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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요즘 K 콘텐츠에 비친 경제 상황과 무의식

전문가 칼럼 김헌식 김헌식의 인사이트 컬처

요즘 K 콘텐츠에 비친 경제 상황과 무의식

등록 2023.03.02 13:03

요즘 K 콘텐츠에 비친 경제 상황과 무의식 기사의 사진

요즘 OTT에 부터범죄 액션물이 어느 순간 많아졌는데 이는 로맨스물이 사극에 이르기까지 포진하던 얼마 전의 모습과 달라 보인다. 범죄 액션물은 경제 문제와 관련이 깊다. 같고도 다르지만, 경제적 면에서 같은 맥락의 경제적 상황과 무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점이 관찰된다. 드라마 '미끼'와 '카지노'는 각각 쿠팡플레이,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라서 제작사의 국적은 다르지만, 편성 쪼개기 전략을 사용한 점에서 같다.

드라마 '미끼'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범죄 문제를 다루고 있고, '카지노'는 무대가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이동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 '범죄 도시2'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 영화는 2017년 10월 필리핀 팜팡가(Pampanga)주 앙헬레스(Angeles)의 사탕 수수밭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카지노'에도 이 사건이 등장한다. 하지만, '범죄 도시 2'에서 한국인 연쇄 살인범 강해상 역을 했던 손석구 배우가 드라마 '카지노'에서는 코리안데스크 경찰로 등장한다. 잔인한 살인범 연기를 보여주었던 손석구는 유약할 것 같지만 끈질긴 소신파 수사관으로 거듭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등장 배우의 연계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드라마 '미끼'의 희대의 사기 전문범 노상천 역을 맡은 허성태 배우는 '카지노'에서 차무식(최민식)을 제치고 야망을 달성하려는 건달 연기를 보여준다. 드라마 '미끼'의 노상천이 해외로 도피를 했다면, 지금은 필리핀으로 갔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는 CCTV와 안면 인식 기술로 범죄자들이 도피하기 쉽지 않으니 말이다. 이런 드라마들은 '수리남'과 같은 범죄와 액션을 엮어가며 눈길을 잡아두지만, 결이 조금은 다르다.

'수리남'의 민간 사업자(하정우)는 마약상(황정민)의 표적이 이용당하고 범죄자로 몰려 사업체까지 잃게 되는데 나쁜 편과 좋은 편이 명확하게 분별되어 있다. 영화 '범죄 도시2'도 마찬가지인데 드라마 '미끼'와 '카지노'는 이와 달리 절대적인 이분법적 구도를 따라가지 않는다. 드라마 '미끼'의 노상천은 본래 사기극의 피해자였는데, 오히려 그 피해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사기꾼 세력의 두목이 된다. 형사는 오히려 범죄의 주축 세력에 포섭되어 있다. 피해자들은 사기꾼 노상천을 잡기 위해서라면 범법을 마다하지 않게 되고 복수극에 동참한다. 나중에는 누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구분이 안되는 경우도 생긴다. 수사관은 이들 사이에서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은 당연한 갈등 수순으로 관전 포인트를 만들어 간다.

드라마 '카지노'에서는 주인공으로 차무식을 메인 삼는데 그를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절대적 범죄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한 인물로 그리지도 않는다. 범죄자들도 절대 악인보다는 그 나름과의 배경과 동기를 부각시킨다. 현실은 그런 것이라는 듯 주인공도 마찬가지이니 선과 악의 구분 자체를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한 편인 것 같던 영사관조차 차무식보다 더 큰 부정과 범죄에 연루되니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다.

서로 물고 물리는 도덕과 윤리, 법과 처벌은 서로 복마전처럼 얽혀 있다. 적과 아군은 상대적이고 그 관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 변화한다. 그런 면에서 나쁜 자, 좋은 자로 구분되는 '이분법적(Dichotomy)' 콘텐츠보다는 현실감이 있어 보인다. 이러한 점은 드라마의 장점과 가능성을 잘 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드라마 '모범택시'는 본래 이런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상대적인 관점으로 접근했다. 사적 복수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법을 저지르는 행태를 합리화하는 듯이 보였다. 이 때문에 거꾸로 불법적인 복수극에 나설 수밖에 없어 보이는 피해자 가족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점이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최근 시작한 '모범택시 II'에서는 이런 상대적인 갈등과 번민의 스토리 구성보다는 나쁜 놈을 혼내 주는 행위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억울할 사연을 당한 이들의 실제 사건을 융합시킨 점이 현실적 공감과 통쾌함을 전달해 줄 수 있게 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렇게 상대적인 관점을 보여주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 앞에 절대 선은 경계가 흐릿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조금씩 다른 이런 콘텐츠의 공통점은 바로 경제적인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모범택시 II'에서는 취업 사기를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로 수익을 꾀하는 이들을 응징하고, 가난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등을 치는 치졸한 사기꾼들을 혼내 주기도 한다. 드라마 '미끼'에서는 사기 행각이 피해자들의 심신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드라마 '법쩐'에서도 주가 조작 등을 통해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권력적 비호를 받는 세력들을 혼내 주는 내용이 시원하게 대리만족을 주기도 했다.

아마도 경기가 좋은 활황기라면 이런 드라마는 별로 감흥을 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미래전망이 불투명할수록 경제 문제는 더욱 사람들의 마음을 처절하게 만든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기극으로 피눈물 나는 일을 당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가만있어도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이런 때일수록 통쾌한 경제적 복수극을 보여주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콘텐츠에 눈길을 주지 않게 될 때 거꾸로 경제는 살아나고 있는 역설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런 콘텐츠에 관한 관심이 지속되는 한 경제 소비 투자는 재고의 여지가 많겠다. 경기 회복의 신호는 콘텐츠의 대중 수요에서 알 수 있는지 모른다. 콘텐츠의 흐름과 인기를 지켜보는 것도 경제 반등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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