 대응태세를 구축하지 않으면 은행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감 중 윤 행장의 말처럼 행장과 사외이사를 제외한 기업은행 내 모든 인사권은 금융위가 아닌 CEO에게 있다"면서 "국책은행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당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관행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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