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신년간담회 임기 만료 소회 "R&D 중심 변화에 보람"정부지원 아쉬움···'컨트롤타워' 설치 필수적
지난 6년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이끌어온 원희목 회장은 30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강당에서 열린 신년간담회에서 임기 만료에 대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원 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21대 회장에 취임한 후 한 차례 연임과 한 번의 임기 연장으로 6년간 제약바이오협회를 이끌었다. 원 회장의 임기는 내달까지다.
원 회장은 "회원사들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연구개발(R&D) 중심으로 변화하고 파이프라인도 3배 이상 늘었다"며 "이 얘기는 시도가 늘었다는 얘기다. 이 과정을 함께 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결과를 내는 것은 다음 회장의 소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 3번째로 코로나19 백신‧치료제를 모두 개발하고,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세계 유일의 바이오인력 양성 허브로 지정되는 성과를 달성했다.
또 국내 개발 신약 2개가 탄생하며 누적 36개로 늘어나고,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은 2018년 573개에서 2022년 1882개로 증가했다. 의약품 수출은 2021년 대비 24% 늘어난 10조7300억원을 기록했으며, 기술수출은 6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의약품 시장(1600조원) 규모 대비 국내 시장(25조원) 비중은 1.5%에 불과한 실정이다. R&D 규모도 글로벌 10대 빅파마는 82조원인데 반해 국내 10대 제약기업은 1조4000억원에 그친다. 블록버스터급 신약도 아직은 없는 상황이다.
제약주권 핵심 지표인 '자급률'도 낮다. 완제의약품의 경우 2011년 80.3%였는데 2021년 60.1%로 떨어졌고, 원료의약품은 자급률이 24.4%에 머물고 있다. 백신 자급률은 50%정도다. 필수예방백신 28종 중 14종만 국내에서 개발‧생산 중이다.
정부 예산도 세계 주요국들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미국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바이오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발령하고 필수의약품 생산역량 강화,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 등에 2조7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건강중국 2030'과 '중국제조 2025'를 통해 2030년까지 바이오산업 규모 1800조원 달성을 추진한다고 밝혔고, 일본도 최근 5년간 제약바이오 R&D에 8조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난해 보건의료 총 예산은 4조5000억원으로 미국 56조의 12분의 1 수준이고, 제약바이오 R&D예산 1조8000억원 중 기업 지원은 14.6%에 불과하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도 미국은 예산 14조원을 지원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2년간 4127억원을 지원했을 뿐이다.
원 회장은 "지난 6년간 실질적으로 결과가 도출된 사례는 많지 않았으나 그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이 산업에 대한 국민의, 정부의, 산업계의 생각이 바뀌고 행동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라며 "다만 정부 차원의 제약바이오산업 육성방안이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의약품 개발에 성공하고 자급률을 제고하며 제약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험의약품 가격제도 개선과 국산 원료 사용 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 및 세제 지원, 국무총리 직속의 컨트롤타워 설치‧가동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원 회장은 "제약주권의 핵심 지표는 자급률"이라며 "원료의약품 등의 높은 해외 의존도는 공중보건 위기상황 발생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사회안전망 기능을 상실시킬 수 있다. 특히 20%대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보건안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원료‧필수의약품‧백신의 국내 개발‧생산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산 원료 사용 완제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와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국산 원료는 중국산, 인도산에 비해 인건비가 높고 품질도 좋기 때문에 원가가 높다. 해외 전량 의존 원료를 국산으로 대체 활용시 약가 차등제 예외 적용해야한다"고 부연했다.
또 원 회장은 보험의약품 가격제도를 산업 육성 지원기조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R&D 투자비도 회수하기 힘든 낮은 보상체계로 인해 신약개발 동기부여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제약회사들의 영업이익은 매출의 6~7%이고, 최대가 9% 정도다. 그런데 R&D 에 10% 이상 투자한다"며 "회사들의 유일한 캐시카우가 약가인데, 약가를 깎으면 선순환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우리나라는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약물이 없다. 국내에서는 100억원 이상만 팔려도 블록버스터라고 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조단위로 흘러간다"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성과를 냈다고 하려면 글로벌 시장에 의약품을 론칭하는 날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회장은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국무총리 직속 컨트롤타워의 조속한 설치‧가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는 산업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각 부처 정책을 총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원 회장은 "국내 신약개발 현황을 보면, 기초임상에서 전임상으로 넘어가는 비율이 10%밖에 안 된다. 연구를 선정하는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다는 얘기"라며 "2상, 3상 단계로 진입하는 비율은 더 떨어지게 돼 있기 때문에 전임상으로 가는 비율을 더 늘려야 한다. 문제는 이 단계에서 엄청난 비용을 쓴다는 거다. 기초연구를 선정할 때부터 컨트롤타워가 같이 판단한다면 비효율적인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약강국으로 가는 여건들은 충분히 있는데 힘이 모아지질 않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정부차원의 결단력이 필요하다. 바이오펀드 규모를 1조원대로 확대하고 최종 임상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운용해야 한다"라며 "병아리로 둘 게 아니라 닭으로 키워서 알을 낳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사료값을 아끼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는 산업계에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활성화를 주문했다.
원 회장은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산업 전반이 위축됐다. 지난해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M&A가 축소되고 거래금액도 크게 줄었다. 실제 자금조달은 80% 가까이 줄었는데, 체감으로는 100% 감소한 것 같다"라며 "벤처캐피탈의 바이오 투자 비율도 이전까지는 30%대를 꾸준히 유지했었지만 최근에는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럴 때 벤처, 스타트업들은 버티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캐시카우가 있는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변별력 있게 투자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자금이 필요한 기술 기업과 협업을 통해 글로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협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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