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름만 다른 상품들이 줄이어 출시되는 상황을 두고 당국 관계자가 한 말이다.
보험 시장은 고령화·저출산·문화적인 영향으로 레드오션화 된지 오래다. 그러다보니 조금 잘나간다 싶은 상품은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업권을 넘나들며 재생산되고 비슷한 보장이 넘쳐난다.
민식이법 이후 인기를 얻은 운전자보험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 손해보험사를 뒤이어 생명보험사들도 관련 특약을 추가한 상품을 내놓는 추세다.
흥국생명, NH농협생명에 이어 한화생명은 올해 전략 상품으로 운전자보험 성격을 띈 재해보험을 출시했다. 하지만 이는 곧 논란을 가져왔다. 재해보험에 포함된 교통사고부상지원(교부상) 특약이 기존 운전자보험의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자부상) 특약과 보장이 다르지 않음에도, 자부상 지급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 받지 않는다는 영업현장의 민원이 쏟아졌다.
자부상 특약은 지난해 경상 환자에게 과도한 치료비 보험금이 돌아가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올해부터 지급 한도가 30만원으로 정해졌다. 모럴헤저드를 방지한다는 차원의 조치였지만 영업현장에선 마케팅 포인트가 줄어든 것인만큼 불만도 터져나왔다. 그런데 한화생명이 비슷한 보장으로 금감원의 인가를 거쳐 경미한 사고에도 더 많은 보장을 해줄 수 있다고 영업을 하니 업계가 눈살을 찌푸린 것이다.
논란은 금감원의 선제적인 노선 정리와 원수사간 합의를 통해 교부상도 자부상 지급 기준에 포함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반면 한화생명 입장에선 당초부터 당국 허가를 거쳐 합법적으로 내놓은 전략 상품이 물어뜯기니 억울할만도 하다.
사실 근본적인 이유는 먹거리가 줄어든 상황이 계속되면서 실질적인 수익과 연결되는 일부 상품에 영업 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실제 교부상이 자부상과 같은 상품이냐 아니냐를 논할 때 항상 따라 붙었던 말은 '영업현장에서 이런 문제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경쟁적'이라는 것이었다.
이같은 상황에 감독당국은 원수보험사들에게 다양한 상품 개발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보험사들의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부여하는 독점권인 배타적사용권이 부여된 현황을 보면 지난해 생명보험사 총 9건, 손해보험사 26건 수준이다. 통계적으로 배타적사용권은 과거에 비해 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당국은 원수보험사들이 수익 측면 그 이상으로 저변을 넓힐만한 상품의 필요성을 지적한 셈이다.
보험사들 역시 이를 외면하고 있지 않다. 짧은 독점 기간과 현실적인 영업 환경의 축소 탓에 배타적사용권에 대한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시장이 쪼그라드는 현실을 타개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독창적인 상품 개발은 의미가 있다. 최근 출범한 KB라이프생명보험의 '역모기지 상품'은 국내에선 없던 개념으로 만든 종신보험 상품이다. 해당 상품은 배타적사용권은 물론 다수의 보험사에게서 사용권 문의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취재 과정에서 전해 들은 '내가 못 파는 건 괜찮아도 다른 사람이 파는 건 못본다는 게 보험영업 상황'이라는 말이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설명한다. 과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많겠지만, 원수보험사들의 독창적 상품 개발 노력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