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벗어나기 위한 가능성 커신동원 회장 3형제 '지분정리' 관건장남 신상렬 상무 필두 3세 체제 구축
메가마트 시작으로 계열분리 나설까···3형제 '지분 정리' 관건
농심 창업주 고(故) 신춘호 명예회장은 지난 2003년 농심을 인적 분할해 지주사 '농심홀딩스'를 신설했다. 현재 농심홀딩스는 산하에 해외법인 포함 총 41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 중 국내 계열사는 22곳으로, 상장사는 농심홀딩스와 농심, 율촌화학 등 3곳이다.
농심은 지난 2021년 신 명예회장 작고 이후, 신동원 회장이 취임하며 신 회장 3형제를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2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신 명예회장의 장남인 신 회장이 주력사인 농심을 이끌고, 차남 신동윤 부회장이 율촌화학을, 삼남 신동익 부회장이 메가마트를 맡는 식이다.
농심그룹은 상품 제조에 있어 원료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전 단계를 수직계열화했다. 라면을 예로 들면, 면은 농심이, 포장지는 율촌화학이, 스프는 태경농산이 담당하는 형태다.
이와 같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재계에선 농심이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농심이 지난해 자산총액 5조원을 넘기며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돼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된 만큼 이 같은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린다.
향후 농심이 계열분리를 진행할 경우 신동익 부회장이 맡고 있는 메가마트가 첫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메가마트 계열분리 가능성은 신춘호 회장 시절부터 제기돼온 바 있는데다, 지주사인 농심홀딩스와 지분 관계가 얽혀 있지 않아서다.
메가마트의 자산총액은 2021년 말 기준 8875억원으로, 이 계열사만 분리돼도 농심은 대기업집단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특히 신동익 부회장이 지난해 6월 메가마트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며 23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농심이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이후 2개월 만에 일어난 일로, 그가 계열분리를 통해 독자 경영 수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 이유기도 하다.
더욱이 신동익 부회장은 지난 2020년 농심홀딩스 사내 이사직도 내려놨고, 지분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농심 지분도 처분하며 그의 농심 지분율은 기존 2.47%에서 2.11%로 하락한 상태다. 같은 해 신동익 부회장의 장남 신승렬 씨도 농심홀딩스 주식 1964주를 처분해 계열분리를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동원 회장과 신동윤 부회장이 메가마트 종속회사인 엔디에스 지분을 보유 중인데, 신동익 부회장이 두 형의 지분을 매수하는 등의 정리 과정만 거치면 메가마트의 계열분리가 가능해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율촌화학 역시 홀로서기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율촌화학은 메가마트와 달리 농심과의 지분 관계가 남아 있다.
율촌화학의 최대 주주는 신동윤 부회장이 아니라 농심홀딩스(31.94%)이며, 신동윤 부회장도 농심홀딩스 지분 13.18%를 보유하고 있다. 율촌화학이 계열분리를 하기 위해선 신동윤 부회장이 자신의 농심홀딩스 지분을 매각하고, 농심홀딩스의 율촌화학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3세 경영체제 구축···'장남' 신상렬 상무 초점
2세 경영 시대를 연 농심은 '3세 경영' 기반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 명예회장의 손주 11명 중 5명이 계열사 임원에 오르면서부터다. 신동원 회장을 비롯해 신동윤·동익·현주 등 4남매가 각각 주력 계열사 대표직을 맡으며 이들 자녀들 역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렬 씨가 구매 담당 상무에 오른 데 이어 신동윤 부회장의 장남 신시열 씨와 장녀 신은선 씨도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신동익 부회장의 장남 신승렬 씨와 신현주 부회장의 장녀인 박혜성 씨도 계열사 임원으로 올라섰다.
오너 3세들이 임원직을 맡으며 경영에 나선 것은 농심그룹이 계열사별 역량을 각각 키우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신상렬 농심 상무다. 재계에선 농심그룹 3세 경영이 신 상무를 중심으로 승계 구도가 정해졌다고 보고 있다. 창업주인 신 명예회장에 이어 장남 신동원 회장이 농심을 이끌고 있고, 3세에도 이러한 장자 승계 원칙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상렬 상무는 신 명예회장 별세 후 그의 농심 지분 35만주 가운데 가장 많은 20만주를 상속받으며 후계자 입지를 다져 놓았다. 신 상무의 농심 지분율은 3.29%로 율촌재단과 농심홀딩스를 제외하면 개인 주주 중 지분율이 가장 높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는데 장남 신상렬 상무는 누이들과 지지율 격차를 벌리며 입지를 다져왔다.
1993년생인 신상렬 상무는 지난 2021년 20대의 나이로 상무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신 상무는 2018년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9년 농심에 경영기획팀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경영전략과 기획·예산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경영수업을 받았고 대리와 부장을 거쳐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부장 승진 1년 만에 임원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신 상무가 맡은 구매 담당 업무는 원자재 수급과 관련돼 핵심 업무로 꼽힌다. 식품 사업 특성상 전체 원가 중 원자재 비중이 높고, 원자재 가격에 따라 소비자 가격까지 영향받는 경우가 많아 원자재 수급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아버지인 신동원 회장 또한 이른 나이에 경영 수업을 받았다. 신 회장은 1958년생으로 고려대학교 화학공학과와 경영대학원 무역학 석사를 마친 후 20대 초반 농심 해외사업부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30대에는 일본 도쿄지사장에 올랐고 이후 정책조정실 상무와 전무를 거쳐 30대 후반 농심 국제 담당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신 상무가 일찌감치 임원직에 오르면서 승계작업에 더욱 속도가 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3형제가 각자 독립경영에 나설 것이란 점 또한 3세 경영 가속화에 무게를 싣는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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