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 관계없이 '원하는 시간' 무료배송유기농·비건·친환경으로 30·40대 여성에 인기"전국 520개 영업점이 풀필먼트 센터···종합유통기업 도약"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커머스의 폭발적 성장으로 제조사와 유통사가 마진율을 두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식품회사들은 자사몰 서비스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한 번 의존하게 되면 납품가 인하 압력 등을 견디기 어렵다는 게 식품업계 목소리다.
대표적 성공 사례는 hy의 프레딧이다. 프레딧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57.1% 증가한 1100억원을 기록했다. 올 1~4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5.7% 늘면서 이 추세라면 연매출 2000억원도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프레딧은 '가입자 재구매율' 50%, 서비스 만족 척도인 '정기배송 유지율' 92%를 자랑한다. 유료 서비스 '프레딧 클럽' 회원도 3만4000명에 달한다. 구매 금액의 1%를 적립 받고 매월 20%가량 할인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프레딧 매출액은 2017년 70억원으로 출발해 2020년 520억원, 지난해 700억원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현재 상품종류수(SKU)는 1200개로 처음과 비교해 3배 늘었고, 가입자 수는 157만명까지 확대됐다. hy는 가입자 수를 연내 200만명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프레딧의 인기 비결은 뛰어난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에 있다. 프레딧에선 당일배송은 불가하지만 익일배송으로 수량·금액과 관계없이 원하는 시간에 무료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무료 배송을 위한 월정액 가입도 요구하지 않는다.
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가 당일배송 등 속도를 앞세운 '배송전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상반된 전략이다.
hy는 '정확히 원하는 시간'에 배송받고 싶어 하는 소비자 니즈를 캐치해 차별화를 꾀했다. 빠르게 배송한다고 해서 곧바로 소비자가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상품이 장시간 외부에 방치될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 입장에선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이는 전국 520개 영업점을 기반으로 하는 물류망 덕분에 가능하다. 각 지점은 주문부터 제품 선별, 포장, 배송 등 전 과정을 대행하는 풀필먼트(fullfilment) 센터 역할을 한다. 여기에서 근무하는 프레시매니저 20~30명은 물품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대면 창구 역할까지 수행한다.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 배송 시간을 조정하고 반품 등 요청사항을 실시간 대응할 수도 있다. 무료 반품 서비스도 제공한다. 빠른 배송보다 세심한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를 공략한 것이다.
프레딧은 야쿠르트를 배달하던 콜드체인 시스템 강점을 살려, 부피가 작거나 냉장이 필요한 물건을 주로 취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배송 직전까지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고, 과일·도시락·샐러드 등 섬세한 취급이 요구되는 제품도 배송할 수 있다.
엄격한 제품 입점 기준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프레딧 라이프'의 경우 동물보호 등 클린뷰티 가치를 추구하는 제품만 취급·판매한다. 제품 성분과 관련 인증서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프레딧은 유기농·비건·친환경 제품을 메인 제품으로 소싱하며 30·40대 여성을 주고객층으로 확보한 상태다. hy는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해외제품 단독 소싱 등을 통해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hy가 지난달 출시한 자체 개발 화장품 'NK7714 하이퍼 부스팅 앰플'은 한 달 동안 1만5000세트 넘게 판매됐다. 18만원이란 높은 가격대를 고려하면 완판 시점이 예상보다 빨랐다. 최근엔 노르웨이 건강기능식품 1위 브랜드인 '뭴러스' 독점 판매도 참여했다.
hy는 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의 운영사 '메쉬코리아'를 인수하면서 물류기업 역량까지 확보했다. 프레딧 서비스에 메쉬코리아 물류 시스템을 합치면 배송인력만 3만명에, 배송거점은 1100곳이 넘는다.
프레딧 서비스는 신선식품 배송에, 부릉은 빠른 배송에 강점이 있어 둘 간의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릉은 오는 9월 hy 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양사 간 사업 시너지 방안을 본격 모색할 계획이다.
hy 관계자는 "프레딧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종합유통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차별화된 상품 구성으로 최근 20·30대 여성 고객 유입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wanchu1108@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