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금융, 작년 사상 최대 실적"대출 증가 등 이자이익 늘수밖에"글로벌 수익 제고 등 체질개선 필요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2022년 2월 13일, 수석비서관회의 당시 대통령 발언)
"은행이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방식의 영업을 하고 있다. 주된 배경에는 독과점적 시장 환경이 있다"(2022년 2월 17일,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 직후 금융감독원장 발언)
정부와 금융당국 수장들이 연일 은행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그룹들이 금리인상 기조에 편승해 역대급 실적을 내고 어려운 서민 경제는 외면한 채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금융그룹은 국민의 '공적'이 됐다.
금융그룹은 당국의 강한 압박에 금리인하를 연이어 단행하며 국민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자발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동안 받아왔던 '이자장사' 오명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당국의 요구에 발맞춰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시선 뿐이다.
당국 수장들의 말처럼 금융권 기업들이 이자장사에 혈안이 된 것일까? 뉴스웨이는 구조적인 본질을 따져봤다. 금융 기업들이 별다른 노력없이 예대금리차를 교묘하게 이용해 사상 최대 이익을 챙기고 이를 임직원이 누리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가장 크게 지탄을 받고 있는 이자이익은 금리 인상기 및 대출자산이 증대되는 등의 구조에서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또 당국의 오락가락 정책에 춤을 출 수 밖에 없는 금융기업의 특성을 비춰볼 때 지난해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주문에 정상적인 운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 비은행부문과 해외부문 수익 증대는 금융그룹의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여진다. 4대 금융그룹 수익 의존도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실제 지난해 기준 신한·KB·하나·우리금융그룹 등 4대 금융그룹이 지난 한 해 동안 거둬들인 이자이익은 39조6735억원에 달한다. 이들의 총영업이익(48조4083억원) 가운데 80% 이상에 해당하는 셈이다.
금융그룹 "시키는대로 했는데..." 억울
금융그룹들은 주주를 위한 배당액을 늘리고 취약계층 지원을 비롯한 충담금 확대, 대출금리 대폭 인하 등에도 비난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우선 4대 금융그룹은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총주주환원율을 높일 계획이다. 총주주환원율을 40~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적 목표도 이미 제시했다. 이익이 높아진 만큼 주주환원을 확대하라는 요구에 화답한 것이다.
기업 부실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충당금도 확대했다. 4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쌓은 대손충당금은 5조1033억원이다. 이는 전년도 3조2509억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약 57%(1조8524억원) 증가한 규모다.
4대 금융그룹은 또한 태풍 한남노 피해지원, 난방비 부담 완화를 위한 취약계층 지원, 중소기업에 고금리 부담 해소를 위한 지원 등 각종 금융지원도 진행해 왔다. 이밖에도 금리가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주들의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 각종 대출 금리 인하 조치도 단계적으로 실시해왔다.
금융권에서는 이자이익은 지금과 같은 금융 환경에서는 당연히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통상 금리 인상기에는 은행들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된다. 지난해 순이자마진이 늘어난 것은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기저효과의 덕을 봤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 집값 폭등에 따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현상이 이어지면서 대출자산이 급증, 순이자마진 폭도 함께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주택시장의 거품이 이자이익을 늘려준 셈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오를 수 있던 주요 배경은 대출총량 자체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예대금리나 순이자마진은 크게 오르지 않았으나 대출자체가 늘어났던 터라 이자이익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이 늘어난 주 원인을 살펴보면 결국 집값 상승이였는데, 이는 집값을 잡지 못한 정부 정책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출금리가 오르는데 비해 예금금리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은 금융당국에 책임이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대출금리 상승 등을 이유로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압박해왔다. 이로 인해 한동안 수신금리 경쟁을 벌였던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이를 예금금리에 반영하지 않았고 이것이 예대금리차 확대로 이어지며 수익에 반영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기업들은 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은행채를 막거나 예금금리 인상 자체를 요청하거나 등등 주문에 자연스레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상황이 연출됐다"면서 "금융당국이 너무 깊숙하게 은행 등에 개입해 전체적인 운용면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정무위 현안질의를 통해 "은행들이 고금리상품 출시하고 은행채 발행한 건 바로 금융당국이 LCR 규제 비율 하한선을 코로나19 이전으로 끌어올리고 NSFR 규제도 건드리고 매월 예대마진 공시까지 하면서 은행들에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정책유인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채권시장 자금경색이 되자 다시 은행채 발행 줄이라고 금융당국이 압박하고 그러다 다시 한달이 지나자 은행채 발행을 허용하고 예금금리 인상 자제령을 금융위가 내렸다가 다시 예대마진을 말하고 이런 오락가락 당국에 주먹구구식 정책으로 은행들이 장단을 맞추다 보니 실패가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순익 등 체질개선은 필요
다만, 금융그룹들도 대부분의 수익원이 이자이익에 치우치는 등 체질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기준 4대 금융그룹의 은행 의존도는 평균 78.3%로 전년대비 6.9%p 증가했다.
물론 이자이익이 자연스레 늘어나며 은행이 호실적을 보인데다, 증시 부진 등 계열사들의 영업환경이 좋지 않았던 탓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절반 이상의 수익을 은행권에 기대고 있는 모습은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대부분의 금융그룹이 M&A 등을 통해 비은행 부문의 덩치를 키운 만큼 업권에 대한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어려운 업황 아래에서도 창사 이래 첫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는 등 성과를 낸 것은 비금융에서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다.
글로벌 수익 창출에 대한 부분도 고민해야 한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전체 순이익 중 글로벌 부문 순이익 비중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굴지의 금융그룹으로 우뚝 섰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은행들의 경우 계좌 유지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통해 비이자이익을 늘리지만 국내는 여건상 쉽지 않다"며 "이에 금융그룹들도 국내에 국한되기 보다는 해외 시장으로 뻗어나가거나 신사업을 통한 사업 다각화 등 새로운 수익 창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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