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업 강화하고 3년 200조 공급계획 수립 증권·자산운용 등 자회사 CEO 인사도 '속전속결'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불발에 내부선 원성도
다만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김 행장으로서는 임기 중 무거운 숙제를 남겨둔 셈이 됐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1월3일 윤종원 전 행장에 이어 취임한 김 행장은 임직원의 환영 속에 임기를 시작한 바 있다.
김 행장은 김승경·조준희·권선주·김도진 전 행장에 이은 다섯 번째 내부 출신 수장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1989년 입행 후 33년간 기업은행에 몸담으며 전략기획부 미래혁신팀장, 비서실장, 미래기획실장, 마케팅전략부장, 소비자보호그룹장 등을 맡아봤다. 또 경영전략그룹장과 IBK캐피탈 대표를 거쳐 은행 전무로 재직하던 중 행장으로 발탁됐다.
그런 만큼 김 행장은 취임 초기부터 주요 사업에 가속페달을 밟으며 왕성한 행보를 이어왔다.
김 행장은 가장 먼저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동유럽 진출 작업에 착수했다. 기업은행은 1월 폴란드 사무소 설립을 위한 인가신청서를 현지 금융감독당국에 제출한 뒤 상반기 개소를 목표로 설립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 허브인 이 지역으로 저변을 확장함으로써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동시에 김 행장은 전무이사와 부행장 등 은행 주요 임원과 자회사 CEO 인사도 순조롭게 매듭지었다. IBK캐피탈부터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IBK시스템, IBK저축은행 등에 이르기까지 업계 전문가를 대표로 영입함으로써 안정적인 경영 시스템을 확립했다.
인사 적체는 기업은행의 큰 숙제였다. 경영진의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새 정부 출범과 행장 교체 등 변수로 인해 그에 대한 논의가 크게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행장 역시 취임 당시 "자회사 사장단 인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 부분이 최우선으로 진행돼야 하는 만큼 잘 살펴서 신속하게 진행하려 한다"고 예고했다.
이와 함께 김 행장은 현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고금리·고물가, 원가 상승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해왔다.
유의미한 성과도 있었다. 기업은행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지분매수선택권'을 함께 부여하는 제도를 마련한 게 대표적이다.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투자를 유치할수록 창업자의 지분이 희석돼 자율적 회사경영이 어려워진다는 데 착안했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향후에도 김 행장은 시장에 자금이 원활히 전달되도록 힘쓴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3년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총 200조원을 공급한다. 일단 올해 목표로 잡은 56조원을 적절히 운용해 자금경색에 빠진 우량 중소기업을 돕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대출 공급 목표를 전년 대비 3조원 확대하는 한편, 정부 정책에 발맞춰 18조60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금리상승에 따른 금융비용부담 완화를 위해 2025년까지 3년간 금리도 총 1조원 규모로 감면한다.
아울러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과 창업 초기 기업이 데스밸리를 극복하도록 지원하고자 '벤처자회사' 설립도 추진한다.
동시에 김 행장은 은행 자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개인금융의 경우 '디지털 업무센터'를 신설하는 등 온·오프라인 융합 영업모델을 설계하고,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선 기업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도입하고 'IBK 중소기업 데이터 뱅크 플랫폼'을 론칭할 예정이다.
이밖에 글로벌 사업 부문과 관련해선 영업이익을 2025년까지 2500억원으로 2배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베트남' 법인전환, '폴란드' 법인설립 등 글로벌 생산거점 중심의 네트워크를 확충함으로써 사업을 강화한다.
물론 김 행장 앞엔 숙제도 놓여있다. '노조 추천 이사'의 이사회 입성 무산에 내부적으로 원성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이근경 전 재정경제부 차관보와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기업은행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로써 이사 후보를 제시한 노조의 노력은 올해도 무위로 돌아갔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행장의 제청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임면하는데, 노조 측은 김 행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금융당국과 의견을 조율하지 못했다는 데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김 행장으로서는 노조의 마음을 돌리는 데 신경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기업은행은 '노사공동 TF'를 출범해 직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상태다.
이와 관련 김 행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IBK그룹이 창출하는 가치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우리 사회와 경제 전체의 이익이라는 공적 가치로 확대되길 기대한다"며 "최고의 서비스를 혁신적으로 제공하는 글로벌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포부를 내비쳤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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