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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의 유상증자' 꺼낸 제주항공, 조달 현금 32% 줄었다

'회심의 유상증자' 꺼낸 제주항공, 조달 현금 32% 줄었다

등록 2022.11.01 10:48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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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0억 유증 결정, 신기재 '보잉 737맥스' 도입비기대 못 미치는 회복세, 비우호적 영업 환경 조성발행가액 1만1750→7980원, 추가 자금조달 불가피코로나 전보다 유통주식수 3배 늘어, 주가 하락요인

'회심의 유상증자' 꺼낸 제주항공, 조달 현금 32% 줄었다 기사의 사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 업체인 제주항공이 대규모 유상증자로 2020년부터 3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나선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딘 항공업황 회복세에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맞물리면서 제주항공의 조달 자금 규모가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달 31일 유상증자 확정 발행가액을 주당 7980원으로 확정됐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총 조달 자금은 2173억원이다. 앞서 제주항공은 8월 이사회를 열고 시설자금 조달을 위해 3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이번에 모집하는 현금은 차세대 기종인 보잉사의 737맥스와 엔진 등 기자재 구매 비용으로 쓰이게 된다. 하지만 주가 하락 영향으로 조달 가능한 현금 규모는 목표액 대비 32% 넘게 줄어들었다.

2015년 국내 LCC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제주항공의 주가는 상장 초반 4만원대를 기록했다. 초호황기이던 2018년에는 5만원대 벽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하반기부터 발생한 '일본 여행 보이콧 운동' 여파로 주가는 2만원대 후반대로 하락했고, 코로나19 사태가 겹친 2020년 초에는 최저인 8300원대를 찍기도 했다.

주가는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에 접어든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특히 유상증자를 결정할 당시에는 1만5000원대를 오가면서 예정 발행가액은 주당 1만1750원이었다. 정부가 관련 규제를 풀면서 항공업 전반의 기대감은 더욱 고조됐다. 정부는 올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을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의 50%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고 밝혔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입국 제한 등의 조치를 대폭 완화했다.

제주항공은 '리오프닝'으로 업황 정상화 시점이 다가오는 만큼, 이에 대비해 신기재 확보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보잉 737맥스 40대(옵션 10대 추가시 총 50대)를 통해 중단거리 노선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다. 시장의 기대감은 한껏 고조됐다. 그동안 억눌려온 해외 여행 수요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3분기 기준 인천공항 국제여객수는 작년 3분기 대비 500%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기대치에는 못치는 분위기다. 휴가철이 몰린 7~8월에 정점을 기록한 이후 국제선 승객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8월 제주항공 국제선 여객수는 늘어난 11만2207명을 기록했지만, 9월에는 24.7% 줄어든 8만4543명에 그쳤다. 또 국제유가 인상과 고환율 등 부정적인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제주항공 주가는 우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1차 발행가액은 예정 가액보다 500원(4.3%) 하락했고, 2차 발행가액은 1차 가액보다 무려 3270원(29.1%) 떨어졌다. 확정 가액은 1차와 2차 중 더 낮은 금액으로 결정된다.

유상증자 자금 규모가 축소되면서 제주항공의 재무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측은 "2024년까지 보잉 737 맥스 기종 도입에 필요한 예상 자금은 약 3388억원(9월 기준)이고, 추가적인 자금이 소요될 수 있다"면서 "부족 자금은 회사의 내부자금이나 금융권 차입으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38.5원이었는데, 지난달에는 1400원을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고환율 여파로 제주항공이 지불해야 하는 실제 기재 비용 규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초 목표한 금액을 채우지 못한 만큼, 자체현금을 끌어오거나 추가 유상증자를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제주항공이 이르면 내년 1분기께 흑자 전환할 것이라면서도, 순손실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한다. 순이익을 내더라도 곳간에 현금이 쌓이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실탄 부족'이 유지될 것으로 우려된다. 상반기 별도 기준 제주항공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628억원이다. 하지만 이미 부채비율이 854%에 달하는 만큼,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외부에서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유상증자 횟수가 늘어나면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수도 많아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주가는 희석된다. 코로나19 이전 2628만6884주이던 유통주식수는 이번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7699만3711주로 3배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통합 LCC 출범 이슈가 존재하는 만큼, 제주항공이 경재력을 잃지 않으려면 신기재 도입이 필수적"이라며 "리오프닝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중국의 해외여행 규제가 풀려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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