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회장, 올해 3월 취임 1년작년 실적서 '사상 최대''은행 1등'은행 의존도 90% 육박 등 높아
다만 비은행 부문 경쟁력 제고는 함 회장의 남은 임기 동안에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은행은 업계 1위를 찍었지만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증권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계열사들은 없다는 점에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 회장은 내달 중 임기 1년을 맞는다. 작년 3월 25일 취임 후 임기를 시작한 만큼 올해 3월이면 1년을 채우는 셈이다.
1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수 있지만 함 회장이 이룬 성과는 적지 않다. 작년 실적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에서 전년 대비 2.8% 성장한 3조625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다시 썼다. 작년 2분기 우리금융지주에 잠시 자리를 내주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3위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지주 내 맏형이자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1등'에 등극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그간 리딩금융그룹은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엎치락 뒤치락하며 경쟁해왔다. 리딩뱅크도 마찬가지였다. 주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1, 2위를 차지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3조16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신한은행(3조450억원)·KB국민은행(2조9960억원)·우리은행(2조9198억원) 등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하나은행 사상 첫 1위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2017년, 2021년도 실적에서 2위까지는 차지했던바 있었지만 1위에 오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호실적 배경에는 기업금융, 외국환, 자산관리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게 주효했다. 특히 기업금융 부문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자산 성장을 이룬 덕이 컸다. 실제 지난해말 기준 하나은행의 가계대출금은 전년대비 0.9% 역성장했지만 기업대출금이 144조8280억원으로 전년대비 14.6% 증가하면서 전체 원화대출금은 6.7% 성장했다. 기업대출 가운데서도 대기업 대출이 전년대비 37.6%로 크게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및 소호 대출도 각각 9.8%, 4.1% 성장했다. 대기업 대출의 전년대비 성장률은 신한은행(34%), KB국민은행(22.8%), 우리은행(1.4%) 등 4대 은행 중 가장 높다. 작년 대기업들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던 영향도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대기업 대출 유치를 잘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하나은행이 업계의 이변을 일으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함 회장의 역할도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함 회장은 앞서 KEB하나은행 통합 은행장을 거친데다 영업통으로 꼽혔던 만큼 은행업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다는 점에서다.
디지털 부문과 글로벌 부문도 순항 중이다. 실적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하나원큐, 원큐페이 등 하나금융의 주요 플랫폼 가입자수는 1970만명으로 전년대비 15.9% 증가했다. 이는 평년보다 유입속도가 빠른 것으로 작년 카타르 월드컵 국가대표 출정식 경기 예매 서비스 등 각종 스포츠 마케팅과 다양한 이벤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풀이다. 현재 유입속도라면 올해 중 가입자수는 2000만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전 세계 25개 지역에 진출해 있으며 총 207개 글로벌 채널에서 4700여명의 인원이 근무 중에 있다. 진출 지역은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많다. 하나은행은 작년 4월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대만 타이베이에 지점을 신설 오픈하기도 했다. 같은해 6월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인 '라인뱅크'를 통해 여신서비스를 론칭하며 영업활동을 본격화했다. 하나금융의 글로벌 이익은 지난 3년간 평균 20%를 상회하는 높은 이익증가율을 기록 중이며 지난해 9월 말 기준 6141억원을 달성했다.
이종 산업과의 업무협약으로 미래 먹거리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SK텔레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취약계층, 사회적 기업, 청년 스타트업, 청소년들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ESG 생태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사회 가치 창출 프로그램을 공동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금융과 ICT를 아우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롭고 광범위한 협력 과제도 추진한다.
다만 비은행 계열사들의 경쟁력 강화는 함 회장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계열사들 가운데 은행과 증권은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다른 계열사들은 아직 갈길이 멀다는 점에서다.
함 회장 역시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하나금융그룹내 14개 자회사 중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되느냐"고 반문하며 "'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그는 이어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한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業)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전체 하나금융의 은행 의존도를 보면 87.4%로 90%를 육박한다. 사실상 지주 실적 대부분이 은행 실적이라는 뜻이다. 물론 지난해 증시 부진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업황이 안 좋았던 데다 상대적으로 이자이익 증가 등 은행들의 실적이 좋았던 탓도 있다. 그럼에도 리딩금융그룹 놓고 다투는 신한금융(65.6%), KB금융(67.9%)과 비교해보면 높은 편이다.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함 회장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은행 부문 강화는 필수라는 얘기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 부문은 어느 정도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되지만 하나금융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비은행 계열사들의 경쟁력 제고가 필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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