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생존·ESG경영 '두 마리 토끼'···수익성도 창창2024~2025년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 '폭발적' 증가 전망LG·SK·롯데 주도권 경쟁···화학적 재활용' 밸류체인 구축
전 세계에 깔린 친환경 기조는 석유화학업계에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주었다. 친환경·재활용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것이다.
컨설팅 업체 삼일PwC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시장은 지난해 454억 달러(약 60조원)에서 연평균 7.4%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638억 달러(약 85조원)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본적으로 수익성을 고려해야하는 기업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 2021년 9월 2030년까지 모든 페트병에서 사용되는 재활용 소재의 비율은 25%, 기타 모든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재활용 소재의 비율 목표는 30% 이상으로 적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오는 2025년까지 지난 2021년 대비 393만톤으로 20% 감축해야하는 등 플라스틱 순환경제 시장 성장성은 매우 밝다
업계 관계자는 "ESG경영 강화라는 목적도 깔려있지만 무엇보다 돈이 된다는 것이 시장 진입의 가장 큰 이유"며 "유럽에서는 웃돈을 줘도 제품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성이 밝고 앞으로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LG화학, 국내 최초 원료용 열분해유 생산 공장 착공
향후 환경규제에 고삐를 죄는 유럽을 중심으로 당장 1~2년 새 폐플라스틱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전세계적으로 아직까지 대규모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시장 선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LG·SK·롯데는 '쩐의 전쟁'에서 앞서나가며 벌써부터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모양새다. 이들 기업은 일찌감치 대규모 투자 행동에 나서면서 '화학적 재활용'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 '삼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30일 충남 당진 석문산업단지에서 열분해유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약 3100억원을 투자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LG화학은 열분해유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생산해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할 계획이다.
열분해는 폐플라스틱을 400~450도로 가열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면 원유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이다. 플라스틱을 소각하지 않고 다시 정유공정에 투입하게 된다는 점에서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도시유전'이라 불리는 열분해유는 납사로 재활용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제 과정을 거쳐 등유·경유·휘발유처럼 연료로 쓸 수 있다. 다만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불순물을 함유한 탓에 그간 석유화학 공정 원료로 활용되기보다 주로 연료용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LG화학은 영국 무라 테크놀로지와 협업을 통해 열분해유 생산 과정에서 불순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초임계 열분해 기술을 도입하면서 국내 최초로 대규모 석유화학 원료용 열분해유 생산 시설을 건설하게 됐다.
이날 행사에서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원료용 열분해유 생산은 폐플라스틱에 자원이라는 가치를 부여해 원유와 나프타 수입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이라며 "폐플라스틱 거래 플랫폼 구축과 규제 개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SK지오센트릭·SK케미칼, 열분해·해중합 동시 공략
열분해유 사용량은 2030년까지 330만톤 규모로 연평균 19%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시장성장성에 SK도 열분해유 시장 공략을 가속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도 영국 플라스틱 열분해 전문기업 '플라스틱 에너지'와 손잡고 2025년 세계 최초로 조성하는 울산 폐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울산 ARC)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올해 열분해 공장 건설의 첫 삽을 뜬다.
SK지오센트릭이 1조7000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울산 ARC'는 세계 최초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로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페트(PET) 해중합 ▲열분해·후처리 등 재활용 공정을 모두 갖췄다. 2026년 상용화에 돌입하면 연간 약 25만톤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프랑스에도 플라스틱 재활용 합작공장을 프랑스에 짓는다. 이곳을 유럽지역 순환경제 구축의 전진기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SK지오센트릭은 최근 프랑스 수자원 및 폐기물 관리기업 수에즈(SUEZ), 플라스틱 재활용 해중합 기술보유 캐나다 루프 인더스트리와 함께 플라스틱 재활용 합작공장 설립을 위해 프랑스 북동부 생타볼(Saint-Avold)지역 부지선정을 완료했다.
3사는 약 4억5000만 유로(약 6200억원)를 투자해 오는 2025년 초 공장 착공에 나서 2027년 완공해 연간 약 7만톤 규모 재생플라스틱(PET) 공급능력을 갖추기로 했다.
SK는 열분해뿐 아니라 해중합 기술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해중합은 플라스틱을 이루는 덩어리를 해체시켜 기초 원료로 되돌리는 것으로, 주로 페트병·카페트·커튼·현수막 등에 활용한다.
SK케미칼은 이달 중국 그린소재 전문업체 슈에(Shuye)로부터 화학적 재활용 원료·페트 사업과 관련한 자산을 넘겨받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재활용 원료로 생산하는 해중합(Depolymerization) 공장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SK케미칼은 경쟁사보다 1~2년 빠르게 화학적 재활용 원료의 상업화 체계를 갖추게 되면서 최근 섬유시장에 친환경 소재 공급을 '본격화'했다. 특히 주력사업이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용화한 재생 플라스틱 코폴리에스터를 중심으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현석 SK케미칼 사업개발본부장은 "슈에 공장 인수를 통해 5만톤 규모의 안정적인 화학적 재활용 페트 공급망을 확보하게 됐다"며 "지속가능 패션 중심의 섬유 시장은 물론 산업용으로 용도가 확대되고 있은 글로벌 리사이클 섬유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그린팩토리로 전환
독자노선을 걷는 LG·SK와는 다르게 롯데는 '합종연횡'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현대오빌뱅크와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원료로 도입, 친환경 석유제품과 친환경 플라스틱 생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열분해유 기반 납사를 활용해 국내 업계 최초로 석유화학제품을 상업 생산했다.
특히 국내 페트병 1위 생산 기업인 롯데케미칼은 국내 최대 페트 생산기지인 울산공장을 화학적 재활용 사업의 전초기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울산2공장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로 폐페트를 처리할 수 있는 해중합 공장을 4만5000톤 규모로 신설하고, 여기서 생산된 재활용 원료를 다시 화학적 재활용 페트로 만드는 11만톤 규모의 생산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후 2030년까지는 34만톤 규모의 울산공장 내 기존 페트 생산공정을 전량 화학적 재활용 페트로 전환할 방침이다.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는 "울산공장을 그린팩토리로 전환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며 "향후 국내 최초의 해중합 공장과 재활용 페트 생산설비 구축이 완료되면 대량의 재생 페트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dda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