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예대율 규제 검토해볼것"LCR·NSFR 등 중복 규제 지적도폐지시 과도한 대출증가 등 우려도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4일 "그간에도 예대율 규제가 단기 및 중장기 유동성 규제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나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과 중복 규제 아니냐는 지적들도 있었다"며 "예대율 규제의 실효성, 순기능, 역기능 등 다각도로 살펴보고 폐지 여부를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대율은 은행의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즉 은행이 갖고 있는 자금을 얼마나 빌려줬는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은행에 적용되는 예대율 규제 비율은 100%지만 지난해 말 이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올해 4월까지 105%로 적용된다. 예대율이 100%라면 은행이 조달한 자금 100%를 대출로 내주었다는 뜻이다. 예대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추가 대출이 제한되고 반대로 너무 낮아도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대율 규제는 1998년 11월까지 경영지도비율로 존재하다가 은행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차원에서 폐지된 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부활했다. 당시 은행들은 치열한 외형성장 경쟁 등으로 대출을 확대했고 그 결과 은행 예대율은 2007년 말 127.1%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2012년 7월 예대율 규제를 도입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8년에도 예대율 규제가 NSFR과 중복된다는 지적 등으로 인해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과도한 대출 증가 억제 등의 효과를 감안해 유지시켰다.
지난 21일 공개된 '2022년도 제23차 금융위원회 의사록'을 살펴보면 예대율 규제 폐지 검토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한 의원은 "예대율 관리가 역사적 소명이 있고 중요한 관리수단이었으나 너무 직접적이고 원시적 형태의 관리이기 때문에 폐지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는 있지 않겠느냐 하는 얘기가 있었고 위원들 대부분 동의했다"며 "한번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이에 또 다른 위원도 "현재 상황이 조금 어렵고 시장성 차입을 억제했던 효과도 있다"며 "근본적으로 예대율 제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측면이 있는데 순기능을 했던 측면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폐지 필요성에 대한 의견) 맞지만 공과를 정확하게 평가해보고 시장불안이 걷히고 나서 전문가 의견을 들어 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예대율 규제 폐지 필요성이 거론된 배경에는 최근 자금시장경색 여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예대율 완화(올해 4월까지 105% 적용) 조치를 한시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가 컸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 등의 영향으로 채권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고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직접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금융당국은 이에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했다. 직접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의 발길은 은행으로 이어졌고 은행들은 은행채 대신 수신금리 유치라는 방법을 택했다. 문제는 은행들이 수신금리 유치를 위해 앞다퉈 금리를 올리자 은행에 자금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결국 금융당국은 수신금리 경쟁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자금조달 수단이 가로막힌 은행들의 원활한 자금공급이 힘들어졌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던 바 있다.
만약 예대율 규제가 없어지면 은행들은 제약없이 대출을 늘릴 수 있게 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자산이 늘어나 덩치를 키울 수 있게 되고 대출이자도 더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기업 등의 경우 자금 확보가 더 쉬워질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얘기하면 무분별하게 대출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대출이 증가하면 그만큼 부실화 가능성 등 리스크가 커진다.
특히 현재 고금리, 고물가 등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자금시장 경색도 완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대율 규제를 당장 폐지하기는 금융당국도 부담이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은행권의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 규모는 이미 커진데다 최근 은행들의 연체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폐지를 망설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분석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대율 규제는 그간 과도하게 대출 확대를 억제하는 순기능적 측면이 많았다"며 "예대율 규제를 재도입했던 이유, 이를 폐지했을때 대체할 수 있는 지표가 있는지 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하다보니 단기간 내에 결론이 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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