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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의 산업은행 '꼼수 이전' 논란 확산···'준법투쟁'한 노조는 분통

강석훈의 산업은행 '꼼수 이전' 논란 확산···'준법투쟁'한 노조는 분통

등록 2022.11.29 07:50

수정 2022.11.29 08:42

정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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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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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동남권 영업조직 개편 검토 법안 개정 난항에 우회로 찾은 듯 노조는 반발···"법적 책임 물을 것"

28일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산은 노동조합이 '산업은행 꼼수 이전을 위한 불법 이사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산업은행 노동조합 제공28일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산은 노동조합이 '산업은행 꼼수 이전을 위한 불법 이사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산업은행 노동조합 제공

"동남권 영업조직 확대는 우회적으로 본점을 옮기려는 '꼼수'이자 산업은행법과 정관을 무시한 위법 행위다. 강행 시 물리력을 동원해 막는 것은 물론 사내·사외이사에게도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조직개편을 명분 삼아 상당수를 경남으로 이동시키려 하자 노동조합을 비롯한 임직원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실상 법 개정이란 절차를 무시하고 본점의 부산 이전을 강행하려는 것으로 읽혀서다. 무엇보다 직원과의 공감대 없이 강 회장이 기습적으로 움직인 모양새라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産銀, 이사회서 '동남권 조직개편안' 표결=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동남권 영업조직 확대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표결에 부친 뒤 예년보다 약 1개월 앞당겨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최근 유출된 이사회 문건을 보면 산업은행은 현행 중소중견금융부문을 지역성장부문으로 바꾸고 산하에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신설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운영 중인 해양산업금융실을 기존 1실 체제에서 2실 체제로 확대하고 조선사 여신 등 해양산업 관련 영업자산도 이관한다. 이를 통해 동남권 영업조직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개편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은행 측은 부문장 등 100여 명을 추려 해당 지역에 배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본점 해양금융 조직과 해운 관련 여신을 취급하는 서울 종로·여의도 지점 업무 담당자 등을 포함한 대규모 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산은법·정관 위반"···노조, 강경대응 예고=임직원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해진 절차를 어겼을 뿐 아니라 업무 효율성까지도 무시한 행보여서다.

먼저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동하려면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한 한국산업은행법 4조1항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법 개정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띠자 강 회장이 대통령실에 성과를 내놓기 위해 조직개편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대목은 강 회장이 산업은행 정관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은행 정관엔 산업은행이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두고, 해양금융 담당 조직만 부산광역시에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변경하려면 이사회와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강 회장은 본부 기획부서를 통째로 옮길 계획을 수립하면서 정관을 고치려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양금융 거점을 전환하는 이번 개편안이 산업은행의 영업력 강화를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업무의 비효율화를 초래함에 따라 오히려 경쟁력을 실추시킬 것이란 인식이 짙다. 거제·부산에 조선소가 집중돼 있기는 하나, 통상적으로 자금 관련 논의는 주요 은행과 기업의 자금 부문이 모여 있는 서울에서 이뤄지는 탓이다.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전날 성명서를 통해 "강 회장은 '동남권 영업 확대'라는 누가 봐도 억지스런 명분을 붙여 지원부서 신설과 100여 명 규모의 인원 부산 배치라는 조직개편안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키려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서 한 두개 신설하거나 옮기는 것은 이사회 의결 사항이 아니고 회장이 결재하고 추진하면 된다"면서 "강 회장도 동남권 발전이라 포장했지만 이번 조직개편이 산은법 개정 전에 무리하게 추진하는 부산 이전 시도이며 혼자서 그 책임을 온전히 떠맡기에는 부담스럽다고 느낀다는 뜻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업무 공백 없도록 협조했는데···강 회장은 '꼼수'만"=덧붙여 산업은행 직원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강 회장을 향한 '배신감' 때문이기도 하다. 대치 국면 속에 정책금융의 공백을 피하고자 협조해왔음에도 강 회장이 직원을 기만하고 독단적으로 모든 계획을 짰다는 이유에서다.

강 회장은 취임 초부터 노사가 참여하는 소통위원회를 꾸려 의견을 수렴하고 설명회를 통해 직원을 이해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통위원회는 구성되지 않았고, 설명회도 난항을 빚고 있다. 특히 강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단 한 차례 열린 현안 설명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갈등을 키웠다.

반면 산업은행 노조는 갈등 속에서도 규율을 지키고자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일 정규 출근 시간(9시)을 앞둔 오전 8시30분 본점 1층에 모여 20분 동안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연 게 대표적이다. 근무시간을 지킴으로써 업무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이들의 '준법시위'는 175일째 계속되는 중이다. 그럼에도 강 회장과의 대화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법률 검토를 통해 동남권 영업조직 확대가 산업은행법과 정관에 반하는 계획이란 의견을 확보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각 사외이사에게 개편안의 부당함을 적극 피력하고 '꼼수' 이전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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