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에 잇따라 투자···IRA 이용하려는 의도"IRA 혜택 우려에도···"美 제재 땐 전기차 보급 감소"현실성 떨어지는 미·중 배터리 동맹···미 의회 조사까지
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지난 4개월 동안 한국 기업과 한국 내 5개의 배터리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 규모만 5조1000억원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양국 기업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배터리가 미국산 전기차에 탑재면 IRA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미국은 올해부터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배터리 핵심광물 40% 이상을 사용하면 375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IRA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중국 기업으로선 미·중 FTA가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회 전략을 모색해야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앞서 SK온과 에코프로는 중국 기업 거린메이(GEM)와 전북 새만금에 전구체 생산시설을 세우기로 했으며 LG화학은 전구체 생산체제 구축을 위해 중국 화유코발트와 손을 잡았다. 또 포스코그룹은 글로벌 전구체 생산 1위 업체인 중국 CNGR과 1조5000억원을 투자해 경북 포항에 이차전지용 니켈 및 전구체 생산에 협력하는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우리 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나 전구체는 중국의 영향력이 높은 산업이다. 에너지 조사기관 BNEF(블룸버그 뉴에지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산화리튬 주요 제련국 가운데 중국 비중은 75%에 달했다. 또 중국에서 제련되는 망간과 코발트 제조 비중은 각각 90%, 70%를 차지했다.
전구체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원료를 섞은 화합물로 양극재 원가의 65~70%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리튬을 배합하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가 최종 생산된다. 우리 기업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호주, 칠레 등에서 양극재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으나 중국을 100% 대체하기는 어려워 중국 기업과 잇따라 사업 협력에 나서고 있다.
우리 기업이 중국 기업과 배터리 광물 협약을 맺으면서 미국이 이들 합작 투자를 IRA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선 미국의 제재가 쉽지 않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양극재 공급이 어려워지면 우리 기업의 배터리 생산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어 미국 내 전기차 보급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IRA 빈틈을 파고들기 위해 미국 전기차 기업과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포드는 중국 CATL과 미국 미시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는데 기존 한·미 배터리 합작사 형태와 달리 합작사 지분은 포드가 100% 가진다. 대신 CATL은 배터리 기술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공장 운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미국은 해외우려집단(FEOC)으로 지정한 해외법인이 배터리 부품을 제조, 조립하게 될 경우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했다. 포드-CATL 합작사 지분을 포드가 100% 보유하려는 이유도 중국이 FEOC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IRA의 숨은 의도가 '중국 배제'인 만큼 이번 양사의 합작사 설립은 미국 시장을 사실상 독점할 것으로 예측됐던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악재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포드-CATL의 합작사 설립이 IRA 도입 목적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미·중 '배터리 동맹'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미 하원의 중국특별위원회와 세입위원회는 포드의 배터리 공장 문제를 조사 중이라고 밝히면서 세액공제 된 자금이 CATL로 흘러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IRA 명분은 탈중국 혹은 자국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 구축"이라며 "미 의회가 조사하려는 동기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해외우려집단 세부 지침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이번 건(포드-CATL 합작사)은 승인하고 FEOC 가이드라인을 강하게 만들면 서로 상응하는 조치가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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