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매출·영업익, 전년 동기 比 70% 이상 ↓연구인력 536명→464명, 천종윤 대표 보수도 줄어非코로나 매출 확보···'신드로믹' 기술로 해외 공략
12일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씨젠의 올 1분기 매출액은 1260억원으로, 전년 동기 4515억원보다 약 7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300억원으로 전년보다 85% 가까이 감소가 예상된다.
씨젠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매년 1조원 이상의 매출과 6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기록을 쓰며 분자진단업계 강자로 떠올랐지만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향해가자 매분기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전 씨젠의 매출액은 2019년 1220억원, 영업이익 224억원이었으나 유행 직후인 2020년 매출 1조1252억원, 영업이익 6762억원으로 껑충 뛰며 각각 822%, 2915% 성장했다.
이듬해에도 매출 1조13708억원, 영업이익 6667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같은 성장기조는 작년 1분기까지 지속됐다. 지난해 1분기에는 4515억원의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고 199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확진자 감소로 인한 PCR 검사 감소, 기 보유중인 진단시약을 검사에 우선 활용하는 추세 등에 따라 2분기부터는 매출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2분기 매출은 1284억원, 영업이익은 130억원으로 뚝 떨어졌고, 3분기엔 영업손실 322억원을 내 전자전환했다.
전년 3분기 영업이익은 1286억원이었다. 다만 매출은 150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소폭 증가했다. 여름철 일시적인 코로나19의 재확산과 함께 비코로나 제품의 매출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4분기는 전 세계적인 방역규제 완화로 매출이 다시 줄었으나 비(非)코로나(Non-Covid) 제품 부문에서 매출이 발생하며 직전 분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4분기 매출은 1227억원, 영업이익 155억원이다.
그럼에도 작년 매출액은 8536억원으로 전년보다 37.7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965억원으로 전년 대비 70.53%나 줄었다.
일각에서는 인력 충원, 생산시설 확장 등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씨젠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수요 증가로 인력규모와 연구개발 비용 등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2019년 314명이던 직원은 이듬해 616명, 2021년 2021년 1070명으로 빠르게 늘어났고, 연구개발 인력도 같은 기간 115명에서 259명, 536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직원 1016명, 연구인력 464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54명, 72명씩 줄었다.
회사는 올해 직원 임금도 동결하고 성과급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아 화제가 됐던 천종윤 대표이사의 보수도 줄었다. 천 대표는 지난 2020년 상여금 포함 15억원의 보수를 받았으나 이듬해 상여금만 15억원 넘게 받으며 총 6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엔 급여 약 15억원과 상여 1억5000만원 등 총 16억5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씨젠은 비코로나 진단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실적 회복에 주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 중인 비코로나 진단시약들은 자궁경부암(HPV), 성매개감염증(STI), 호흡기질환(RV), 소화기감염증(GI) 등 기존에 존재하던 감염질환을 대상으로 한다.
씨젠의 기술력은 비코로나 제품군에서도 빛을 발휘하고 있다. 작년 4분기로만 보면 코로나 외 진단시약의 매출은 522억원으로 코로나 진단시약(473억원)보다 많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수치다.
최근에는 백신전문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이하 IVI)가 씨젠 제품을 활용해 아시아·아프리카 8개국에서 '글로벌 HPV 부담 연구'를 진행키로 했다. 이들 국가는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질병부담이 높지만 HPV검사 접근성이 낮은 국가들이다.
IVI는 각 국가의 9~50세 여성에서 HPV 28종의 유병률 등을 측정하며, 특히 18~23세를 대상으로는 2년에 걸쳐 고위험군 HPV의 감염이 자연 소멸되는지, 지속감염으로 발전하는지 등을 추적 검사하고 관련 인자를 구명할 계획이다. 본 연구의 결과는 향후 자궁경부암 백신 예방접종 정책 및 자궁경부암 예방 프로그램 수립 등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연구에 사용될 씨젠의 HPV 진단시약 'Allplex™ HPV28 Detection'은 한 번의 검사로 고위험군과 저위험군 28종의 유전자형과 각각의 정량적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는 유일한 실시간(Real-time) PCR 제품이다.
이밖에도 씨젠은 미국 현지에서는 제품 개발부터 임상, 인허가, 생산 및 판매까지 가능하도록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1분기 미국에서 연구용(RUO) 제품 현지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호흡기 제품에 대한 허가 신청 건을 접수하고, 내년부터 연 3개 이상의 신규 제품을 개발해 FDA 인증을 받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회사는 올해 다수의 특허 기술이 적용된 60여 종의 '신드로믹' 분자진단 제품을 기반으로 글로벌 분자진단 시장 공략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달 전세계에 신드로믹 PCR 기술을 공유하는 '기술공유 사업' 시작을 알렸다. 첫 협력 사례로는 이스라엘의 1호 바이오기업이자 현지 진단 1위 업체인 하이랩과 손을 잡고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신드로믹 PCR 기술'은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병원체 최대 14개를 하나의 튜브로 검사할 수 있으며 다중감염 여부와 병증의 중증도까지 정량적 정보로 제공한다.
'기술공유 사업'의 또다른 목표는 인류와 동·식물을 아우르는 전분야에 대한 다양한 신드로믹 PCR 제품을 개발해 PCR 검사를 대중화하는 데 있다. 통상 하나의 PCR 분자진단 기업이 독자 개발할 수 있는 신드로믹 제품 개수가 연간 몇 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씨젠만의 '참여형 혁신성장 모델'을 통해 획기적으로 제품 개발 개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씨젠은 다양한 신드로믹 PCR 제품을 하나의 자동검사 시스템인 씨젠 'One System'에 적용해 동네 의원과 보건소 등 현장 어디서나 저렴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씨젠 측은 "기존에는 회사별로 검사 장비가 달라 여러 종류의 검사를 하려면 회사별 장비가 필요했다"며 "씨젠의 One System만으로 모든 분야의 신드로믹 PCR 자동 검사가 가능해 저렴하고 효율적이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본격적인 현장검사 시대를 열고 PCR 검사 생활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드로믹 PCR 검사'는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한꺼번에 검사해 원인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원인이 될 수 있는 코로나19, A형/B형 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PIV), 아데노바이러스(Adv), 라이노바이러스(HRV) 등을 모두 타겟으로 해 한 번에 원인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최근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동시검사 보험 수가가 신설, 확대되는 등 신드로믹 검사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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