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AIA생명이 질서 흐린다"···비판 목소리당국은 '승환계약' 등 소비자피해 이어질까 우려일각선 "AIA생명만의 문제 아냐, 전반적 채용 과열"
이달 출범한 AIA생명 판매자회사(AIA프리미어파트너스)가 과도한 설계사 빼내오기로 시작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AIA생명은 영업조직 강화를 위해 연봉의 200% 정착지원금을 약속하는 등 강력한 리쿠르팅 정책을 썼다. 금융당국은 설계사가 대거 이동할 경우 실적 채우기를 위해 무리한 승환계약 유도가 이뤄질 것을 우려해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IA생명 자회사 출범 전 법인보험대리점(GA)인 굿리치 소속 설계사 300~400명이 해촉됐다. 이들이 모두 AIA프리미어파트너스로 이동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굿리치를 비롯한 업계는 AIA생명의 영업조직 충원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AIA프리미어파트너스 초대 대표인 공태식 신임 대표는 굿리치 영업조직을 총괄했던 부사장 출신인 점이 의혹을 키웠다.
특히 AIA생명의 설계사 충원 방식이 업계 질서를 흐릴 정도로 파격적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대면설계사 모집을 위해 AIA생명이 내걸었던 연봉의 200% 정착지원금은 업계 평균의 4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험업계는 AIA생명의 행보에 대해 경쟁력 확보 차원을 넘어선 '과도한 설계사 빼가기'라며 질책했다.
설계사 대거 이탈이 일어난 업체에서는 AIA생명을 상대로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판례도 있다. 지난 2012년 메트라이프는 AIA생명이 '실적 좋은 설계사를 대규모로 빼가 영업을 방해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법원은 AIA생명에게 메트라이프생명에 6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더 큰 우려는 자본력을 동원해 설계사를 충원하는 방식이 금융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설계사가 새로운 보험사에 정착하면서 실적 달성을 위해 무리한 승환계약을 유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무리한 승환계약은 새 보험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와 연계해 기존보험 계약을 해지시켜 가입자에게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은 지속적으로 보험 영업시장의 승환계약 행태를 지적해왔다. 앞서 금감원은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리기 위해 불합리한 보험상품 개발·판매로 보험회사 건전성 악화와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일부 보험상품에 대한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부당 승환계약이 발생해선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문제가 AIA생명만의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AIA생명의 리쿠르팅 방식이 기존 업계 수준보다 높은 것은 맞지만, 최근 GA업계 채용 시장에 불이 붙으면서 AIA생명이 대면 설계사를 영입하던 당시 타 GA도 비슷한 수준의 채용 공고를 냈다는 설명이다. 또한 AIA프리미어파트너스로 자리를 옮긴 대부분의 설계사는 연봉의 100% 미만 수준으로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파격 채용이 업계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질책을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다만 채용 방식 자체가 문제라기 보단 이후 설계사들의 승환계약 유도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