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회원권 협력사 강매 혐의···시민단체 고발장 제출시민단체 "총수 사익편취, 김치·와인 일감몰아주기와 비슷"태광 측 "근거없는 악의적 주장···이 전 회장과 관련 없어"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6곳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회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태광그룹이 2015년부터 하청·협력사에 거래계약 조건으로 이 전 회장의 개인회사인 휘슬링락CC 골프장의 회원권 매입을 강요했다는 게 고발 내용의 핵심이다.
금융정의연대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태광그룹 계열사 ㈜티시스 산하의 휘슬링락CC를 개인 소유하고 있었다. 시민단체들은 당시 태광그룹의 주요 계열사 9곳이 협력업체에 1개 구좌당 13억원에 달하는 휘슬링락CC 골프장 회원권 구매를 강요하고, 이를 수락한 협력업체에는 장기 계약과 독점공급 등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입수한 내부 문건 '입회금 명세서 총괄'에 따르면 휘슬링락CC의 전체 252개 회원권 계좌 가운데 협력업체 관련 계좌는 79개(31.35%)이며, 배임 혐의 금액은 총 1011억원에 달한다.
시민단체들은 "이 전 회장은 김기유 ㈜티시스 대표이사와 공모해 사익을 편취하고 계열사들이 불필요한 장기계약을 체결하도록 해 손해를 입혔다"며 "이는 형법상 업무상 배임행위이며, 이로 인한 배임액이 1000억원에 달하므로 특정경제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태광그룹 19개 계열사의 김치·와인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배임혐의의 근거로 제시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벌어진 김치·와인 일감몰아주기는 휘슬링락CC 회원권 강매 혐의와 핵심 내용이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9년 태광그룹의 김치·와인 일감 몰아주기를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라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태광그룹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3월 이 전 회장의 개입을 인정하며 파기환송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전 회장은 티시스의 이익과 수익구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이 이 전 회장 모르게 김치 거래를 할 동기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태광그룹은 이 같은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근거 없는 악의적 제보로 이 전 회장과 그룹의 명예까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태광 계열사와 협력사 간 업무협약은 협력 차원에서 맺은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 수준"이라며 "협력사들은 거래처 영업이나 사내 복지 등의 목적으로 가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고발인들이 손해액이라고 주장하는 입회금은 탈회 시 돌려받는 보증금이라 손해라 볼 수 없고, 이 전 회장의 수익도 아니다"라며 "특히 이 전 회장은 2012년 그룹 내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 이후 그룹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본 건 역시 이 전 회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발인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과거 공정위의 시정명령 등 취소 관련 행정소송에 대해서는 검찰이 이 전 회장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렸고, 위 소송은 본 사건과 전혀 연관성이 없다"며 "사실관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편취, 강매 등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회장은 앞서 지난 2011년 회삿돈 횡령 및 배임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 7년 만에 태광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구속 이후엔 7번의 재판 끝에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원을 선고받았다. 특히 8년에 가까운 법정 공방 기간 대부분을 병보석으로 보내면서 '황제 보석'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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