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사 통해 지배력 공고, R&D 투자 확 늘려 영업적자로 재정상황 악화, '경영 쇄신' 나서대규모 구조조정···'결과' 따라 평가 달라질 듯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룹의 사업회사인 일동제약과 지주사 일동홀딩스는 전날 내부 직원들에게 ▲임직원 희망퇴직(ERP) ▲품목 구조조정 ▲R&D비용 효율화 ▲파이프라인 조기 라이선스 아웃(L/O) 추진 등을 포함한 쇄신안을 공표했다.
특히 이번 쇄신안에는 창사 이래 첫 인력 구조조정안이 담겨 있어 업계의 이목을 끈다.
일동제약그룹은 장기근속자가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약 11년이고, 여성의 근속연수가 더 길다. 일동제약의 경우 지난 3월 31일 기준 정규직이 1394명, 기간제 근로자가 32명으로 정규직 비율이 약 98%에 달한다.
일동제약그룹은 임직원 복지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그룹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 줄이기를 택했다.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은 차장 이상 간부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ERP를 가동하고 이번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또 임원 20% 이상을 감원하기로 하고, 남아있는 임원의 급여 20%를 반납도록 조치했다. 인건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려는 것이다.
현재 일동제약의 미등기 임원은 24명이다. 지난해 임원 1인 평균 급여액은 2억원을 훌쩍 넘긴다. 올 1분기 기준으로 1인 평균 급여액은 8624만원에 달한다.
임원은 일반 직원과 다르게 계약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임금이 높아 인력 구조조정의 우선순위가 된다. 회사가 목표한대로 임원을 20% 이상 줄인다면 최소 5명분의 급여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정규직 직원들은 함부로 퇴직시킬 수 없어 희망퇴사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 직원들의 1인 평균 급여액은 작년 기준 7847만원이다.
희망퇴직은 권고사직과 달리 본인이 원할 경우에만 가능하고, 위로금 지급 등을 통해 새로운 직업 기회를 제공한다. 갑작스러운 비자발적 정리해고가 아니고, 관련 부서들의 내부 검토를 통해 결정된 사안인 만큼 일동제약그룹의 ERP 가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적다.
다만 결과에 따라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즉, 재정건전성 개선과 신약개발 사업의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은 재정건전성 차원에서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장사가 안되면 인건비를 줄이는 게 통상적"이라며 "영업이익률이 안 좋아지고 있는 일동제약이 전반적 쇄신에 나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직원들을 강제적으로 내보내지 않고 기회를 주는 것은 쌍방에게 좋은 정리해고 방안"이라면서도 "(이에 대한 평가는) 결과론적으로 봐야 한다. 정리해고를 통해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면 긍정적인 방안이 되겠으나 딱히 재정건전성이 개선되지 않고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린다면 실패한 정리해고 방안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했다.
윤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일동제약은 수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렵게 경영권영향을 확보한 윤 부회장이 신약개발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R&D 투자를 대폭 확대한 영향이 컸다.
윤 부회장은 창업주 故 윤용구 회장의 손자다. 윤 부회장과 부친인 윤원영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지난 2013년 4월 윤 부회장이 일동제약 대표로 취임하기 전부터 1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개인주주들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일동제약 오너 일가는 윤 회장의 개인회사인 씨엠제이씨를 통해 개인주주들의 지분을 사들이며 경영권 방어에 나섰지만, 이런 와중에 녹십자가 또 다른 개인주주들의 지분을 사들여 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를 겪기도 했다.
녹십자와의 경영권 분쟁은 2015년 녹십자가 지분 전량을 매도하면서 일단락됐고, 일동제약은 2016년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며 승계 작업에 나섰다. 일동제약은 존속법인 일동홀딩스(투자사업)와 일동제약(의약품 사업)으로 인적분할했다. 앞서 윤 회장은 지난 2015년 씨엠제이씨 지분 90%를 윤 부회장에게 넘겼다.
올 1분기 기준 씨엠제이씨는 일동홀딩스의 지분 17.0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일동제약은 일동홀딩스가 지분 36.03%를 가지고 있고, 이어 씨엠제이씨 1.80%, 윤 부회장 1.44% 순이다.
윤 부회장은 연세대 응용통계학과와 조지아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KPMG 인터내셔널 등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다 지난 2005년 일동제약 상무로 입사했다. 그는 지난 2021년 12월 1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경영 전면에 나선 직후부터 R&D 투자를 강화했다. 2017년 10.5%이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은 2018년 10.9%, 2019년 11.1%, 2020년 14%, 2021년 19.3%, 2022년 19.7%로 급증했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는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일동제약은 2019년을 기점으로 영업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듬해 매출 증가로 영업이익이 개선되긴 했지만 당기순손실이 131억원에 달했다. 별도 기준으로 일동제약은 2021년 543억원, 2022년 721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특히 일본 시오노기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가 국내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어려움이 커졌고, R&D 투자금 회수가 안 되며 올 1분기에만 14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도 감소하며 순손실은 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일동제약의 현금 유동성도 낮아진 상태다.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 2021년 말 별도 기준 1247억원에서 지난해 445억원, 올 1분기 380억원으로 줄었다.
일동제약은 신약개발의 조속한 성과 도출을 위해 사업구조를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선택과 집중에 따른 효율적인 비용 집행으로 라이선스 아웃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현재 임상 단계에 진입한 일동제약의 파이프라인으로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ID119031166', 당뇨 치료제 'IDG16177',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ID120040002' 등이 있다.
이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IDG16177'로, 지난 2021년 독일에서 임상1상을 승인 받아 개발 중이다.
차세대 P-CAB 계열의 'ID120040002'는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1상을 승인 받아 국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회사는 이익 구조가 취약한 품목들을 과감히 정리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자발적 쇄신은 재무적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 비전 달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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