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지원 위해선 금융그룹 협조 필요" "비용 상승 요인 금융권서 최대한 흡수해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대 금융그룹 회장을 모아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신뢰 회복, 사회적 책임 이행을 주문했다.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김 위원장이 대외 활동을 재개함으로써 금융당국 수장의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김주현 위원장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주요 금융그룹 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시장불안과 취약계층 부담 해소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행사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양종희 KB금융 부회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참석했다. 최근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자리를 찾아 김 위원장과 처음으로 마주했다.
간담회 중 김 위원장은 "고금리 기조 아래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상환유예 채무조정,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등 지원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금리상승과 같은 비용상승 요인을 금융권에서 최대한 자체적으로 흡수해 대출자에 전가되는 금리인상이 최소화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의 은행 사태는 건실한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능력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며 "CEO의 책임 아래 업무영역별 리스크에 대해 관리책임이 있는 임원을 명확히 함으로써 각종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울러 인사 시스템을 놓고는 "공정한 대내외 경쟁을 거쳐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인재가 대표로 선임될 수 있도록 후보자 선발·육성·평가 등 승계프로그램을 내실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간담회는 여러모로 세간의 이목을 끈 행사였다. 신한·우리금융을 포함한 5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이는 것은 물론 그간 상대적으로 금융권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던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간 업계에선 김 위원장의 소극적인 행보에 우려를 표시했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복현 금감원장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나 성과급, 챌린지 뱅크 도입 등과 같은 핵심 이슈를 선점하면서 정작 당국 수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비춰져서다.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둘러싼 '월권 논란'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복현 원장이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공매도 규제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게 화근이었는데, 결정권을 쥔 금융위를 배제한 채 시장에 영향을 줄만한 발언을 했다는 데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김 위원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금융그룹과의 소통을 이끌어냈다. 간담회 직후엔 취재진과도 장시간 대화를 이어가며 ▲비은행 지급결제업 ▲대출 규제 ▲예금자 보호한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철학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 취임한 금융그룹 회장도 있고, 국민에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산업 발전·혁신을 위해선 정책에 대한 정부와 금융그룹의 공감대가 필요하다"면서 "앞으로도 정책수립과 집행에 대해 계속 대화하고 같이 힘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금융지주회장단도 금융시장과 소비자가 금융지주에 대해 바라는 역할과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화답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어느 때보다 금융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라면서 "금융지주가 가져야할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앞으로 이를 이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역시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를 두 축으로 불확실성에 대응할 것"이라며 "제도 개선책을 수용하는 것은 물론 '경영승계 프로그램'처럼 우리금융에 맞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 있다면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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