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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2차전지 분사 후···LG화학의 생존법

산업 에너지·화학 NW리포트

2차전지 분사 후···LG화학의 생존법

등록 2023.04.19 10:58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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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소재 회사로 변신···"포트폴리오 다각화 매력"'원재료→전구체→양극재→배터리 셀' 탄탄한 밸류체인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공장 증설 등 외형성장 러시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석유화학 업황이 급격히 쪼그라들자 LG화학의 '선견지명'이 재평가받고 있다. 일찌감치 '2차전지(배터리)' 사업에 과감한 투자에 나선 덕에 수익성 악화의 상당 부문을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모태인 석유화학 대신 첨단소재에 힘을 실으면서 배터리 사업부문인 LG에너지솔루션의 분사 이후 불거진 성장동력 부재 우려를 불식시켰다는데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원재료→전구체→양극재→배터리 셀'까지 이어지는 탄탄한 배터리 밸류체인을 확보한 만큼 시장 성장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에 따른 말 그대로 '폭풍 성장'이 기대된다.

예상보다 더딘 석유화학 업황 회복···해답은 '첨단소재'
지난해 연결기준 LG화학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8% 증가한 51조8649억원으로 창사 이래 75년 만에 연매출 5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으로 수익성이 큰 폭으로 위축되면서 영업이익은 40.4%나 급감한 2조9957억원에 그쳤다.

실제로 석유화학 사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3.7% 급감한 1조750억원에 그치면서 LG화학의 전체 영업이익 감소에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그럼에도 LG화학은 최근 3년간 석유화학 부문의 매출 비중을 40%대로 유지하면서 신사업 발굴에 힘쓴 덕에 수요 침체 직격탄을 맞은 경쟁사보다 선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LG화학의 사업별 매출비중을 살펴보면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비중이 49.3%로,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부문(40.8%)를 뛰어넘었다. 이는 그만큼 배터리 사업의 매출의존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LG화학은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업황이 역대급 부진한 가운데 전체 매출 '절반'을 책임지던 LG에너지솔루션까지 분사한 이후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제고해야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석유화학 리스크를 털어낼 안정적인 미래먹거리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LG화학이 제시한 매출 목표는 전년 대비 4% 증가한 32조2000억원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보다 미미해 당초 예상과 다르게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양상"이라며 "석유화학 제품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살아나야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차전지 분사 후···LG화학의 생존법 기사의 사진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이후 시장의 우려와 달리 최근 LG화학은 그 해답을 '첨단소재' 부문에서 찾으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양극재·분리막 등 2차전지 소재가 포함된 첨단소재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291.3% 증가한 923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7%에서 30.7%까지 커지면서 본업인 석유화학(35.9%)과 비슷한 수준까지 성장했다.

올해도 LG화학은 재차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정면돌파'를 택했다. 불황 속 '버티기'에 돌입하기보다는 잘나가는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앞세워 수익성이 높은 배터리 사업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3대 신성장동력의 사업화 추진 속도를 제고해 시장 가치가 높은 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나가겠다"며 10조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구광모 회장, '양극재 핵심기지' 청주공장 방문한 까닭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재도약하는 LG화학은 최근 양극재 출하량을 늘리는 외형성장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라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공장 증설 등 생산력 제고에 나선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올해 전기차 시장이 20~40% 커질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첨단소재사업도 물량 기준 연간 60% 성장을 목표로 잡았다"며 "올해부터는 고객 다변화에 대한 가시적 성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첨단소재 부문에서 1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광모 LG 회장이 17일 LG화학 청주공장을 방문해 양극재 생산의 핵심 공정 가운데 하나인 소성 공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구광모 LG 회장이 17일 LG화학 청주공장을 방문해 양극재 생산의 핵심 공정 가운데 하나인 소성 공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비교적 공식 행보가 노출되는 경우가 적은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 18일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LG화학 양극재 공장을 직접 방문한 것만 보더라도 그룹 전반에 걸쳐 사업의 방점을 어디에 찍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구 회장은 "양극재는 배터리 사업의 핵심 경쟁력 기반이자 또 다른 미래성장동력으로서 선도적 경쟁우위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구 회장이 방문한 청주공장은 LG화학 양극재 생산의 핵심 기지로 글로벌 생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양극재는 올해 기준 약 7만톤 규모다. 이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EV, 500km 주행 가능) 약 70만 대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현재 LG화학은 현재 청주공장 등 글로벌 생산라인에서 연간 12만톤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34만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완공 예정인 경북 구미 생산라인이 가동을 시작하면 내년에는 연 18만톤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올해 미국 테네시주에 연 12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 착공도 앞두고 있다.

