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사 사외이사 70% 교체대상 '새 CEO' 체제 전환하는 신한·우리금융 '노조 추천 이사' 도전하는 KB 등 관심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41명 중 30명의 임기가 곧 마무리된다. 이에 각 기업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후보자를 공개할 예정이다.
통상 금융회사는 상법에서 정한 최장 6년(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기준)의 사외이사 임기를 보장한다. 또 지금처럼 금리 인상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위기 국면엔 경영진의 교체를 최소화함으로써 안정을 도모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각 그룹이 저마다 현안을 떠안고 있고, 당국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 인사 기조를 바꿀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진옥동·임종룡 등판 후폭풍?···신한·우리금융 변화에 촉각
그 중 업계가 주목하는 기업은 단연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다. 진옥동·임종룡 회장 내정자를 중심으로 그룹을 재정비하게 된 만큼 사외이사 구성에도 변화가 점쳐져서다.
먼저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노성태(한화생명) ▲박상용(키움증권) ▲정찬형(한국투자증권) ▲장동우(IMM PE) 등 4명이 교체 대상에 올랐다. 각각 과점주주로부터 추천을 받은 이들은 우리금융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2019년 1월부터 4년간 사외이사로 활동해왔다. 이들은 임기 만료에 따라 다시 검증대에 올라야 한다.
은행권에서는 이들 중 상당수가 물러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연임 자격을 갖추긴 했지만 취임을 앞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가 정부의 기대에 부응해 이사회를 재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성태 이사의 경우는 거취가 불투명하다. 그를 추천한 한화생명이 지난해 우리금융 지분을 처분한 뒤 과점주주에서 이탈하면서 추천권을 상실한 탓이다. 덧붙여 이사들도 손태승 현 회장이 임기를 이어가지 못하게 됐다는 데 대한 책임감으로 인해 연임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임 내정자의 의중이다. 현재 취임 전이지만 사외이사나 계열사 CEO와 같은 그룹 인사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본사 인근 연수원에서 경영 계획을 구상 중이다. 오는 3월24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3년의 임기를 수행한다.
6년 만에 '진옥동 체제'로 탈바꿈하는 신한금융도 마찬가지다. 신임 회장의 철학과 재일교포 주주의 이해관계 등에 따라 새 얼굴이 이사회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한금융에서는 사외이사 11명(변양호 이사 포함 시 12명) 중 ▲박안순 ▲성재호 ▲이윤재 ▲허용학 ▲윤재원 ▲진현덕 ▲곽수근 ▲배훈 ▲이용국 ▲최재붕 등 10명의 임기가 3월 만료된다.
우선 신한금융은 적어도 두 명의 이사를 새롭게 영입해야 한다. 지난 2017년 선임된 박안순 이사는 6년의 한도를 채워 연임이 불가능하고, 중도에 퇴임한 변양호 전 이사의 자리는 공석 상태다.
이 중 박안순 이사의 자리는 재일교포 주주 측 인사가 채울 공산이 크다. 신한금융은 그동안 재일교포 계열 사외이사 비중을 약 33%로 유지해왔다. 박안순·진현덕·배훈·김조설 이사가 그 주인공인데, 대부분 재일교포 출신 전임자의 자리를 넘겨 받았다. 이는 재일교포 출자를 바탕으로 출범한 신한은행의 역사에 기인한다. '일본통' 진 내정자가 그룹 회장으로 발탁된 것을 놓고도 재일교포 측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진 내정자의 판단도 변수다. 기존 사외이사 모두 조용병 회장 시절 선임된 인물이어서 진 내정자로서는 자신과 손발을 맞출 인물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군'을 확보하고자 일부 이사를 교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섯 번째 '노조 추천 이사' 공방···KB금융도 '폭풍전야'
KB금융은 올해도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을 둘러싼 설전을 앞두고 있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려는 시도를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은 6번째다.
KB금융 노조는 보유 주식을 앞세워 지주의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주총에 사외이사 추천 안건을 올렸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에선 지분을 0.1% 이상 보유한 주주의 주주제안권을 보장한다. 노조는 임직원·일반주주를 대상으로 위임장을 받아 0.25%를 확보했다.
