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부실채권비율 0.41%···2분기 연속 상승선행지표격인 은행 연체율도 지속 오름세금융당국, "우려할만한 수준 아냐" 해명에도 우려↑
3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41%로 전분기말(0.40%) 대비 0.01%포인트 상승하면서 2분기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부실채권은 10조4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3000억원 증가했으며 기업여신 8조2000억원 가계여신 2조원, 신용카드채권 2000억원 순이었다.
가계대출에서 신규부실이 증가한 부분은 눈여겨 봐야 한다. 신규발생 부실채권 3조원 가운데 기업여신 신규부실은 1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000억원 감소한 반면 가계여신 신규부실은 1조원으로 3000억원 증가했다.
부실채권비율도 달라졌다. 개인사업자여신(0.27%)은 0.04%포인트, 가계여신 부실채권비율(0.23%)은 0.05%포인트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비율은 0.14%로 0.02%포인트 상승했으며 기타 신용대출은 0.45%로 0.11%포인트 늘었다. 신용카드채권 부실채권비율(1.20%)은 0.29%포인트 상승했다.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0.50%)은 전분기말 대비 0.02%포인트 하락했다. 대기업여신(0.38%)은 0.11%포인트 하락했으며 중소기업여신(0.57%)은 0.04%포인트 증가했다. 중소법인(0.80%)은 전분기말 대비 0.0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국내은행 가계대출 리스크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NPL(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지난해 4분기 0.18%에서 올해 말 0.33%까지 급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금액 기준으로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NPL이 같은 기간 1조7000억원에서 3조원 수준으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계대출 중 NPL 비율과 금리, 총부채상환비율(DTI), 실업률 등 거시변수들의 계량모델을 추정하고, 이를 이용해 올해 NPL 비율을 예측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금리가 상승 또는 하락할 경우 약 3분기 이후 NPL 비율도 오르거나 내리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럽 재정위기(2010년 5월)와 미국 재정위기(2011년 8월) 당시에도 글로벌 금융불안 영향으로 국내 금리가 급등한 뒤 NPL 비율이 후행적으로 급상승한 바 있다.
문제는 선행지표 격인 연체율도 꿈틀꿈틀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월 말 기준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평균 0.304%로 집계됐다. 3월 0.272%보다 0.032%포인트 높아졌고 전년 동월 0.186%과 비교하면 0.118%포인트 올랐다. 통상 연체율 0.4~0.5% 수준이 '레드라인'으로 여겨지는 만큼 은행들의 건전에 빨간 불이 들어온 셈이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오름세다. 4월 NPL 비율은 0.250%로 전달보다 0.008%포인트 올랐다. NPL 비율은 금융기관의 전체 여신에서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채권 비중을 뜻한다.
1분기 말 기준 은행 연체율이 0.2%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2분기 말에는 더 큰 폭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들어 연체율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한국은행이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린 영향이 크다. 기준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자 대출금리 역시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해 말 대출금리가 7% 안팎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 상환이 어려워진 차주들이 늘어났다. 특히 저금리 시대에 대출을 받은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족(빚내서 투자)' 등은 연체율 증가의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오는 9월에는 지난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 때 실시한 대출 만기 유예 조치가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코로나19의 종식을 선언한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연장될 명분이 없어서다. 은행권에서는 만기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연체율이 또 한 번 급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뿐 아니라 2금융권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업계 연체율은 5.1%로 약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1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업계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5.1%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었다.
금융당국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 증가폭은 제한적이고 연체율도 코로나19 발생 직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체율 역시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안전성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금융기관이 차주 신용위험 증가(은행)와 수익성·건전성 저하 압박(상호금융·저축은행) 등으로 당분간 대출 공급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평가에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준금리가 연내 인하되거나 투자시장 회복 등 대출 수요를 언제든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가계대출보다는 기업 대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부실채권과 연체율 등 모니터링을 강화해 왔다"면서 "이미 예고된 연체율 상승인 만큼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대응하고 있고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관련해 선제적인 관리를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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