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수소시장 3000조원 전망···시장 선두는 현대차삼성·SK 등 국내 대기업도 수소 인프라 구축 뛰어들어낮은 경제성은 한계···전기차 전면에 내세우고 속도조절
물론 최근 수소전기차 시장도 물밑 경쟁이 상당하다. 현대차가 '퍼스트무버'로서 입지를 다진 이 시장에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각축전이 펼쳐질 태세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오는 2050년 글로벌 수소경제 시장 규모가 연 2조5000억달러(약 3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15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각국에서 판매된 수소전기차는 총 3737대로, 전년 동기 3577대보다 대비 4.5% 늘었다.
특히 이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수소전기차 판매에 뛰어든 현대차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넥쏘를 내세운 현대차는 1분기 2042대를 팔아 54.6%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는 같은 기간 판매량보다 19.8%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토요타 미라이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6% 감소한 902대까지 줄면서 양사의 점유율 차이는 30.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3·4위는 중국의 포톤(4.8%), 킹롱(3.0%)이 차지했다.
수소전기차 시장은 수년 동안 현대차와 토요타가 주도해오면서 아직까지 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 올해 1분기 세계 전기차 인도량이 270만대를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BMW는 최근 'iX5' 파일럿 모델을 소개하는 등 수소전기차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혼다는 내년 미국 GM과 협업해 준중형 SUV CR-V에 수소 파워트레인을 얹은 모델을 양산한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볼보는 수소전기차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고, 스텔란티스는 현대모비스 출신 수소전기차 전문가를 영입했다.
SNE리서치는 "주요 전기차 업체들이 수소전기차 투자 및 개발 의지를 나타내는 만큼 향후 현대차가 독주하는 수소전기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이 전기차에 무게 중심이 쏠리는 상황에서도 완성차 업계가 수소차 투자·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미래 친환경차로서의 잠재력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전기차 시대 이후의 주도권 경쟁에도 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전기차의 구동의 핵심이 모터와 배터리라면 수소차는 연료전지시스템이다. 고압의 수소가 공기 중 산소와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에너지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모터를 돌리는 원리다.
특히 전기차의 무거운 배터리와 긴 충전 시간 등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 생산에 비해 원자재 투입량이 적고 재활용률이 높은 소재를 사용해 자원 재활용과 순환 측면에서도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BMW 수소 기술 분야 총괄인 위르겐 굴트너 박사도 "수소전기차는 전기차와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 관계"라며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 수소 모빌리티 넘어 '수소 가치사슬' 구축
글로벌 수소차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현대차도 '수소경제'에 고삐를 죄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 국내에서 승용·상용을 포함해 연간 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수소전기차 리더십을 지속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3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시에서 열린 북미 최대 청정운송수단 박람회 'ACT 엑스포 2023'에 참가해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트랙터' 양산형 모델을 선보인 동시에 이를 중심으로 한 북미 친환경 상용차 시장 공략 방향을 공유했다.
현대차의 수소경제 핵심은 수소공급, 리스·파이낸싱, 플릿운영, 유지보수·서비스를 골자로 하는 '수소 가치사슬 구축'에 있다. 단순히 수소차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차세대 경제 패러다임' 평가받는 수소 산업 전반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이 일환으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브랜드 'HTWO(에이치투)'를 앞세워 수소차 뿐만 아니라 선박, 기차, UAM(도심항공시스템) 모든 운송수단과 발전 시스템까지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음식물 쓰레기, 가축 분뇨, 하수 슬러지(하수 처리 또는 정수 과정에서 나오는 침전물) 등 유기 폐기물에서 추출한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청정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운송, 산업, 건물, 발전 등에 적용해 청정 수소 생태계 활성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탄소중립의 일환으로 수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수소 가치사슬은 단순히 현대차만의 이슈라기보다 수소 경제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은 물론 롯데, 포스코, 한화, HD현대, GS 등 주요 그룹들이 일제히 수소 인프라 사업에 팔을 걷고 있다.
