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토종 행동주의펀드인 강성부펀드(KCGI)는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UCK)이 제시한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주당 가격 19만원)에 응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KCGI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횡령 사고 이후 회사 지분을 확보(최종 6.92%)하고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을 압박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KCGI는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결정했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수익률은 약 50~60%에 달한다. KCGI는 엑시트 결정으로 수익은 챙겼지만 '명분'으로 내세웠던 변화는 없었다. 경영진도 주주환원정책에도 그대로였다.
KCGI는 앞서 한진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의외의 결정을 내렸었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전횡을 문제 삼으며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분 경쟁까지 불사했지만 결국 오너 일가인 조현아 씨와 손을 잡았었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올랐지만 오너나 경영진이 달라지진 않았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를 상대로 공격적인 주주행동에 나섰던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는 그나마 체면치레를 한 정도다. 에스엠 현 경영진을 압박하며 경영 쇄신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라인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방시혁-이수만' 대 '카카오-에스엠 현 경영진'으로 진행되는 경영권 분쟁에서 얼라인은 다소 배제된 상황이다. 경영 쇄신이 완료되기도 전에 벌어진 경영권 분쟁에서 얼라인은 '공개 매수 단가가 낮다'라는 평만 내놓은 상황이다.
그간 토종 행동주의펀드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권위 찾기, 기업가치 개선 등 도덕적 명분을 앞세우며 칭송 아닌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오스템임플란트와 에스엠의 경영권 분쟁이 의외의 방향으로 흐르면서 토종 행동주의펀드들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있는 회사를 상대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는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되겠지만 진정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였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한지 몇 년도 안 된 상황에서 '명분'을 가지고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기업가치 제고라는 무기를 통해 자본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야 할 때다. 행동주의 펀드도 펀드이기에 투자 대비 수익을 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과거 '기업 사냥꾼'이란 비난을 받았던 외국계 사모펀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평가를 원한다면 단순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것이 아닌 진정한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안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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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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