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기지개···한화오션 출범에 '빅3' 체제 공고고부가 LNG운반선 수주 릴레이···흑자전환 청신호 친환경 기술 경쟁 박차 'K조선', 中보다 우위 기대감
K조선 수주 신바람···한화오션은 새 출발
국내 조선업의 기대감이 커지는 배경은 HD현대를 중심으로 올 상반기 수주 실적이 예상치를 뛰어넘은 게 한몫 더해졌다. 올 들어 조선 3사 수주 현황을 보면 HD한국조선해양은 88척을 수주했다. 올 1~5월까지 누적 수주 금액은 104억8000만 달러로 연간 수주 목표(157억4000만달러) 66.6% 잠정 달성했다. 2위 삼성중공업은 5척(25억 달러)을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95억달러)의 26% 달성하며 순항하고 있다.
다만 한화에 매각이 진행되던 대우조선해양은 5척 수주에 그쳤는데 수주 금액은 10억6000만 달러로 3사 중 가장 낮다. 연간 수주 목표(69억8000만 달러) 대비 15.2%에 그쳐 주춤했지만 한화오션으로 새 간판을 달고 수주 몰이에 속도를 붙인다는 목표다. 한화오션은 모기업의 사업 시너지를 기반으로 연내 흑자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한화오션은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오션은 한화에 편입돼 조속한 경영정상화에 나설지 관심을 끈다. 한화오션은 지난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권혁웅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비롯한 이사회 운영진 선임 등을 거쳐 공식 출범했다. 권 CEO는 임직원들에게 보낸 CEO 메시지에서 "한화오션의 장점인 기술 중심의 우수한 문화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친환경 기술 기업, 세계 최고의 경쟁력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며 사업 의지를 다졌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은 LNG, 수소, 암모니아, 해상풍력 등 한화그룹과의 시너지가 장점"이라며 "선박 및 해양플랜트 수주, 한화의 방산업체와의 시너지를 통한 특수선(잠수함 등) 수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2년간 적자를 맛봤던 HD한국조선해양은 2년 전부터 수주한 조선 자회사들의 건조물량 증가 및 선가상승 영향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 연간 4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올 1분기 196억원 영업이익을 거둔 삼성중공업도 올해는 2015년 이후 9년 만에 연간 흑자 달성에 청신호를 켜고 있다. 증권가에선 올해 연간 영업이익 1300억~1700억원 수준을 내다보고 있다.
"韓 기술력 中보다 앞서"···제2의 LNG운반선 준비 '착착'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4278만CGT(Compensated Gross Tonnage·표준화물선 환산 톤수)였다. 국내 조선사는 이 중 1627만CGT(38%·289척)를 수주해 중국(2082만CGT, 48.7%·728척)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한국과 중국에 세계 시장에서 87%에 달하는 수주 점유율을 올려 사실상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만큼 선박 발주 및 수주는 앞서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친환경 선박, 스마트십 등 기술 경쟁력은 중국이 아직은 한국과 격차가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국내 조선 빅3가 불황을 이겨내고 턴어라운드에 나선 배경 또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의 대규모 수주 효과 때문이란 분석이다. 부가가치가 큰 LNG운반선은 가격보단 기술 경쟁력이 우선시되는 선종이다. 중국도 건조 기술은 갖고 있지만 한국이 절대 우위에 있다. 지난해 전세계 대형 LNG 선박 발주량(1452만CGT, 168척) 부문에서 한국은 무려 70%(1012만CGT 117척)를 휩쓸며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 강국의 면모를 입증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전 세계 선박 발주량 중에서 친환경 선박 비중은 2021년 32%에서 지난해 62%로 급증했다. 한국이 친환경 선박 수주에서 중국을 압도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저가 수주 우려도 줄어들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현재까지 전세계 시장에서 발주가 된 메탄올 추진선 중 50%(50여척) 이상 HD한국조선해양이 가져갔다"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자회사와 함께 2030년까지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를 구축하고 있다. 선박 설계부터 인도까지 모든 공정에서 시뮬레이션 검증을 통해 불필요한 공정 지연과 재고를 줄이고, 최신 스마트 기술과 로봇을 도입해 생산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향후 수소 운반선 상용화에 앞서 초기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HD현대는 지난해 말 수소엔진의 첫 단계인 1.5MW(메가와트)급 LNG·수소 혼소엔진을 개발했다. LNG·수소 혼소엔진은 디젤연료와 LNG·수소 혼합 연료를 선택적으로 사용해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인 친환경 엔진이다. 올해 수소 비중을 더 높인 혼소엔진 개발을 완료한 뒤 2025년까지 선박용 수소엔진 개발을 마친다는 목표다.
삼성중공업은 노르웨이 '콩스버그'사와 차세대 자율운항 LNG운반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선박에는 최신 원격자율운항기술 및 저탄소 기술이 장착된다. 삼성중공업은 또 FLNG(부유식 천연가스 생산 액화 저장 플랜트) 부문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다. FLNG 사업은 육상플랜트에 비해 투자비가 적고 환경 친화적이며 이동이 용이해 삼성중공업의 경우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먹거리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LNG 이후의 대체 연료라고 하는 친환경 후보군(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연료전지) 선박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며 "탄소 및 온실가스 줄이는 방향으로 국제사회가 2050년을 향해 가고 있는 만큼, 거기에 걸맞은 친환경 선박 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그것이 '제2의 LNG운반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신형 대한조선학회 학회장은 "조선업계는 앞으로 그린수소, 원자로 등 대체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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