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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물적분할' 통과에 시끌···'불통'에 뿔난 DB하이텍 주주들

산업 전기·전자

'물적분할' 통과에 시끌···'불통'에 뿔난 DB하이텍 주주들

등록 2023.03.29 14:39

수정 2023.09.06 07:47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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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이슈에 주주들 현장 찾아 북적"주주들 무시하는 태도" 지적 나오기도"고액 연봉 김남호·김준기 등기임원 올라야"

DB하이텍이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키는데 성공했으나 주주들과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DB하이텍은 29일 오전 9시 경기도 부천시 DB하이텍 본사 대강당에서 주주와 경영진, 기관투자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목 받았던 물적분할 안건은 예상보다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은 사전투표에서 찬성 53%, 반대 7.3%, 참석 주주들의 경우 찬성 87.1%, 반대 12.0%의 표를 받았다.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 안건으로 올라왔던 보통주·우선주 현금배당 안건과 한승엽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DB하이텍 제공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DB하이텍 제공

"주주 의견 무시한다", "신뢰할 수 없다" 고성 오간 주총장
다수의 소액주주들이 DB하이텍 현장을 찾으며 이날 주주총회는 예정된 9시 보다 20분 가량 지연된 9시 22분 시작됐다.

주주총회 의장은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맡았으며 직접 경영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주주 설득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주주들과의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주주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주주들을 무시한다" 등의 불만이 현장에서 터져 나왔다. 최창식 부회장의 진행, 답변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주주는 의안 통과 과정에서 최 부회장이 주주들의 질문을 받지 않자 "주주들의 질문을 다 듣고 가결, 부결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 "태도를 보면 주주들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질문을 받지 않는 사측에 대한 항의와 주총 시간이 지연된다는 반대 의견이 나오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물적분할에 대해서도 주주들은 다양한 반대 이유를 쏟아냈다.

주총에 참석한 또 다른 주주는 "물적분할 후 5년간 팹리스가 100% 자회사로 유지되는데 고객사에게 이해상충 방지된다고 말할 수 있느냐. 명분이 없는 물적분할"이라며 "DB아이엔씨의 지주사 전환 이슈 때문에 DB하이텍의 주가를 누르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주력사업이라 분할하겠다고 주장하며 미디어텍 사례를 이야기했는데 미디어텍은 모회사인 UMC보다 덩치가 커졌다. 그렇다면 인적분할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최창식 부회장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과 다르다고 했는데 오히려 비슷한 사례로 느껴진다"고 반박했다.

앞서 물적분할을 진행한 타 회사 대비 주주들과 소통하는 기간이 지나치게 짧은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주주는 "물적분할을 한 18개 기업들을 살펴보니 평균 98일의 숙려기간을 뒀으나 DB하이텍은 물적분할 발표 후 22일만에 날치기로 통과시키려고 한다"면서 "왜 이런 절차적 하자를 남기는지 답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부회장은 "소액주주들을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만들어놨다"고 답했다.

CFO인 양승주 부사장은 DB아이엔씨의 지주사 전환 이슈에 대해 "DB아이엔씨의 지주사 이슈는 해소가 됐다"면서 "DB아이엔씨는 DB하이텍 주가와 상관없이 다양한 지주사 해소방안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향후 회사 발전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지숙 기자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향후 회사 발전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지숙 기자

소액주주 '부글부글'···오너일가 '김준기·김남호' 보수 지적도

DB하이텍의 미등기임원인 김남호 DB그룹 회장과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의 보수도 논란이 됐다.

현재 DB하이텍 미등기임원에는 DB그룹 오너 일가인 김준기 창업회장, 김남호 회장, 김 회장의 누나인 김주원 DB 부회장이 모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 중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은 지난해 DB하이텍에서 각각 31억2500만원, 37억1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한 소액주주는 "지난해 이사보수 한도 승인금액이 40억원인데 미등기임원인 김남호 회장, 김준기 창업회장이 총 68원의 보수를 받았다"면서 "감사위원은 이 부분을 감시하고 있는 건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미등기임원은 최 부회장이나 양승주 부사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아가는데 주주들은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많은 보수를 받는다면 등기이사에 올라 책임과 권한을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 부회장은 "이 부분은 DB하이텍만이 아닌 한국 기업 집단이 일반적으로 비슷하다"고 답했다.

한편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됐으나 당분간 집단활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이날 주주총회 폐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회사가 보여줬던 행태는 굉장히 실망스럽다"면서 "앞으로 다음 방향은 회사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비판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주주들과 잘 논의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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