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양극재 적자전환 전망···"수요 둔화 속 리튬값 급락"NCM 배터리 주춤할 때 LFP 급성장···사업 체질개선 기회배터리소재 수직계열 강화···원재료 공급 안정성도 높아져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22일 중국 화유그룹과 양극재 공급망에 대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모로코 LFP 양극재 공장 및 리튬 컨버전 플랜트(CP) 건설,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공장 및 전구체 공장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이번 MOU에 따라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모로코에 연산 5만톤 규모의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LFP 양극재 5만톤은 보급형 전기차 50만대(350km 주행할 수 있는 50kWh 용량 전기차 기준)에 필요한 양극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LG화학의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그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생산에만 집중해 왔다. 가격이 비싼 NCM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높지만 전기차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배경으로 지적돼 왔다.
실제로 LG화학의 올해 전지재료(양극재) 사업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둔화된 성장세와 리튬 가격의 급락 등으로 부진을 이어왔다. 지난 2분기 첨단소재 부분의 영업이익은 185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8.9%나 감소했다.
특히 LG화학의 양극재 사업은 올해 3분기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은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이 -163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LG화학의 양극재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 1371억원에서 2분기 932억원으로 떨어지는 등 매 분기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양극재 적자가 유력한 LG화학은 컨센서스에 한참 못 미치는 3분기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678억원으로, 기존 컨센서스(7807억원) 대비 27.3%나 쪼그라든 수준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LG화학의 양극재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29.9% 감소할 것"이라며 "얼티엄셀즈(LG에너지솔루션-GM 합작법인) 출하량이 포스코퓨처엠의 증가량 대비 정체되고 유럽 출하량이 감소한 데다 주요 메탈 가격의 부정적 래깅 효과가 극대화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비싼 값에 사들인 리튬 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판매량마저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의 LFP 양극재 시장 진출은 의미가 깊다는 평가가 나온다. LFP 배터리의 글로벌 점유율이 기존 NCM 배터리를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11%에 그쳤던 LFP 배터리 점유율은 지난해 31%까지 치솟았다. 중국업체들의 급성장세에 힘입어 내년엔 60%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에너지밀도가 낮은 LFP 배터리는 중국을 제외한 선진 시장에서 보급 속도가 늦었다. 상대적으로 최대주행 거리가 짧아 NCM 배터리 대비 보조금이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감소하고 LFP배터리의 에너지효율이 개선되면서 NCM배터리의 메리트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성능이 비슷하고 가격은 휠씬 저렴한 LFP 배터리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현재 LFP 양극재 시장은 중국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후발주자인 LG화학에도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LG화학은 LFP에 망간을 더해 용량과 출력을 높인 LMFP 양극재 등을 통해 중국업체들과 차별화 전략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모로코 공장이 완공되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도 기대된다. 모로코는 LFP 양극재의 핵심 원재료인 인광석이 가장 많이 매장된 국가다. 특히 모로코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 이곳에서 생산된 양극재는 (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한다. LG화학은 IRA의 해외 우려 집단(FEOC) 규정에 따라 향후 중국 회유 그룹과 지분 비율을 조정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MOU를 계기로 배터리 소재 수직 계열을 강화하게 된 것도 고무적이다. LG화학과 회유 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연산 5만톤 규모의 전구체 공장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구체 생산을 위해 니켈 광석에서 니켈 중간재(MHP)를 추출하는 제련 공장 설립도 논의하기로 했다.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섞은 전구체는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다. 현재 국내기업들은 배터리 전구체를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원재료 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져 왔다. LG화학은 앞서 지난 4월 화유코발트와 합작해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1조2000억원을 들여 전구체 공장을 짓기로 한 상태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오창공장과 내년 구미공장, 2025년 미국공장 등 매년 꾸준한 양극재 증설로 외형성장에 대한 방향성은 변함이 없다"며 "또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구체 생산설비 확보와 광산 및 정제련업체들에 대한 지분투자 등을 통한 소재 부문의 수직 계열 강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전지소재 부문은 연평균 26%의 확고한 성장세 속에 2030년 매출 30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라며 "양극재 외에도 분리막, 탄소나노튜브(CNT) 등 부가 소재 사업을 육성하고 퓨어 실리콘 음극재 등 신소재 R&D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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