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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K-배터리 IRA 탄력, "무섭게 베팅"

산업 에너지·화학 NW리포트

K-배터리 IRA 탄력, "무섭게 베팅"

등록 2023.03.30 08:11

수정 2023.03.30 08:45

김현호

  기자

"공격 앞으로"···삼성·LG·SK '兆 단위' 투자 발표배터리 3사는 LFP 확대···소재기업은 생산량 ↑ "IRA 혜택 국내뿐···투자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

인플레이션에서 비롯된 거시경제(매크로) 악재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됐던 중국은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 1위 국가에서 최대 적자국으로 돌아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대중 무역수지는 50억73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 20일까지 3월 대중 수출은 36% 넘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배터리 산업은 지난해 투자 금액을 늘린 데 이어 올해에도 투자 의지를 꺾지 않는 모양새다. 3월을 기점으로 배터리 제조사부터 원료를 공급하는 소재 기업까지 잇따른 투자 소식을 알리고 있어서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혜택으로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면서 투자를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분기를 넘어 하반기까지 이 같은 투자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K-배터리 IRA 탄력, "무섭게 베팅" 기사의 사진

"공격 앞으로"···타오르는 배터리 투자
배터리 업계는 전·후방 산업을 가리지 않고 매크로 악재를 잊은 듯하다. 삼성SDI는 미국 최대 완성차 기업인 GM(제너럴모터스)과 합작사 설립을 추진한다. 업무협약(MOU) 단계라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 합작사의 연 생산능력은 50GWh 규모, 총투자금액은 최대 5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SK온은 전구체 시장에 투자하기로 했다. 사측은 지난 23일 국내 최대 양극재기업인 에코프로와 글로벌 전구체기업 중국 GEM과 손을 잡고 전구체 공장을 연내 착공한다고 밝혔다. 3자 합작 공장은 연 5만톤 생산을 목표로 오는 2024년 완공될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최대 1조2100억원이다. 전구체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원료들을 섞은 화합물로 양극재 원가의 65~70% 이상을 차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7조20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완성차 기업과의 합작사가 아닌 단독 공장으로 원통형 생산능력은 27GWh, ESS LFP는 16GWh로 총 43GWh 규모다. 이는 북미 지역에 위치한 글로벌 배터리 독자 생산 공장 중 가장 크다.

포스코퓨처엠(구 포스코케미칼)은 포항에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전용 생산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총 투자비는 3920억원, 연 생산량은 3만톤 규모로 이는 60kWh급 전기차 약 30만여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번 투자는 지난 1월 삼성SDI와 맺은 공급 계약에 따른 것이다. 김준형 사장은 이달 중순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LG엔솔과 양극재 납품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추가 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상태다.

배터리 산업의 잇따른 투자 소식은 전기차 보급 확대와 맞물린 결과다. 업계에선 지금도 배터리 생산량이 전기차 보급 계획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후방 산업인 배터리 제조사와 배터리 에너지원을 생산하는 양극재 기업 모두 인플레이션 악재에도 투자를 머뭇거릴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CATL을 앞세운 중국 기업이 국내 기업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높은데 미국의 IRA로 1~2년 안에 역전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중국은 자국산 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지급해 왔는데 관련 정책이 종료될 예정이라 국내 기업으로선 점유율 확대의 기회 요인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中 배제 움직임" K-배터리, LFP까지 '시동'
이미 배터리 제조사는 지난해부터 투자 의지를 꺾지 않았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조2909억원을 투자했다. 전년도와 비교해 약 4조원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SK온 투자 금액은 6조9600억원에서 10조4930억원으로, 삼성SDI는 2조1800억원에서 2조6280억원으로 모두 증가했다.

K-배터리 IRA 탄력, "무섭게 베팅" 기사의 사진

올해에는 신사업 진출까지 선언해 지속적인 투자가 예상된다. 특히 양극재 소재를 NCM(니켈코발트망간)에서 LFP까지 확대하기로 계획했다. 권영수 LG엔솔 부회장은 지난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ESS용 LFP 배터리가 나올 것"이라며 "전기차에는 2025년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와 김준형 사장도 이달 중순 LFP 기반의 배터리와 양극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 기업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LFP는 NCM 대비 에너지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약점으로 지적된다. 다만 가격은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 이에 테슬라와 폭스바겐, 포드, 현대차그룹 등 글로벌 전기차 선두기업이 LFP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중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및 유럽 OEM(주문자상표부착)들의 LFP 배터리 니즈 확대와 친환경 서플라이 체인에 중국 기업들을 배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을 향한 강력한 LFP 개발 요청 속에서 한국 배터리 3사, 주요 한국 양극재 기업들이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극재 기업도 눈높이를 높여 잡았다. 포스코퓨처엠은 양극재·음극재 공장 등을 신설 및 증설하기 위해 올해 7300억원을 예상 투자액으로 설정했다. 2022년 투자목표 금액이 4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3000억원 이상 높여 잡은 셈이다. 에코프로비엠은 현재 18만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오는 2027년 71만톤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이를 위해 같은 기간 7조1000억원까지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추정치보다 3조원 이상 높은 금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가팔라 지고 있다"며 "IRA의 의도가 중국 기업 배제이다 보니 완성차 기업의 남은 선택지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미국은 전기차 보급 속도가 중국, 유럽에 비해 떨어지는데 IRA 혜택은 국내 기업에 돌아갈 수밖에 없어 이 같은 투자 기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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