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익 삼성 6000억·LG 1.5조원삼성, 2분기 반도체 적자 확대 예상실적 체력 키운 LG, 2분기도 역전 가능성↑
예상보다 매서운 반도체 한파에 삼성전자가 1분기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한 데 반해 LG전자는 증권사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양 사는 가전과 TV부문에서 경쟁하고 있으나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을 병행하며 실적 측면에서는 그동안 LG전자를 크게 앞선 상황이 지속됐다. LG전자가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앞선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영업익 1조' 무너진 삼성, 회복한 LG
양 사의 실적을 비교해보면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대비 실적이 대폭 상승해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회복한 반면 삼성전자는 14년 만에 1조원대 영업이익이 무너졌다.
삼성전자는 7일 잠정실적을 발표하고 1분기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 영업이익은 95.75%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도 86.08% 줄었다.
잠정실적의 경우 사업부별 실적은 발표되지 않으나 실적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업황 부진이 꼽힌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부문별 영업이익은 ▲반도체 4조3000억원 적자 ▲디스플레이 1조2000억원 ▲모바일 3조3000억원 ▲가전 1000억원 ▲하만 3000억원 등으로 추정된다.
LG전자의 경우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매출 20조4178억원, 영업이익은 22.9% 줄어든 1조4974억원을 거뒀다. 이는 역대 1분기 가운데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에 특허수익이 포함돼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 사업 수익성이 대폭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를 추월한 것은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4774억원, LG전자는 5019억원을 거뒀다.
이 같은 역전 상황은 2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8530억원, LG전자는 8809억원이다.
상반기 내내 반도체 적자 전망···삼성, 2분기 실적도 '우울'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진은 상반기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부문 적자가 2분기 4조4420억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라는 기조를 유지했던 삼성전자는 이날 사실상 메모리 감산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삼성은 난이도가 높은 선단 공정을 제외한 DDR4 등 성숙공정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하향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측은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 하에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점이 향후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며 2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하락폭은 D램 -1%, 낸드 -1%로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모리 재고는 올해 2분기부터 감소가 예상된다"면서 "3월부터 스마트폰 수요가 개선되고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PC판매 증가를 염두에 둔 일부 세트 업체의 부품 오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LG전자, 수익성 강화 ···글로벌 가전 1위 굳히기
LG전자는 1분기 호실적을 거두며 글로벌 가전 1위 굳히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 월풀은 1분기 매출이 45억 달러(약 6조원) 수준에 불과해 LG전자 생활가전(H&A) 사업부와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 생활가전 사업부가 8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지난 1월 CES 2023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작년 3분기까지 결과를 보면 LG전자가 매출에서 월풀과 격차를 점점 벌리고 있었고 4분기도 업계 평균대비 선방했다"면서 "올해 글로벌 가전 1위 수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LG전자는 1분기 가전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및 물류비용이 정상화되고 선진시장 에너지 규제에 대응해 고효율 제품을 앞세운 B2B 사업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HE(TV) 사업부는 3분기 만에 흑자달성을 한 것으로 예상되며 전장 부문은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흑자 기조를 유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2분기 실적도 예상치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판가는 인플레이션 국면을 경과하면서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으며 북미 프리미엄 수요에 기반해 제품 믹스가 양호하다"면서 "출하량은 유통 재고 건전화와 함께 재차 출하가 확대될 여건이 마련됐다. 원가는 물류비 중심으로 비용 절감 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올해부터 분기 평균 1조원 영업이익 실적체력을 확보해 상저하고의 실적패턴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2023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8% 증가한 4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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