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추위, 차기 회장 후보에 임종룡 발탁 정책·현장 부문에 해박한 '금융 전문가'"조직혁신으로 소비자 신뢰 회복할 것"
◇'30년 경력' 경제관료 출신 금융전문가=우리금융지주는 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회의를 열고 임종룡 전 위원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1958년생인 임종룡 내정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오리건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래 30년 넘게 공직에 몸담으면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기획조정실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1차관 등 요직을 거쳤다. 또 'MB 정부' 때 국무총리실장을, 박근혜 정부에선 금융당국 수장을 지냈다.
아울러 임 내정자는 금융위원장으로 이동하기 직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위원장 재직 시절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에도 관여해 정책과 현장 모두에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추위 측은 임 내정자에 대해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고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농협금융 회장직도 2년간 수행하는 등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라면서 "금융시장뿐 아니라 거시경제와 정책 전반에 폭넓은 안목을 갖춘 그가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임 내정자는 2월 정기이사회에서의 후보 확정 결의 후 3월24일 개최 예정인 정기주주총회에서 임기 3년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관치 논란' 속 조직 화합 급선무=임 내정자에겐 CEO 교체 시기와 맞물려 어수선해진 그룹 내부를 정비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는 이른바 '관치 논란' 속에 관료 출신 외부 인사가 CEO로 발탁돼 내부적으로 반감이 상당한 것으로 감지돼서다.
특히 임 내정자는 '우리금융 회장 내정설'의 주인공인데다,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 인선 과정에서도 물망에 올랐던 만큼 현 정권과 뜻을 같이 하는 인물로 분류된다. 그가 장고 끝에 임추위의 후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을 놓고도 정부의 주문이 있었을 것이란 해석을 낳기도 했다.
현재 우리은행 노조는 외부 출신 인사가 CEO로 확정된 데 따른 대응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우에 따라선 임 내정자의 출근을 저지하는 등의 움직임도 고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민간금융회사'로 거듭난 우리금융 인사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따라서 임 내정자로서는 취임 전 노조와 접촉해 목소리를 듣고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임 중징계'로 쌓인 '앙금'도 풀어야='라임 사태 중징계' 등으로 악화된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임 내정자의 숙제다.
우리금융은 지난 몇 개월간 금융당국과 불편한 동행을 이어왔다. 작년 11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징계가 확정되면서 우리은행이 중징계를 받았고, 그 여파에 그룹 CEO 손태승 회장의 연임 도전까지 무산된 탓이다.
당시 금융위는 우리은행엔 사모펀드 신규 판매 3개월 정지와 과태료 76억6000만원 등 징계를, 손 회장에 대해선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을 제한하는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다만 이를 놓고는 이견이 적지 않다. 신한은행의 경우 같은 상품을 판매하고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제재를 받은 데다, 우리은행은 리스크를 파악하고자 많은 노력을 한 만큼 지나치게 무거운 제재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우리은행도 징계의 당위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자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중이다.
따라서 임 내정자도 이 부분을 심도 있게 들여다볼 것으로 점쳐진다. 배임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지만 당국과의 관계 개선 측면에서 소송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숙원 사업' 보험·증권 인수 언제쯤?=이밖에 임 내정자로서는 '종합금융그룹' 재건을 위한 청사진도 제시해야 한다.
우리금융은 2019년 지주사 출범 후 자산운용, 신탁, 캐피탈·저축은행 등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꾸준히 덩치를 키워왔으나, 아직까지 증권·보험과 같은 핵심 사업은 확보하지 못했다. 내부등급법 완전 도입과 맞물려 출자 여력을 확보했음에도 코로나19 장기화 등 영향으로 마땅한 매물이 등장하지 않아서다.
새해에 접어들어 1세대 벤처캐피탈(VC)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M&A에 시동을 걸었지만, 은행과 시너지를 낼 증권사를 손에 넣는 것은 우리금융의 여전한 과제로 지목된다.
이에 업계에선 임 내정자가 시장에서 활로를 찾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농협금융 회장 시절 옛 우리금융으로부터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사들여 그룹 핵심 사업으로 키워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임 내정자는 후보 선정 후 입장문을 통해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임직원에게도 감사드린다"면서 "조직혁신과 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그룹이 시장·소비자·임직원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회를 내비쳤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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