이번에 노조가 제시한 후보는 임경종 전 수출입은행 인니금융 대표다. 해외사업 부문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직원과 주주, 금융소비자의 권리 제고에 힘쓸 적임자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성사 여부를 예단하긴 어렵다. 예년처럼 부결될 가능성이 크지만,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시행과 맞물려 노조의 경영 참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됨에 따라 주주의 마음이 움직일 수도 있다. 노조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총 다섯 차례 사외이사 후보를 제시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이 가운데 KB금융이 최소 3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한다는 점은 노조에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KB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7명 중 ▲선우석호 ▲최명희 ▲정구환 ▲김경호 ▲권선주 ▲오규택 등 6명의 이사가 다음달 임기를 마친다. 5년의 임기를 채운 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 이사는 재선임이 불가능하다. 타 그룹과 달리 KB금융은 정관에 사외이사가 5년을 초과해 재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용한' 하나·농협금융···'2년차' 함영주, '官출신' 이석준의 선택은
하나금융과 NH농협금융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사외이사 상당수가 임기를 끝내지만 대부분 제한에 걸리지 않아 변화는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백태승 ▲김홍진 ▲양동훈 ▲허윤 ▲이정원 ▲권숙교 ▲박동문 ▲이강원 등 사외이사 8명 전원이 다음달 임기 만료를 맞는다. 하지만 6년을 채운 사람이 없어 모두 연임 가능하다.
백태승·김홍진·양동훈·허윤 이사는 2018년, 이정원 이사는 2019년, 권숙교·박동문 이사는 2021년 그리고 이강원 이사는 지난해 각각 그룹과 연을 맺었다.
물론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취임 2년차'를 맞아 자신의 색채를 더욱 강하게 드러내려 한다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수는 있다. 이 경우 함 회장은 김정태 전 회장 시절 취임한 백태승·김홍진·양동훈·허윤 이사의 대체자를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에서는 사외이사 7명 중 임기를 끝내는 인물이 남병호·함유근 이사 두 명 뿐이며, 이들 역시 재임 기간이 2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작년말 임기를 마친 이종백 이사는 이미 연임에 성공했다.
농협금융 역시 모든 것은 이석준 신임 회장의 선택에 달렸다. 통상 금융권에선 그룹 회장이 취임하면 이사진도 바뀌는 경향이 있다. 사외이사가 자회사 CEO 인선과 같은 중차대한 역할을 맡는 만큼 이 신임 회장으로서도 자신과 뜻을 같이 할 사람을 이사회에 앉히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과거 농협금융 회장으로 활동했을 당시에도 방문규 국무조정실장과 남유선 국민대학교 교수 등 그와 연결고리를 지닌 인물이 사외이사를 거친 바 있다.
"마땅한 사람도 없는데"···당국 '인적 쇄신' 요구에 금융사 전전긍긍
다만 금융그룹 측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사외이사를 교체하라는 당국의 주문에 적잖이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기존 이사의 임기를 보장해야 하는 데다 적합한 인물을 찾기도 어려워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는 금융과 경제, 경영, 법률, 회계 등 전문지식이나 실무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단, 최대주주와 그의 특수관계인, 사업상 경쟁·협력 관계에 있는 사람을 이사로 둘 수 없도록 하며, 금융사 사외이사가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것도 금한다.
일례로 DGB금융은 다른 은행의 사외이사가 된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금감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이로 인해 금융사는 전문성을 지녔으면서도 이해상충 이슈에서 자유로운 사람을 물색하는 데 늘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성 이사 자리를 채워야 한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금융권엔 가뜩이나 여성 인력풀이 적은데 비슷한 과제를 떠안은 다른 기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탓이다.
그럼에도 금융감독원이 올해 금융사 이사회의 적정성을 들여다보겠다며 지속적으로 금융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라 업계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사회와의 면담을 정례화(연 1회 이상)하고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등 내용을 올해 업무계획에 담았다. 단기성과에 급급한 CEO의 경영철학이 불완전판매·횡령 등 사고로 이어졌다는 판단 아래 이사회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간과할 수 없다"면서 "민간 기업의 경영 판단에 대해선 자율성을 보장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2234jung@newsway.co.kr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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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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