수소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다. SK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총 18조5000억원을 투자해 SK E&S를 중심으로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가치사슬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수소를 점찍고 지난 1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청정수소 연구를 위한 '탄소중립연구센터'를 설립했다. 2024년까지 총 2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청정수소 중심의 친환경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탈탄소 움직임이 거센 해운업계에서도 HD현대그룹이 수소연료전지 전기 추진선 및 수소 추진선 등 수소 활용 분야뿐 아니라 이전 단계인 수소 생산과 저장, 운송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켄 라미레즈 현대차 글로벌상용&수소연료전지사업담당 부사장은 "수소는 친환경 모빌리티와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를 가능하게 한다"며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비전 실현을 위한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해결책 중 하나라고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업용 차량뿐 아니라, 해양 선박, 항공 모빌리티까지 연료전지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하여 수소 모빌리티를 혁신하는 것은 물론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까지 이르는 통합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점보다 단점 더 큰 수소전기차?···"에너지 생산‧유통 한계"
수소전기차는 수소와 산소를 이용해 전기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생성하고 모터를 구동시켜 운행되는 친환경 자동차다. 수소전기차는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이 물만 배출하기 때문에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린다. 가솔린차의 CO2 배출량은 140~240g/km이지만, 수소전기차는 CO2 배출량이 '제로'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한계와 소요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수소경제'는 아직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전기차 기술력은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수소에너지의 생산부터 저장, 운반, 충전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이때문일까.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의 신규 모델 공개가 늦어지고, 수소차 개발 등을 담당했던 임원들이 지난해말 인사 때 일괄 교체되는 등 현대차가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전기차는 궁극의 친환경차가 맞지만 지금은 전기차의 시대"라며 "수소전기차는 부생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물 수전해방식의 '그린수소'가 상용화되려면 앞으로 2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에 수소전기차라고는 현대차 넥쏘와 토요타 미라이 정도 밖에 없다"며 "그린수소를 쓰는 수소전기차의 등장은 아직까지 꿈 같은 얘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BMW가 수소전기차를 국내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건 정부 주도로 추진된 인프라 때문"이라며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자기 몸을 태워 거름만 되는 '촛불'이 되진 말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수소충전소는 수소공급방식에 따라 오프-사이트(중앙공급방식), 온-사이트(현지공급방식)로 구분된다 국내에서는 부생수소를 이용하는 오프-사이트 방식으로 주로 설치되고 있다. 오프-사이트 방식은 대량생산한 수소를 수소충전소까지 튜브트레일러로 이송하는 형태다. 수소생산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수소이송에 따른 추가적인 운송비용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오프-사이트 방식으로 공급되는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이나 철강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수소를 뜻한다. 전 세계적으론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에서 분해한 개질수소가 가장 많이 생산되지만, 석유화학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선 전체 수소생산량의 90%를 부생수소가 차지한다.
문제는 탄소를 배출하며 만든 '그레이 수소'를 쓰는 수소전기차를 궁극의 친환경차로 볼 수 있냐는 점이다. 전기분해로 생산되는 '그린 수소'는 친환경적이지만 생산단가가 비싼데다 막대한 전기에너지를 쓴다는 한계가 있다. 화석연료가 됐든 전기에너지가 됐든 수소로 전기차를 굴리는 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데도 전기충전소 대비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수소충전소는 전기차충전소보다 훨씬 더 많은 면적이 필요하고, 저장을 위한 설비도 매우 비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소충전소 1곳을 짓는데 약 30억원이 소요되고 상용차 전용 수소충전소의 경우 60억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소전기차의 충전시간도 사실상 전기차와 맞먹는 수준이다. 6.33kg 용량의 수소탱크를 탑재한 현대차 넥쏘의 충전시간은 약 6분이다. 하지만 충전소가 많지 않다보니 차량이 몰릴 경우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수소충전기는 1대를 충전한 뒤 5~10분 가량 승압하는 시간이 필요해서다.
한국수소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전국 128개소에 불과하다. 지난 2018년 첫 출시된 넥쏘가 누적 3만여대 팔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전대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2021년 수소전기차를 2030년까지 88만대를 보급하겠다고 했으나 현재는 30만대 규모로 줄인 상태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를 밀어붙였던 정부가 이제야 현실을 깨닫고 있다는 평가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현재 수소전기차 보급 속도가 더디고 관련 산업은 연구개발(R&D)만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며 "수소는 에너지 차원에서 볼 때 가격이 비싸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수소전기차를 개발해놓긴 했지만 수소의 생산과 유통이 문제"라며 "그린수소를 얼마나 저렴하게 양산할 수 있느냐가 수소경제 활성화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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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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