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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천국서 지옥으로···'증권가 1조 클럽' 올해는 없다

1년 만에 천국서 지옥으로···'증권가 1조 클럽' 올해는 없다

등록 2022.10.28 16:12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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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 상회 증권사 5곳증시 불황·IPO 시장 급랭 탓에 이익 급감미래에셋증권 외엔 1조원 문턱도 못갈 듯내년 증권사 사업계획 수립도 '오리무중'

1년 만에 천국서 지옥으로···'증권가 1조 클럽' 올해는 없다 기사의 사진

국내외 증시의 대호황과 기업공개(IPO) 대상 기업들의 연이은 흥행 효과 덕에 사상 최고의 경영 성적표를 받았던 증권사들이 불과 1년 만에 정반대의 연간 경영 성적표를 받게 됐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5곳이나 가입했던 '이익 1조 클럽'이 올해는 문조차 못 열 판이다.

증시 불황은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은 증시에서 손을 털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IPO에 나서려던 기업들은 연달아 상장을 철회했고 실적 악화의 대안으로 꼽혔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천덕꾸러기로 돌변했다.

1년 사이 적게는 30%, 크게는 50% 이상의 이익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당장의 이익 감소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장기적 생존마저 걱정해야 할 정도로 증권가 사정이 나빠졌다. 이 때문에 내년 사업 계획을 짜야 하는 증권사들은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렸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 중 올해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은 1조4860억원의 영업이익과 1조15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국내 증권사 중 이익 규모 1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미래에셋증권은 영업이익과 순이익 지표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이익 규모는 확 줄었다.

1조원을 훌쩍 넘었던 영업이익은 1조원 돌파가 미지수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9950억원 수준이다. 다음달 3분기 실적 발표 후 정확한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현재의 전망치로만 본다면 1조원의 문턱 앞에서 멈추거나 턱걸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순이익은 1조원 하회가 유력하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의 순이익 전망치는 7600억원 안팎이다. 1조1530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비교한다면 약 34%의 이익 감소가 전망되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도 상황이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조3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던 삼성증권은 올해 영업이익이 6400억원대로 전망되고 있다. 순이익은 9650억원에서 4700억원대로 급감할 전망이다. 그야말로 반토막 수준의 이익 감소가 유력하다.

지난해 증권사 중 순이익 2위를 기록했던 한국투자증권 역시 올해 7800억원대의 영업이익과 5800억원대의 순이익 시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IPO 시장에서 연달아 쓴잔을 들이킨 NH투자증권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지난해의 절반 수준 추락이 유력하다.

1조2000억대 초반의 영업이익과 9100억원대의 순이익을 냈던 키움증권도 올해는 7000억원대 초반의 영업이익과 5200억원대의 순이익 시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라면 올해 국내 증권업계에서 '이익 1조 클럽'이라는 말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될 듯하다.

사실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는 올해 초부터 점쳐졌던 일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증시 거래대금 감소는 올해 초부터 본격화된 증시 불안과 맞물리며 가속도가 붙었다. 더구나 지난해 실적이 워낙 좋았기에 이에 대한 기저효과도 실적 추락을 더 돋보이게 했다.

하지만 증시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한데다 연쇄적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은행 예·적금으로의 '머니 무브' 현상이 두드러졌고 증권사 입장에서 쏠쏠한 수익원으로 꼽혔던 IB 업무와 부동산 PF 사업에서도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이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혔다.

문제는 내년이다. 내년에도 최소 상반기까지는 현재의 부진한 시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최근 터진 채권 시장의 불안은 자금시장의 경색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판단이 우세하고 IPO 시장도 현재의 냉각이 언제 풀릴 것인지 기약이 없다.

다가올 11월부터 내년 사업 계획을 본격적으로 짜야 하는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내년 시장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보니 사업의 핵심을 어느 방향에 둬야할지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른 수건 짜기'로 대표되는 보수적 기조를 새해 경영 계획의 기반으로 둔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이익이 어느 정도 나와야 수건을 짤 동력이라도 생긴다. 현재는 무슨 사업을 해도 이익을 보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업계 상황이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 고점이 워낙 높았던 만큼 이에 대한 추락의 여파도 상당하다"면서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비용 소비를 최대한으로 줄이고 각 회사마다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이 짜이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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