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현장 행보에 상생 방안으로 화답하나·KB·신한·우리은행 順···금리인하·대출전환 등추가 지원 대책 나올 수도···리스크 관리에도 집중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자 장사'로 비판 받던 은행권이 앞다퉈 상생 금융 방안을 내놓자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은행의 영업행태가 '약탈적'이라고 날 선 지적을 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 10조원 규모의 취약계층 지원 방안을 두고 "문제 제기가 있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넘어갔는데 본질과 어긋난 측면이 있다"면서 실질적인 지원을 강조해온 만큼 은행들은 금리 인하와 대출 전환 등의 방법을 앞세웠다.
4대 시중은행, 일제히 금리인하···대출 전환 '인기'
최근 한 달 사이 이 원장이 현장을 방문하면 은행에서 마련한 '선물 보따리'를 푸는 방식으로 시중 은행 등이 내놓은 금융지원만 수십조원이 넘는 규모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의 손쉬운 이자장사를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한 뒤 이루어진 일들이다. 차례가 뒤쪽일 수록 상생 금융 지원 방안과 그 규모도 커졌다.
시작은 지난달 23일 하나은행부터다. 하나은행은 이 원장 방문에 맞춰 '햇살론15'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 잔액의 1% 상당하는 금액을 캐시백 해주겠다는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또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기 위한 안심 고정금리 특판대출의 출시를 발표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7일엔 외식업을 하는 자영업자 대상으로 대출 잔액의 1%를 돌려주는 '이자 캐시백' 프로그램을 1년간 실시한다고 하기도 했다.
지난 8일엔 이 원장이 직접 부산까지 내려갔다. BNK부산은행은 이 원장과의 만남에서 지역내 취약계층 소상공인과 상생 위해 1조6299억원 규모의 따뜻한 금융지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내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금리를 1.0%포인트 인하하고 다른 대출상품 금리도 0.8%포인트 낮춘다고 발표했다.
이어 9일에는 KB국민은행 본점을 찾았다. 이 원장은 이날 소상공인, 개인 차주 등과 상행금융 확대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KB국민은행은 이날 1000억원 이자를 깎아주겠다는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까지 전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0.3~0.5%포인트 인하한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저신용 취약차주의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제2금융권 대출 전환 상품인 'KB국민희망대출'을 5000억원 규모로 출시했는데 27일 출시후 이틀간 1500여 명이 은행 창구를 찾으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중저신용자들의 거절 사례가 더 많다는 후기가 전해지면서 실질 효과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은행 측은 기존보다 대환 승인 요건을 많이 낮췄다는 입장이다.
24일에는 신한은행이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신한은행은 대출금리 인하와 중소기업 고객 대상 금융지원을 골자로 한 '상생금융 확대종합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총 1623억원 금융비용 절감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희망홀씨대출을 신규로 실행하는 고객은 다음달부터 1.5%포인트의 인하 혜택이 주어지고 아울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올 2분기 중 시행 예정이었던 ▲신용등급 하락 시 금리 상승 분 최대 1%포인트 인하 ▲금리 7% 초과 취약 중소기업 최대 3%포인트 금리 인하 ▲변동금리대출 고정금리 전환 시 현재 금리 유지 등 지원책을 이달 말로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이 지원들을 통해 약 1623억원의 금융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봤다.
더 '통 큰' 상생방안을 내놓은 것은 4대 은행 중 가장 마지막인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우리은행이 가계대출 전 상품 금리 인하를 포함해 총 20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으로 연간 2050억 원의 고객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우선 주택담보대출(신규·대환·기간연장) 금리는 최대 0.7%포인트, 전세자금대출(신규·대환·기간연장)은 최대 0.6%포인트, 신용대출(신규·대환)은 최대 0.5%포인트씩 인하한다. 이를 통해 연간 1040억원의 이자비용이 절감될 것이란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여기에 우리은행은 청년층 자립지원을 위한 5000억원 규모의 도약대출과 1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바우처를 제공한다. 또 1년간 연체이자 납입액 상당의 연체원금 상환지원을 통해 230억원 수준의 금융비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도 이어간다. 소상공인 생활안정자금 5000억원 긴급대출과 연체이자 납입액 상당의 연체원금 상환을 지원하고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1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과 신규보증서 대출 첫 달 이자 전액을 감면한다. 대출금리를 1%p 감면하는 신상품도 출시함으로써 총 610억원 상당의 금융비용이 절감되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서민금융 대출상품 성실 상환자에 대해선 대출원금 1%를 감면하고 고령층에게도 우리은행의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은행들, '사회적 책임' 추가 지원책 전망도···리스크 관리도 만전
은행들의 '상생금융' 지원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금리 인상 영향으로 이자 이익이 급격히 늘어나며 은행들의 실적이 역대급으로 성장한 것을 두고 '이자장사' 논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을 두고 '돈 잔치' 지적까지 이어지며 그 어느때보다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금리가 인상되면서 이자 부담이 늘어난 대출자들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은 공공재"라고 발언하는 등 정부와 금융당국은 은행으로부터 사회적 역할과 상생금융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당국은 최근 6개 과제를 한 번에 손보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활발히 논의중이기도 하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당분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골자로 하는 상생금융 방안 외에도 추가적인 지원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맞춘 실효성 있는 지원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면서 "추후 금융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지원책이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지원책 마련도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세계 금융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대출 관리, 연체율 관리 등을 더 면밀하고 세심하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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