배터리 수직계열화 강드라이브···'자급자족' 배터리 공급망
LG화학의 양극재 사업 핵심은 '수직계열화'에 있다. 리튬·전구체 등 배터리 소재·원료 사업에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기조에 따라 '탈(脫) 중국'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배터리 소재·원료 내재화를 통해 '원재료→소재→양극재'로 이어지는 배터리 밸류체인을 확보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이는 최근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미국 IRA와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이슈로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IRA에 따르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일정 비중 이상의 소재를 가공·생산해 배터리를 만들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신학철 부회장이 올해 최우선 과제로 '자급자족'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을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제 혜택 기준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핵심 광물의 지역 편중을 완화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지난 2월 신 부회장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를 통해 "무엇보다도 자체적인 원자재 공급망 확보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직후 LG화학은 곧바로 국내 2차전지 소재 업체 중 처음으로 북미산 리튬정광을 확보하며 공급망 강화에 나선 바 있다.

미국 광산 업체 피드몬트 리튬은 캐나다 광산에서 나오는 리튬정광을 올해 3분기부터 연간 5만톤씩 4년간 LG화학에 공급한다. 이는 고성능 전기차 약 50만대에 들어가는 규모다. 이외 수산화리튬 물량 연 1만톤에 대한 우선협상권도 얻었다.

리튬 공급 안정성을 높인 LG화학의 다음 행보는 '전구체'다. '배터리의 심장'으로 불리는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소재다. 양극재 전단계 소재인 전구체에 리튬을 더하면 양극재가 생산된다.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Huayou Cobalt)와 손잡고 2029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2026년까지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연산 5만톤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건설한다. 향후 2차로 생산 설비를 증설해 10만톤 규모의 전구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에는 고려아연과 합작사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설립하고 2024년 2분기 양산을 목표로 울산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두 회사는 당초 2만톤으로 계획했던 생산 규모를 5만톤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전구체의 중요성이 커지는 동시에 중국 수입 물량이 90%가 넘어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장 건설을 통해 LG화학이 전구체 생산 능력을 확대해 원재료 공급 안정성을 한층 높이게 됐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

신 부회장은 "새만금 전구체 공장을 기반으로 양극재 수직 계열화를 강화하고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세계 최고 종합 전지 소재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사업 '콕' 찍은 꿈의 소재···목표주가 100만원 '순항'
LG화학이 신사업으로 낙점한 신소재 '탄소나노튜브(CNT)'도 배터리 소재 사업과 연결된다.

CNT는 전기와 열 전도율이 구리 및 다이아몬드와 동일하고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전도성 도료, 자동차 정전도장 외장재, 면상발열체 등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특히 최근에는 배터리 양극재에 첨가돼 리튬이온의 이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도전재로 주목받고 있다. CNT 도전재 수요는 2021년 5000톤에서 2030년 7만톤 규모로 연평균 30% 이상 성장세가 예상된다.

LG화학은 일찌감치 CNT 도전재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차별화된 생산기술·공정 기술력은 물론 원재료인 에틸렌을 직접 생산하고 있는 만큼 수직계열화를 통한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배터리 소재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면서 생산 확대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생산 중인 CNT를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업체에 양극 도전재 용도로 공급할 방침이다.

2017년 500톤 규모의 전남 여수 1공장을 처음 가동한 이후 2020년대 들어서는 매년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지난달 전남 여수 3공장 가동이 시작되면서 LG화학의 연간 CNT 생산능력은 2900톤으로 국내 최대 CNT 생산량을 자랑하게 됐다. 여기에 대산 4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생산량은 총 6100톤에 이른다.

LG화학 주가추이 그래프LG화학 주가추이 그래프

시장에서는 LG화학이 배터리 소재 호조 속에서 '종합 전지 소재 회사'로 성장할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악몽을 떨치고 과거 최고점 수준인 목표주가 '100만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배터리 관련 사업의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매력이 보다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업황 회복 속도가 더디더라도 반등 방향성만으로 안심할 수 있는 첨단소재와 배터리에서 성장 과실이 본격화한다"며 "장기적으로 고객 다변화와 소재 다각화를 통해 배터리 소재 업체들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좁혀나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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