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전략보고회' 후 LG전자 '매출 100조' 비전 가동 하반기 전자·엔솔 '성장', 화학·디스플레이 '부진' 대응HVAC·전기차 충전·헬스케어 등 먹거리 강화 예고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 5월 상반기 전략보고회를 주재하며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각 계열사 경영진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한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사업 전략을 마친 후 LG전자는 2030년까지 자회사 LG이노텍을 제외한 매출 100조원 달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은 조주완 사장의 중장기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경기 불확실성 여전한데···LG전자·엔솔 성장축 맡아
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 40조4147억원, 영업이익 2조3901억원을 거뒀다. 반도체 부문 조 단위 적자로 실적이 미끄러진 삼성전자(1조2400억원)를 앞지르면서 내부 분위기는 좋다.
막상 내실은 그렇지 않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슷하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오히려 12.6% 감소하면서 전년 대비 정체된 상황이다. 하반기 글로벌 사업 환경은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LG 관계자는 "하반기도 시장을 우호적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시장의 수요가 줄어드는 영역을 슬기롭게 보완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하반기 사업은 상반기보다 더 나은 여건은 마련되지 않을 거란 관측이 제기됐다. 증권가에서 추정하는 하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약 44조원, 1조7200억원 수준이다. 이에 연간 실적 합산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가전, TV 등 비중이 줄고 전장이 늘어나는 사업 전환이 본격화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전장부품은 2분기에도 전년 대비 30% 이상으로 고성장이 지속됐다"며 "신규 고객사(애플카 등)와 전장 사업 확대 여부 등이 향후 관전포인트"라고 내다봤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사업 재편에 착수했다. 범용 사업 중 경쟁력이 없는 한계사업 등은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첨단소재 및 생명과학 부문은 이익을 냈지만 석유화학은 상반기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LG화학 연결 실적에 편입되는 LG에너지솔루션은 그나마 신바람이 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둔 기반을 발판 삼아 올해도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상반기 매출은 17조5200억원, 영업이익은 1조244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 174% 늘어났다. 영업이익의 경우 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LG디스플레이는 2년 연속 '조 단위' 적자로 암울한 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중국산 액정표시장치(LCD) 확대에 따른 경쟁력 및 단가 동반 하락 이후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하고 있다. 하반기 삼성전자에 OLED 패널 및 LCD 공급 확대 등 '삼성 효과'를 통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겠다는 게 경영진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업체로부터 LCD 패널 조달을 기존 70%에서 50%로 축소하는 반면 LG디스플레이는 7%에서 17%로 물량을 확대를 검토 중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삼성전자의 LCD TV 공급망 재편을 가정하면 LG의 공급량은 연 7000만대 수준에 근접하며 기존 대비 2배 이상 증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배터리·전장 이어 전기차충전·헬스케어까지 '먹거리 확장'
지난해 LG그룹은 7년 만에 전장 사업이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배터리와 함께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올 연말까지 전장 부문 수주는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LG그룹은 보고 있다. 이미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어섰다. 경영진은 전장 사업이 향후 LG전자 순수 사업의 20%를 넘길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배터리 공장 증설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사업 확장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하반기엔 유럽의 전기차 수요 개선과 테슬라 공급 물량 확대,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은 미국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1공장 가동률 개선 등으로 수익성 강화 계획을 순조롭게 이어갈 방침이다.
무엇보다 최근 LG전자의 미래비전 발표는 하반기 LG그룹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잘 담겨 있다는 평가다. 이달 12일 LG전자는 빠르게 변모하는 미래 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선언했다.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등 총 50조원을 투자하며 매출 100조원 달성, 매출 성장률 및 영업이익률 각각 7% 달성 등을 목표로 잡았다.
그 일환으로 비하드웨어, B2B ,신사업 등 3대 신성장동력 부문을 전체 매출의 50%로 확대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하반기부터 속도를 낸다. 현재 매출의 절반 이상 차지하는 TV 및 생활가전 사업에 의지하고 않고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게 구광모 회장의 먹거리 청사진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미래비전 발표회에서 "가전을 넘어, 집, 상업공간, 차량을 포함한 이동공간, 더 나아가 가상공간인 메타버스까지 고객의 삶이 있는 모든 공간에서, 고객의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사업을 벗어난 '비하드웨어' 영역에서 공격적인 성장과 전장사업 등 B2B에서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배터리·전장에 집중됐던 신사업 역량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HVAC(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 전기차 충전 및 디지털 헬스케어 부문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럼에도 당분간 가전 사업은 여전히 주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사업 매출 비중을 단기간 끌어올리긴 쉽지 않을뿐더러, 미국 월풀을 제치며 '세계 1위 가전 회사'로 올라선 위상을 지속하기 위한 신제품 연구개발(R&D) 역량도 손을 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한 LG 관계자는 "미래비전 발표한 내용이 하반기 당면 과제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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