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부회장, 최종 후보 선정우려와 달리 내부출신 회장 탄생상생금융, 내부통제 등 힘써야
향후에도 KB금융그룹이 외풍 없이 내부경영승계절차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단순 이익 측면 뿐만 아니라 내부통제나 상생경영 등 다른 면모들에서도 리딩금융그룹으로의 자격을 갖춰나가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관치금융이 개입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큼 조직운영이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이뤄져야한다는 점에서다.
8일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이날 회추위를 열고 양종희 후보를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확정했다.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등 3명의 숏리스트 가운데 양 부회장이 최종적으로 낙점된 것이다.
KB금융은 올해 11월 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지난 7월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윤 회장이 용퇴를 선언하면서 후보자군에서는 제외됐다. 회추위는 이날까지 총 4차례에 걸쳐 회추위를 열고 최종 후보자를 확정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을 두고 다양한 관측들이 나왔다. 특히 윤 회장의 경우 임기간 KB금융의 외형성장과 내형성장을 모두 이루면서 성과에 대해서는 연임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현 정부들어 대다수의 금융지주 회장들이 물갈이 됐던 터라 KB금융 역시 세대교체를 꾀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또 하나는 관치 금융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들이었다. KB금융 역대 회장들을 거슬러 올라가면 윤 회장 정도를 제외하고는 관료 출신 등 관치 금융의 입김이 셌던 곳이다. 더구나 최근 물갈이된 금융지주 수장들 가운데 관료 출신들이 속속 자리잡았다는 점에서다. 이에 KB금융도 이를 피해가기 힘들지 않겠냐는 시선이 존재했던 것이다. 결국 이같은 우려는 우려로 끝났다.
KB금융이 외풍에서 비껴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금융당국이 KB금융의 지배구조를 모범사례로 평가했을 만큼 경영승계체계를 공고히 해놨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실상 외부에서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뜻이다.
앞서 타 금융지주사들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서는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KB금융지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승계프로그램이 잘 짜여져있다"며 "회장 절차가 업계에 모범을 쌓는 절차가 됐으면 좋겠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KB금융의 경영승계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회추위는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위해 평상시에도 회장 후보군(롱리스트)을 매반기 단위로 관리하고 있다. 또한 내부 회장 후보자 군을 대상으로 경영 현안 주제발표, 이사회 워크숍 등 CEO 내부 후보자군(롱리스트)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선임 절차 당시에도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 등을 높이기 위해 세부 절차들을 개선했다. 우선 승계절차 착수 시기와 숏리스트 선정 시기를 2020년 대비 약 3주 정도 앞당겼고 숏리스트 선정부터 최종 후보 선정까지의 기간도 19일에서 한달로 늘려 후보자들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검증기간을 확대했다. 인터뷰도 2차례로 늘리고 평판 조회도 실시했으며 외부 후보의 경우 더 많은 인터뷰 시간을 제공했다.
이에 외부의 개입 없이 회장 선임 절차가 잘 마무리 될 수 있었다는 풀이다. 향후에도 이같은 내부출신 승계 체계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더욱 중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앞으로도 관치금융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빈틈없이 역할을 수행해야한다는 얘기다.
우선은 상생금융이다. 이번 정부 초기부터 금융지주사들에게 강조되어 온 역할은 상생금융이다. 정부 및 당국은 금융지주사들이 은행을 기반으로 한 막대한 이익을 벌고 있는 만큼 이를 사회와 상생해나갈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을 끊임없이 주문해왔다. KB금융도 이에 발맞춰 지난해 초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이자 경감 제공 계획을 밝히는 등 상생금융안을 내놓았던 바 있다.
이와 함께 사회공헌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KB금융은 꿀벌 생태계 회복 지원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K-Bee'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 사회공헌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다만 지난해 국내은행의 사회공헌 지출액이 1조1305억원으로 전년대비 소폭 늘어났음에도 당기순이익의 10%도 안되는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은행업계 전반적으로 보다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계대출 관리도 신경써야할 대목이다. KB금융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 가계부채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도 보다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5대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81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달새 1조5911억원 늘어난 것으로 4개월째 연이어 불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연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더구나 KB금융은 소매금융 강자로 불리울 만큼 개인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건전성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내부통제도 중요하다.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금융사고들이 연일 발생했다. KB금융 역시 마찬가지였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증권대행부서 소속 직원들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1개 상장사 무상증가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본인 및 가족 명의로 주식을 매수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의 총매매 이득은 127억원 수준으로 드러났다. 개인의 일탈 행위라고 볼수도 있지만 이로 인해 고객들의 신뢰에는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에 보다 철저한 내부통제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경영승계프로그램 등 지배구조가 잘 갖춰져있는 편이고 별다른 잡음 없이 경영을 해왔다는 점에서 차기 회장 선임에 있어 외풍 논란이 없었던 것 같다"며 "내부출신이 회장을 다시 맡게 된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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