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 전담 조직 설치하고 연내 전환 인가 신청지방은행 디스카운트 해소·'상생금융' 방향성 설정시중은행과 체급차 극복 과제···찻잔 속 태풍 우려도
"연내 허가 신청"···내년엔 시중은행으로 탈바꿈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은 6일 대구 수성구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빠른 시일 내 전환 인가를 신청하겠다"면서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할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컨설팅사와 협업해 시중은행으로서 혁신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중은행 전환 계획은 앞서 금융위원회가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의 하나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대구은행은 이에 최근 3개월 동안 전환 인가 요건과 타당성을 검토하고 시중은행 전환에 필요한 법적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을 확인했다. 주요 인가요건은 자본금 1000억원 이상, 동일인 지분율 10% 이하, 비금융주력자 지분율 4% 이하다. 대구은행의 자본금은 7006억원이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지분율은 8.78% 수준이다. 비금융주력자인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3.35%다.
황 행장은 "대구은행은 시중은행급의 재무구조와 신용도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받는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더라도 대구에 본점을 두는 것은 변함없다"며 "금융소비자와 지역사회, 은행 모두 행복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전국 영업을 통해 창출한 이익과 자금을 지역에 재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 시중은행에서 소외당하던 중(中)신용등급 기업과 개인사업자,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겠다"며 "핀테크 등 혁신기업의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가 돼 금융소비자가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편리하게 누리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핀테크 등 혁신기업의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가 돼 금융소비자가 다양한 혁신서비스를 편리하게 누리도록 하는 '핀테크 상생'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생 방안을 통해 지역경제에 더 효율적인 금융지원이 가능해져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시중은행 전환으로 낮아진 조달 금리를 활용해 전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은행권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인가 결정을 내리면 은행권에 시중은행이 생기는 것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1년 만이다.
조달금리 낮아지고 영업한계 극복···과점 체계 균열 불러올까
대구은행은 1967년 10월 설립된 이후 대구·경북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대구은행의 총자산은 67조원으로 6개 지방은행 중 부산은행(89조원) 다음으로 높은 시장지위를 가졌다.
안정적인 은행사업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거점지역에 국한된 영업으로 수익성이나 성장성엔 늘 한계가 있어왔다. 이번 전환 결정 역시 영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전날(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 당국과의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고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시중은행 전환 시 금리 면에서 자본 조달이 더 유리한 만큼 시중은행과 대등한 브랜드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조달금리에는 차이가 있다. 대구은행의 경우 시중은행과 신용등급 AAA로 같지만,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선순위 4bp, 후순위와 신종자본증권은 21~25bp 높은 금리로 조달 중이다. 자금을 지금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조달하게 되면 금리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을 확대해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가치 역시 과도하게 저평가 돼 있다는 것이 대구은행 측의 설명이다. 대구은행의 PBR은 0.21배, 시중은행(지주) 평균 BPR은 0.32배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으로 전환해도 당장 조달금리 차가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점점 좁혀질 것"이라며 "조달 비용이 줄어들면 대출금리를 지금보다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과의 체급차 극복 과제···찻잔 속 태풍 되나 우려도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과점 체계 속에서 '메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미 시중은행들이 대형화 된만큼 '메기 효과'를 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자본금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자본금을 보면 KB국민은행 34조372억원, 신한은행 31조8341억원, 하나은행 30조5992억원, 우리은행 25조6052억원, NH농협은행 21조7167억원 등이다. 대구은행은 4조9857억원 규모로 KB국민은행과는 8배 이상 차이가 난다.
모바일뱅킹‧비대면 금융거래)이 일상화 된 것도 시중은행 전환 효과를 반감 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사실 대구은행의 크기가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상당히 작은 상황이어서 당장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면서도 "5곳이던 시중은행이 한 곳 더 늘어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여수신 상품 다변화를 위한 금리 경쟁력, 현재 시중은행만큼의 디지털 경재력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현 과점체계를 깨기 위한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과점체계를 깨기 위해서는 금산분리 완화 등과 같은 방안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면서 "'메기 효과'가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han324@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