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절친이 오늘의 적으로···사업다각화로 경쟁구도 형성'8000억원 규모' 울산급 호위함 배치3 5·6번함 수주 향방은?경험 앞세운 HD현대·시너지 노리는 한화···목표는 차세대 구축함
'동년배' 오너 3세로 막역한 사이를 자랑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출범으로 변화를 맞았다. 각자 태양광과 조선 등에서 독자적인 사업영업을 구축하던 두 사람은 김동관 부회장의 조선업 진출로 정면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해양패권싸움의 서막···"목숨 걸고 준비하고 있다"
드디어 실체 없이 뒷말만 무성하던 '해양패권 싸움'의 막이 올랐다.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오션과 정기선 사장의 HD현대는 특수선 수주를 두고 첫 번째 맞대결에 돌입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방위사업청 진행하는 '8334억원 규모'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수주 입찰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만 제안서를 제출했다, 앞서 사업 설명회에 참여했던 HJ중공업은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부터 현장실사, 사업 제안서 평가 등을 거쳐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울산급 배치3 사업은 노후화된 기존 호위함과 초계함을 대체하기 위해 3500톤급 호위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특수선 건조가 가능한 기업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등 4곳 뿐인 가운데 1번함은 HD현대중공업이, 2·3·4번함은 SK오션플랜트(삼강엠앤티)가 수주했다.
이번 5·6번함 수주전은 '기술전(戰)' 양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 2~4번함 수주 당시 저가 수주 논란에 휩싸인 만큼 양사는 각 사의 기술력을 토대로 호위함 수주를 따내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7일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수상함 분야에서 경쟁사는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배선태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영업담당도 "다른 말은 필요없다. 목숨 걸고 준비하고 있다"고 맞섰다.
HD현대중공업이냐, 한화오션이냐···기술력 '막상막하'
양사의 자존심을 건 한판대결은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빙이다.
1975년 국내 최초의 전투함 '울산함'을 개발한 HD현대중공업은 특수선 부문에서 풍부한 경력과 역량을 갖췄다. 글로벌 1위 조선 기술을 바탕으로 한 우수한 함정 건조 능력, 고객의 니즈를 최대한 반영한 맞춤 대응 전략 등이 주요 수주 전략이다.
특히 울산급 배치3 선도함(1번함)을 설계·건조한 경험이 강점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0년 3월 1번함(선도함)을 4000억원에 수주를 따냈다. 현재 시운전 중이며, 내년 말 해군에 인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360도 전방위 탐지, 추적, 대응이 가능한 4면 고정형 다기능 위상 배열 레이더를 탑재됐다.
업계에서는 1번함 개발과 건조에 참여한 인력과 인프라가 유지되고 있어 연속성이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다만, 2020년 차세대 구축함(KDDX) 설계도면 은닉 유죄 판결로 받게 된 감점(1.8점) 페널티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의 수상함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한화오션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한화그룹이라는 단단한 뒷배를 장착한 한화오션은 기존 방산사업과의 시너지가 강점이다.
지난 2018년 이후 군함 수주가 전무한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에 비해 다소 뒤처진 것이 사실이지만 한화오션 역시 1981년 방산 업체로 등록한 뒤 40년 이상 독보적인 함정 건조 노하우를 쌓아오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지스함 및 한국형 구축함 사업인 KDX-I,II,III 사업과 잠수함 사업인 장보고-I,II,III 사업을 모두 수행한 국내 유일의 방산업체로, 현재 해군이 운용중이 전투함 중 한화오션이 건조한 함정이 가장 많다.
이렇게 축적된 함정 건조 능력에 더해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전투체계와 복합식 추진체계를 적용하는 등 기술력에서는 HD현대중공업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수주전, 그 이상의 의미···바다에서 우주까지 '대격돌'
두 오너의 자존심을 건 이번 입찰은 단순한 수주전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해양방산업계의 사실상 유일한 경쟁관계인 두 회사가 맞붙은 이번 수주전을 향후 배치4 사업과 내년에 예정된 KDDX의 전초전으로 보고 있다.
KDDX는 선체부터 각종 무장까지 국내 기술로 만드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으로, 예상 수주금액은 약 7조8000억원 규모다. KDDX의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수행했지만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진행한 가운데 내년에 상세설계와 함건조 입찰을 앞두고 있다.
특히 양사는 KDDX 사업자로 HD현대중공업이 선정되는 과정에서도 불법 기밀 유출 등 갖가지 의혹이 일면서 한차례 맞붙은 바 있다. 이어 지난달 MADEX에서도 자신들이 수주할 경우 건조할 구축함 모형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경쟁태세에 돌입했다,
장외 '신경전'까지 더해져 차세대 구축함 사업 수주를 위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운데 추후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사장의 영역 다툼은 더욱 광범위해질 전망이다. 최근 두 사람은 조선업은 물론 공통적으로 에너지와 우주·로봇·인공지능(AI) 등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주와 태양광 부문에서는 한화가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정기선 사장의 HD현대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발사대시스템 운영지원을 맡은 HD현대중공업은 누리호 3차 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도 최근 아프리카 시장에서 태양광 모듈을 처음으로 수주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월 한화큐셀이 진출한 전력중개산업을 시작해 맞대결을 예고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진두지휘한 주요 사업들이 달랐던 두 사람이 조선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맞붙게 됐다"며 "이들 사업은 그룹 차원에서 미래먹거리로 점찍은 만큼 한치의 물러섬 없는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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