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6년간 200여 개 스타트업에 1조 3000억원 투자잠재력 보고 중장기적 투자···국내 스타트업 5곳 기술 시연음악·가상 인간도 투자 대상···"부족한 리소스 협업으로 극복"
15일 오전 호텔나루 서울엠갤러리에는 미래 혁신기술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대차그룹이 직접 투자하고 다양한 협업을 스타트업이라는 점이다.
이날 처음 열린 현대차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에서는 그간의 스타트업 투자 현황과 개방형 혁신 성과가 공개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7년 이후 20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총 1조3000억원이나 투자하며 미래 신사업 기회를 창출했다.
현대차그룹의 투자 분야를 살펴보면 모빌리티 분야가 753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동화 2818억원, 커넥티비티 1262억원, 인공지능 600억원, 자율주행 540억원, 에너지(수소 포함) 253억원 순이었다.
이에 대해 황윤성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상무는 "지금까지의 투자액은 현대차그룹의 규모를 고려하면 크지 않은 액수"라며 "향후엔 예산이나 투자계획을 정해놓지 않고 꼭 투자가 필요해야할 기업이나 센싱해야할 분야에 적극 투자할 예정"라고 말했다.
발표를 맡은 황 상무는 "굉장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현대차그룹과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모빌리티 분야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고, 최근엔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의 분야에도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한 스타트업 중에는 눈에 익은 글로벌 회사도 있지만 국내에서 이제 막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한 회사도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스타트업의 단계별로 지원하고 있고, 세상에 없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항상 협력의 기회를 열어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노규승 현대차그룹 제로원팀 팀장은 "현대차그룹의 리소스가 부족한 부분들도 많기 때문에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저변을 넓히려고 하고 있다"며 "다양한 부분에 투자하고 있고 당장의 협업보다는 중장기적 협업을 진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주요 국내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현황과 협업사례들을 공개했다. ▲현대차‧기아의 주요공장에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지원하는 마키나락스 ▲유럽 24개국 약 450개의 충전소를 건립한 아이오니티 ▲기업가치가 22억유로 규모로 성장한 초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 ▲자율주행 및 배터리 기술 고도화 프로젝트 등을 공동 연구하는 아이온큐 ▲음성인식 솔루션 업체 사운드하운드 ▲소프트웨어 시험검증 솔루션 전문기업 슈어소프트테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행사에 참석한 스타트업 5개사는 주요 기술을 전시하며 각자가 보유한 기술력을 홍보했다.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스타트업과의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이들의 성장을 지속 지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올해 현대차그룹에서 분사한 모빈은 이날 취재진으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모빈은 라스트마일 배송로봇 전문기업으로, 아파트 단지 등에서 음식과 물류 등을 배송할 수 있는 4륜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자체 개발한 특수 고무 소재 바퀴로 계단을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고, 라이다와 카메라를 이용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모빈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건설, 현대글로비스와 배송 로봇 시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진 모빈 대표는 "현재 강남역에서 바로 운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아파트 단지에서는 가능하다고 본다"며 "제한된 공간에서 운영해 효용성을 검증하고 그다음 조금 더 불확실성이 높은 공간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효용성을 검증한 곳이 많지는 않지만 편의점부터 시작해 음식 배달, 물류 등으로 확대 예정"이라며 "확대성을 위해 인프라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로봇에 GPS는 탑재하진 않았다"고 부연했다.
어플레이즈도 모빈과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스타트업이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공간별 맞춤 음악을 자동으로 선정하고 재생하는 게 핵심 서비스다. 어플레이즈는 실시간으로 매장 방문자의 연령과 성별, 날씨, 이용 시간 등을 고려해 공간에 최적화된 음악을 재생해 준다. 현재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뿐 아니라 주요 전시장과 영업점에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배정진 어플레이즈 대표는 레드오션인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찾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대표는 "가장 흔하게 이용하는 개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개인취향을 분석해 음악을 추천하기 때문에 차량, 건물, 상업시설 등 특정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어플레이즈는 공간별 맞춤형 음악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유일한 업체로, 앞으로 5년내에 3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공간 음악 시장을 선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드론을 선보인 뷰메진은 건물의 안전진단 통합관리 플랫폼 '보다(VOD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뷰메진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제로원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뒤 6조0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현대차그룹의 투자를 바탕으로 기축 아파트의 안전진단 시장을 선점해 2026년 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김도엽 뷰메진 대표는 "아파트 건설사는 준공 직전 내‧외부 품질검사를 진행하게 돼 있다"며 "20층 아파트 기준 한 동당 약 4일간 검사해야 하고, 한번 검사할 때마다 약 1억5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율비행 드론을 활용하면 4일이 걸리던 검사가 반나절로 줄어들고, 비용도 5000만원으로 경감된다"며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이자 매출액 기준 글로벌 13위인 현대건설을 고객사로 둔 데 이어 일본 건설업계 1위인 오바야시 구미에도 수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가상현실 플랫폼 개발과 버추얼 아이돌 매니지먼트 등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를 전개하는 업체다. 현대차그룹은 가상현실 및 버츄얼 휴먼 시장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투자에 나섰고, 상호 협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최첨단 센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얼굴의 감정 인식, 표정 분석 등을 통해 버추얼 휴먼을 생성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가 개발한 버추얼 아이돌 '메이브(MAVE)'는 올해 초 데뷔해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모빌테크는 2018년 현대차그룹 제로원 펀드 투자로 성장 기반을 마련한 스타트업이다. '실감형 디지털 트윈' 기술을 보유한 모빌테크는 현대차그룹과 자율주행 정밀지도, 가상 모델하우스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협업하고 있다.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는 "사업 초기 자금 유치가 어려운 문제였지만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우리의 기술력을 믿고 투자해준 덕분에 기술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자체 역량을 더욱 키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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