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규모·타 업체 추가 감산 결정 관건일부 증권사 반도체 부문 실적 상향 조정3분기까지 적자··· 4분기 흑자전환 예상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감산 계획을 밝히지 않은 만큼 향후 감산 규모가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추가 감산 여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9% 줄어든 매출액 63조원, 영업이익은 95.75% 감소한 6000억원을 거뒀다고 잠정 발표했다. 세부 항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원대의 영업적자를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무감산 전략'을 유지하며 경쟁사의 투자를 억제하는 한편 감산 규모 확대를 유도했다. 이 결과는 시장점유율을 확대로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점유율이 확대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의 경우 작년 4분기 전분기 대비 4.4%포인트 상승한 45.1%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낸드 점유율도 2.4%포인트 상승한 33.8%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나온 감산 결정은 높아진 재고 부담과 적자폭 심화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2분기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적자가 3조~4조원대에 달하며 4분기까지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과거 단호한 모습에서 한발 물러나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으로 의미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 후 일부 증권사들은 2분기 삼성의 반도체 적자 규모를 수정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손실 추정치를 3조2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수정했으며 연간 적자 규모도 7조5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4분기에는 반도체 부문이 흑자로 돌아서 1조원대 영업이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키움증권도 2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적자가 2조9000억원 또는 그 이하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에는 1조원대로 적자폭을 줄인 뒤 4분기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소극적 감산을 통해 경쟁사와의 점유율 격차를 확대했으나 감산 강도 차이가 장기화 될 경우 경쟁사 대비 재고 축적 속도가 가속화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면서 "과잉 재고는 다음 업사이클에서 이익 극대화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발표는 삼성전자가 점유율 격차 확대와 동시에 이익 극대화도 얻는 적정 시점의 결정이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인 감산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DDR4 제품 위주 웨이퍼 투입량 조절이 예상된다"면서 "메모리 공급사들의 동반 감산 속 하반기 성수기가 도래해 메모리 판가는 3분기를 기점으로 상승 반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의 감산 공식화에 따라 업계 전반의 공급 축소 기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 축소는 재고소진→가격 안정화→구매 심리 자극→수요의 반등→재고 축소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재고가 얼마나 쌓여 있느냐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현재 예상으로는 하반기부터 연말 정도에는 감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단 이는 경기침체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가능하다"면서 "아무리 공급이 줄고 수요가 많아도 경기침체 국면이 이어진다면 반도체 업사이클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다른 메모리 업체들의 추가적인 감산 공조가 뒤따를 것인지도 관건이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부터 감산을 시작했으며 최근 마이크론은 추가 감산도 시사했다.
이 교수는 "삼성이 감산을 결정한 만큼 타 업체들의 추가 감산 가능성도 높아졌다"면서 "타 업체들이 추가 감산을 진행할 경우 가격이 반등해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는 만큼 버틸 필요가 없다. 재고 물량도 많이 쌓여 있는 만큼 추가적인 감산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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