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온·포스코그룹, 전구체 韓생산기지 추진IRA 불확실성 감소···한국서 가공해도 보조금 대상배터리 광물 주도하는 중국···"합종연횡 계속될 것"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 완화로 중국산 광물의 한국 제조는 세액 공제 대상에 포함됐다. 배터리 광물의 경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한 재료를 미국과 FTA를 맺은 한국에서 만들어도 보조금(최대 7500달러)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IRA 조건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배터리 제조 및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펼쳐야 하는 우리 기업들은 중국과 합작 방식을 택했다.
중국과 손잡는다···생산기지는 한국
LG화학은 양극재와 함께 전구체 소재를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사측은 지난 19일 중국 화유코발트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새 공장은 연내 착공해 2026년까지 연 5만톤을 우선 생산한다. 이어 2028년까지 총 10만톤 규모로 전구체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총 투자비는 1조2000억원 규모다. 전구체 10만톤은 전기차 60만대(1대당 105㎾h 기준)의 양극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이와 별개로 LG화학은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와 합작법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세우고 울산 온산 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한다.
SK온은 지난달 에코프로, 중국 GEM(거린메이) 3자 합작 형태로 군산 새만금단지 내 전구체 공장 건립을 발표했다. 합작법인은 'GEM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라는 이름이 붙었고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연간 전구체 5만톤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투자비는 1조2000억원 규모다. 합작법인은 지난해 하반기 인도네시아에 합작사를 설립했으며 현지에서 생산하는 니켈 중간재(MHP)를 원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포스코퓨처엠과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중국 CNGR과 관련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업계에선 연산 3만톤 규모 공장 건설을 위해 1조6000억원 가량 투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현재 전구체 공장 건설은 최종 확정된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IRA 혜택을 보면서 전구체 사업을 하려면 중국 업체와 손잡고 국내 제조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결국 포스코가 전구체 공장 건립을 포기하지 않을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CNGR은 지난해 11월 경북도, 포항시와 2030년까지 포항 영일만4일반산업단지에 2차전지 소재 생산공장을 세워 연 25만톤의 황산니켈 및 전구체 10만톤을 생산한다는 내용이 담긴 대규모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포스코는 또 포스코퓨처엠이 광양에 연 4만5000톤 규모의 전구체 공장 건립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25년 연산 22만톤 규모로 전구체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라 포항 전구체 공장이 연내 착공될 가능성이 높다.
전구체 중국 의존도 낮추자···발빠른 IRA 대응전략
2차전지 사업을 하는 국내 주요 기업이 전구체로 눈을 돌린 까닭은 IRA 대응 차원이란 분석이다.
미 재무부는 최근 IRA 세부조항을 발표하면서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음극재와 양극재를 제조할 때 필요한 물질인 전구체 등 구성 재료는 배터리 부품(미국 제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한국 업체들로선 미국에서 핵심 광물을 제조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전구체는 현재 90% 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소재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전구체를 들여오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중국 업체들과 손잡고 한국에서 전구체를 생산하면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IRA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다. IRA는 2025년 이전에 중국 핵심광물 의존율을 없애야 한다. 길게 보면 한국에 생산기지를 만들어 IRA 리스크를 해소해야 하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이 중국 기업과 손을 잡는 이유는 배터리 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의도가 가장 크다"며 "리튬의 경우 중국에선 약 5%만 생산되는데 해외 광산권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미국이 IRA로 중국을 배제하려 하고 있으나 인위적인 배제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 기업은 물류비 부담 없이 가까운 곳으로부터 광물을 들여올 수 있어 앞으로도 한·중 기업 간 합종연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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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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